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한없이 실용적인 도심형 콤팩트 전기 SUV..지프 어벤저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지프 어벤저(Avenger)는 매력적인 전기차다. 지프 고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데다, 실생활에서 한없이 실용성이 부각된 도심형 전기차라는 점 때문이다.

지프는 그동안 내연기관차, 산악 험로 등 오프로드에 강점을 보인 브랜드였던 만큼, 전기차를 내놨다는 건 살짝 생소할 수도 있겠다. 어벤저는 그러나 지난 2022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후 유럽시장에서만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소비자 인기가 높다. 그 배경엔 실용성이 한몫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프는 주로 덩치가 큰 오프로더를 연상시켜왔지만, 어벤저는 그야말로 ‘작은 지프’, ‘깜찍한 지프’로 통한다. 지프 고유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건 지프 마니아들에겐 이질감을 없애는 요소다.

어벤저는 전장이 4085mm, 전폭 1775mm의 콤팩트한 모습이지만, 지프 고유의 당당한 스타일은 그대로다. 간결하지만 또렷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LED 주간주행등(DRL)과 전통을 잇는 세븐 슬롯,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강단을 엿보인다. 지상고는 200mm를 넘기는 수준이다.

루프와 윈도우 라인은 블랙 색상으로 일체감을 높인다. 리어 도어핸들은 쿼터 글래스 쪽에 자리해 편의성을 높였다. 클래딩 처리된 앞·뒤 휠 하우스는 캐릭터 라인과 맞물려 볼륨감을 높인다. 18인치 알루미늄 휠은 깜찍한 모양새다.

‘X’자 형상의 리어램프도 지프 만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스톱램프 일체형의 스포일러가 적용돼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리플렉터는 깜찍함을 더하는 디자인 언어다. 리어 범퍼는 블랙 색상으로 프론트에서 리어에 이르기까지 통일감을 부여한다. 디퓨저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어벤저는 콤팩트한 사이즈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의 실내 디자인 구성은 오히려 공간감을 부여한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로 ADAS나 공조장치 등을 미리 조절할 수 있다. 물리 버튼류도 동시에 적용돼 조작감을 높인다. 변속 레버 대신 버튼류로 대체한 점도 포인트다. 사용감이 뛰어나다.

지프 어벤저는 54kW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115kW, 최대토크는 270Nm의 힘을 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정숙하다. 전기차인 만큼 지프 브랜드가 그간 보여줬던 터프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액셀러레이팅에서는 전기차 고유의 탄력적인 반응이다. 차체는 가벼운 감각인데, 사이즈가 콤팩트한 만큼 시내 주행에서의 차선 변경은 민첩하고 빠르다. 다만, 좌우 방향지시등을 활성화 시키는 경우 ‘쿵~짝’거리는 사운드는 왠지 살짝 서먹한 분위기다. 장난기가 인위적으로 서려있는 모양새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사운드 대체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일반 모드에서 속도를 높이는 경우 풍절음이나 진동소음은 적절히 차단된다. 실내는 정숙한 분위긴데,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히 강점이다. 스포츠 모드에선 치고 달리는 맛도 살아있다. 그렇다고 폭발적으로 달리면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쪽은 아니다. 도심형 콤팩트 SUV로서의 범주를 교묘하게 벗어나지 않는 적절한 세팅이다.

주행 모드는 샌드나 머드, 스노우 등 다양한 점도 매력이다. 콤팩트한 사이즈이면서도 트랙션 컨트롤이나 셀렉 터레인 등 지형설정 시스템이 갖춰진 건 지프 브랜드서의 강점이기도 하다. 폭설이 내린 날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은 유지한 건 매력이다.

주행 중 전방충돌경고시스템을 비롯해 보행자, 자전거 감지 긴급브레이킹, 차선유지시스템, 스탑앤고, 크루즈컨트롤, 교통표지판인식시스템 등은 안전운전을 돕는다. 차체 몸집이 작은 만큼 좁은 길 주행이나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한결 여유롭다.

어벤저는 한번 충전으로 293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도심 주행에서는 313km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시승 중 실제 복합전비는 6km/kWh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충전 후 주행거리가 짧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 운전에서는 그닥 불편한 건 아니었다. 고속으로 15분 정도 충전만으로도 1주일 가까이는 시내에서 탈 수 있는 정도다.

지프 어벤저는 다재다능함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오프로드에 강한 지프 브랜드 고유의 ‘뿌리’를 이어가면서도 도심형 콤팩트 전기 SUV로서 실용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코닉한 스타일과 경제성을 지닌 점도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지프 어벤저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별 모델에 따라 론지튜드(Longitude) 5290만원, 알티튜드(Altitude) 56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