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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간 1만대 해체·분해하고 재활용하는 BMW RDC...순환경제란 이런 것!

BMW
2024-09-27 15:55:15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뮌헨(독일)=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이젠 재활용이다. 수명이 다 된 자동차 한 대가 단순히 폐차되는 게 아니라, 차체 강철부터 연료에 이르기까지 모두 분해돼 다시 사용된다. 한 마디로 순환경제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오후 1시. 독일 뮌헨 외곽 운터슐라이하임에 위치한 BMW 재활용 및 분해 센터(BMW Group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RDC). 이곳은 연면적 2만㎡ 규모로 BMW 그룹이 자동차 산업의 순환성을 발전시키고자 수명이 다한 차량을 재활용하기 위해 지난 1994년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재활용 분해센터는 보안이 철저하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센터에 입구에 들어서면, 수명이 다한 BMW를 비롯해 고성능차 BMW M, 모터사이클 BMW 모토라드,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초호화 고급차 롤스로이스 등의 차량 50여대가 눈에 들어온다. 사고차나 상용차도 포함된다.

알렉산더 슐Alexander Schuell BMW 그룹 재활용 및 분해센터 총괄
알렉산더 슐(Alexander Schuell) BMW 그룹 재활용 및 분해센터 총괄

이들 차량은 대부분 양산 전 연구개발용으로 사용돼온 시험용 프로토타입 모델이다. 철저한 보안이 이뤄진 건 이들 차량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알렉산더 슐 BMW RDC 총괄은 “분해돼 재활용될 차량은 프로토타입을 비롯해 파손된 차, 미디어 시승, 영화 제작용 차량들도 있다”며 “각 차량마다 용도별, 모델 식별 번호, 입고 날짜, 차량 번호, 차대 번호 등을 기록해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QR코드로 스캔하면 입고된 차량에 대한 상세한 자료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RDC는 이렇게 얻은 전문 지식을 재활용 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공유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 또 BMW 그룹은 제품 설계 과정에 RDC에서 얻은 정보를 반영해 새로운 모델의 첫 개발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한다.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이곳 RDC에서는 매년 1만대가 넘는 차량을 분해하고 재활용한다. 연구개발, 시험용 차량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없는 시제품이다. 표준화된 공정을 이용해 이런 차량들을 분해하면서 재사용 가능한 시리즈 부품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식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

최근 전기차 시대를 맞아 RDC에 입고되는 순수전기차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등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고전압 배터리를 별도로 공정하는 과정을 밟는다. 고전압 배터리 분해 작업은 특수 교육을 받은 전문 테크니션 4명 중 교대로 2명이 동시에 달라 붙어 해체작업을 진행한다.

전기차라는 점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전문가들의 숙련된 손놀림은 빠르고 민첩하다. 전기차를 점검한 뒤, 배터리를 빼내는 작업을 거친다. 배터리는 차량 바디에서 분리시킨 후, 배터리 셀 테스트가 이어진다.

고전압 배터리의 폐루프closedloop 재활용<br />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고전압 배터리의 폐루프(closed-loop) 재활용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는 별도의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해 배터리를 분해한 뒤 공정에 들어간다.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후 리튬, 코발트 등의 원재료를 추출해 셀 공급업체에 제공한다.

배터리 분리 작업에서는 특수 장치가 동원되는데, 이는 화재 등 만약의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들 전문 테크니션의 손을 거쳐 분해되는 고전압 배터리는 하루 12개 정도다.

슐 총괄은 “RDC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차량 재활용을 위한 최고의 시설로 자리매김했다”며 “RDC는 새롭게 생겨난 규제와 BMW 그룹의 야심 찬 목표에 맞춰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RDC가 쌓아 온 전문 지식은 차량의 재활용성을 더욱 향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BMW 그룹은 IDIS(국제 분해 정보 시스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RDC가 IDIS에 공개하는 정보와 연구 결과는 전 세계 재활용 회사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32개국 3000여개 조직이 공동 재활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효율적인 비용으로 재활용 부품을 분해하는 방법과 가치 있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

재활용 공정의 개발과 발전은 환경적인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자원 절약 역시 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것.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전기차와는 달리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차의 재활용은 부품 분해와 부품 스크래치 등을 확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각 부품마다 아이디, 번호 등 정보가 기입된다. 일단 안전 장치를 제어하면서 방출하고, 엔진오일과 변속기오일, 브레이크액, 냉각수 등 모든 유체를 빼낸다.

이 과정에서 BMW 그룹의 특허 공정을 사용해 진단기로 에어백을 분해하는데, 먼저 에어백의 불꽃을 중화한다. 에어백이 나중에 터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또 특별히 개발한 장치를 이용해 쇼크 업소버에서 오일도 제거한다.

이후 차체 분해 단계에서는 개별 부품의 재활용을 우선시한다. 상태가 양호한 기능의 부품은 폐기하지 않고, 다시 판매할 수 있도록 공식 딜러에게 전달한다.

차량 재활용전 안전장치 제거<br />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차량 재활용전 안전장치 제거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차량의 나머지 부분을 기계적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는 특수 설계된 굴착기를 사용해 와이어링 하네스에 함유된 구리 같은 특정 재료도 분리한다. 엔진 블록과 기어박스를 제거한 다음, 남은 차량은 외부 재활용 시설에서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압축하고 파쇄하는 과정을 밟는다.

금속의 경우 선별적으로 최대한 많은 양을 최고의 품질로 분해하며, 이를 통해 오늘의 폐기물을 내일의 원자재로 만든다. 이러한 공정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재정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파워트레인에 사용되는 구리 같은 금속은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차량 한 대를 분해할 때 구리 전선은 무려 3km에 달한다. 모든 촉매 컨버터에는 가치가 높은 귀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별도로 분해하면 경제적 효율성도 크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프뢰리히Andreas Froehlich BMW 그룹 재활용 혁신센터 총괄
안드레아스 프뢰리히(Andreas Froehlich) BMW 그룹 재활용 혁신센터 총괄

안드레아스 프뢰리히 BMW 재활용 혁신센터 총괄은 “동력 장치만 빼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는 공정은 거의 유사하다”며 “내연기관차가 가솔린, 디젤 등 연료까지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BMW 그룹은 자원을 절약하고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혁신적인 재활용 공정 방법을 탐구하는 외부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RDC는 독일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Car2Car’ 연구 프로젝트에 전문 지식과 수명 종료 차량을 모두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BMW 그룹이 지난해에 개발한 방법을 사용하면 수명이 종료한 차량에서 강철을 비롯해 알루미늄, 구리, 유리,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훨씬 더 많이 재활용해 신차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차량 재활용전 유체류 제거 작업<br />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차량 재활용전 유체류 제거 작업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RDC가 보유한 부품 및 재료 재활용성에 대한 지식은 이미 BMW 그룹의 제품 개발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BMW 그룹은 ‘다시 생각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Re:Think, Re:Duce, Re:Use and Re:Cycle)’는 원칙을 적용하고, 수명이 다한 차량을 새로운 차량에 쓸 원자재 공급원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참고로, 독일의 평균 차량 수명은 무려 21년이나 된다.

이러한 공정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목은 복합 소재가 아닌, 단일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더 높은 순도를 지닌 단일 소재는 재활용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BMW 그룹 공장의 생산 공정 역시 RDC의 연구 결과에 따라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신차 생산 공정에서는 부품 분해와 유형에 따른 재료 분리가 가능한 방식을 선호한다. 접착제를 획기적인 결합 솔루션으로 대체한 것이 그 예다.

특수 설계된 굴착기로 와이어링 하네스에 함유된 구리 등의 재료를 분리한다<br />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특수 설계된 굴착기로 와이어링 하네스에 함유된 구리 등의 재료를 분리한다.
BMW그룹 재활용및분해센터(RDC, Recycling and Dismantling Centre)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고전압 배터리 재활용이 또 하나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 RDC는 수년 동안 업계, 학계와 제휴 관계를 맺고 혁신적인 순수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이원호 BMW코리아 매니저는 “순환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곳 BMW RDC는 지난 30년 동안 재활용 분야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모델, 새로운 재료,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원해 왔다”며 “전기 모빌리티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RDC는 가치 있는 자원의 재사용에 대한 심층적인 전문 지식을 수집하고, 재활용 업계에 널리 제공하는 과제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