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유려한 디자인에 감칠맛 더하는 퍼포먼스..로터스 엘레트라

[용인=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전기차 시대를 맞아 영국의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가 선보인 엘레트라(Eletre)는 보기 드문 하이퍼 SUV에 속한다. 모던하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유려한 디자인에 슈퍼 스포츠카 못잖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작년 8월 벤츠 EQE 화재 이후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엘레트라는 디자인에서부터 달리기 성능, 주행거리에 이르기까지 내연기관차나 전기차 고유의 강점을 뛰어넘는 돋보이는 모델이라는 말이 나온다.

로터스 엘레트라는 SUV이면서도 물 흐르듯 유려한 라인을 담고 있다. 아름답고 역동적인 모습이다. 헤드램프를 제외하고 언뜻보면 하이퍼 전기세단 에메야(Emeya)와 쌍둥이 모델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가까이서 지긋이 살펴보면 강렬한 맛을 더한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스타일이다.

LED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은 직선 라인이 강조돼 날렵함이 더해졌다.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프론트 범퍼에서 프론트 휠 하우스, 리어 휠 하우스에서 리어 범퍼로 이어지는 구조는 공기가 잘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차별적이다. 공기저항계수는 SUV이면서도 Cd 0.26 수준이다.

길게 세팅된 후드에서 윈드 글래스, 루프라인을 거쳐 리어 글래스 라인은 한없이 유려하다. 일체형 대신 분리된 리어 스포일러도 고속주행에서 다운포스를 감안한 디자인이 채용됐다. 좌우를 잇는 LED 리어램프는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때문이라는 게 벤 페인(Ben Payne)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실내는 럭셔리하면서도 모던한 감각이다. 여기에 창의성이 더해졌다.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은 조작감이 용이하다. 12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모드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 센터터널엔 무선 핸드폰 충전기가 적용됐고, 금색과 금띄로 치장한 버튼류와 컵홀더가 눈에 띈다. 가죽 재질의 시트와 탄소섬유 재질의 패널 등 소재는 고급스럽다.

엘레트라는 S와 R 등 두 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엘레트라 S는 450kW 용량의 전기모터가 적용돼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72.4kg.m의 힘을 발휘한다. 참고로 초고성능 엘레트라 R은 918마력의 출력을 지닌다.

엘레트라 S는 CATL에서 공급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가 탑재되는데, 한번 충전으로 600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이면서도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은 차별적 강점이다. 80%까지 완충 시간은 20분 정도다. 단 5분 정도 충전 후 120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스마트키는 깜찍하고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인데, 이런 스타일은 처음 본다. 조작감 뿐 아니라 소지하기에도 편하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차량에 접근하면 플러시 타입의 도어핸들이 튀어나온다. 벌써, 시동이 걸렸다는 의미다.

하이퍼 SUV 모델로서 엘레트라의 시트 착좌감은 살짝 하드하다. 주행 시간이 길수록 시트 감각은 편안함이 더해진다. 고속주행에서 몸을 제대로 잡아줘 안정적이다. 출력 펀치력이 워낙 강력한 고성능 모델인 만큼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도 차가 툭 튀어나가는 반응이다.

주행 시 저속이나 고속에서도 풍절음은 잘 절제된다. 서스펜션은 하드한 감각이지만, 전자제어식 댐핑시스템이 갖춰져 안락한 주행감도 맛볼 수 있다. 차체의 무게나 속도에 따라 지상고는 25mm까지 낮춰진다. 온로드 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주행성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주행모드는 투어모드가 기본이다. 에너지 소비의 균형을 유지한다. 레인지 모드는 주행 거리를 좀 더 늘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는 그야말로 파워트레인과 섀시 반응을 날카롭게 지원한다. 퍼포먼스와 와인딩 로드에서의 핸들링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다.

엘레트라는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이 갖춰졌는데, 용인에 위치한 스피드웨이 서킷의 급커브 헤어핀 구간에서는 SUV이면서도 짜릿한 드리프팅으로 어렵잖게 빠져나오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점도 돋보였다.

이외에도 오프로드 모드, 인디비주얼 모드, 트랙 모드 등이 지원되는데, 운전자의 취향이나 개성, 도로의 상태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엘레트라의 달리기 성능은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선보인 국산 및 수입 전기차 중 최고로 꼽힌다.

로터스가 선보인 엘레트라는 지금까지 봐왔던 고성능 내연기관차를 뛰어넘는 하이퍼 전기 SUV로 평가할 수 있겠다. 고성능이면서도 주행거리는 트림별 모델에 따라 600~490km에 달한다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공기역학적인 구조의 창의적인 디자인에서 부터 달리기 성능 등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굳이 흠잡을 만한 틈이 없는 수준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엘레트라 S는 1억 7900만원, 엘레트라 R은 2억 900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