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선보인 프리미엄 대형 SUV GLS600 4MATIC 마누팍투어는 단순한 공산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고급스러움을 넘어서 사치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실내 마감재, 퍼스트 클래스에 탄 듯한 포근한 시트, 8기통 엔진과 화려한 외관은 많은 이들의 선망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 낭만 가득, 대안 없는 8기통 엔진..똑똑한 9단 변속기는 ‘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600 4MATIC 마누팍투어는 배기량 4000cc V8 가솔린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549마력, 최대 토크는 78.5kg.m를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4.9초가 소요된다. 공차중량이 2835kg에 달하는 거구의 SUV임을 고려하면, 꽤 뛰어난 수치다. 이에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6.1km/ℓ에 불과하지만, 똑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시내 주행 시 실연비는 약 8km/ℓ를 웃돈다.
사실상 적수가 없다.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이 임박한 상황에서, 8기통 엔진을 포기 못 한 벤츠의 속내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시내 구간에서는 우아한 엔진음을 필두로 S클래스 못지않은 부드러운 필링이 발끝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의 전개량에 따른 트랜스미션 로직이 폭 넓어, 오너드리븐 또는 쇼퍼드리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고속 영역에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필링이 일품이다. 엔진 회전수(RPM)를 2000 이상 사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연비와 정숙성을 위해 고속 구간에서 기어비가 촘촘하게 세팅된 만큼 킥 다운이 자주 이뤄진다. 그럼에도 미션의 체결 감이 워낙 부드럽고 신속해 불쾌함은 느낄 수 없다. 덕분에 자신의 덩치를 망각한 듯한 시원한 가속력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공회전을 제한하는 ‘스톱 앤 고’의 로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옵션은 정차 시 엔진을 꺼버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거나 엑셀을 전개할 때 엔진을 가동해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오늘날에는 보급형 차량에도 기본으로 적용되는 옵션인 만큼, 특별한 기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에 해당 옵션을 다루는 많은 완성차의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이질감도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정차 후 가속 시에도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바흐 GLS600의 스톱 앤 고 로직은 개선의 여지가 분명했다. 정차하기 직전에 시동을 꺼버린 후, 오토 홀드 시스템이 작동되는데 체결 감이 좋지 못했다. 마치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으로 감속하던 중, 클러치 조작을 실수로 시동을 꺼트린 듯한 울컥거림이 연출됐다.
물론, 주행 환경에 따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점과 쇼퍼드리븐 특화 드라이브 모드인 마이바흐 모드를 활용할 경우 그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만큼 큰 단점으로 꼽을 수는 없겠다.
■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승차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600 4MATIC 마누팍투어는 MBC(매직 바디 컨트롤)보다 한세대 진보한 E-ABC(E-액티브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한마디로 가변식 댐핑 기능이 장착된 전자 유압식 서스펜션과 전방의 노면 상태를 읽는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다. 덕분에 SUV임에도 불구하고, 세단을 능가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품이다.
거친 노면에서도, 부드러운 노면에서도 한결같은 승차감인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따금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어도, 컵홀더에 담겨있는 음료는 넘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심 지역에서는 노면을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정말 압권인데, 경쟁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그 진가는 고속 영역에서도 톡톡히 발휘됐다. 140km/h를 넘을 경우, 차체의 지상고가 약 15~25mm가량 낮아지는데, 서스펜션의 감쇠력도 단단해져 스포츠 세단의 준하는 안정성이 연출된다. 급격한 차선 변경 시에도 불쾌한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으며, 일말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GLS600은 SUV로써의 본질도 잊지 않았다. 험준한 비포장길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필두로 자신만의 색채를 짙게 그려냈다. 미끄러운 진흙과 자갈밭에서도 거침없었다. 특히, 차량의 바퀴가 노면에 빠져 구동을 할 수 없을 때 차량이 춤을 추는 듯한 바운스를 줘 탈출하는 프리 드라이빙 어시스트도 장착된 만큼 뛰어난 활용성을 자랑한다.
■ “이걸 자동차라고 정의할 수 있나”..사치스러움 가득한 디자인
독보적인 승차감에 발맞춰, 내·외관 역시 화려하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트렌드를 전부 반영한 단아한 디자인, 부드러운 가죽과 푹신한 마감재는 마치 7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연상케 한다.
우아한 세로형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보닛 상단에 자리 잡은 ‘마이바흐’ 앰블럼, 사이드 가니쉬에 자리 잡은 마이바흐 모노그램은 보는 주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23인치 멀티 스포크 휠은 ‘덤’이다. 또한, 보디 컬러는 코치라인을 필두로 투톤 컬러가 적용됐는데 색감이 꽤 고급스럽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과 차량을 바라보는 거리에 따라 색상이 묘하게 변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인테리어의 경우, 미적인 시각으로나 기능적인 관점으로나 우수했다. 가죽의 촉감이 매우 부드러웠으며, W222 S클래스에 적용돼 호평을 얻었던 피아노우드 락커트림도 적용됐다. 핸들의 경우 3스포크 타입이 적용됐는데, 촉감이나 형상도 완벽했다. 아울러, 핸들의 겉면을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마감해 촉감이나 편의성을 비롯해 관리 측면에서도 용의하다.
시트의 기능과 형상도 우수했다. 시트 표면과 등받이 중앙 부분에 적용된 고품질 다이아몬드 패턴 퀼팅이 적용됐으며, 장거리 운행 시에도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특히, 2열 시트의 경우 퍼스트클래스를 연상케 하는 수준으로 눕혀진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신장을 가진 이가 누워도 답답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도한 11.6인치의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암레스트에 적용된 7.4인치 탈착식 태블릿도 탑재된다.
마사지 기능의 경우, 국산 차에 적용되는 타격 방식보다는 강도가 덜 한 편이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꽤 알차 부담 없는 피로 해소가 가능했다.
■ “너무 많네, 뭘 먼저 써야하지”..차고 넘치는 첨단 옵션
우선 벤츠의 전매특허인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됐다. 실내 트림과 도어, 파노라마 썬루프, 레그룸 등도 점등되는 만큼 발광 범위도 꽤 넓은 편이다. 발광량도 높은 편이다. 실내의 온도를 조절할 경우 유기적으로 색상이 변동되는 등의 기믹도 대거 적용된 만큼, 고객 선호도가 높은 옵션이다.
아울러 2세대 MBUX가 적용돼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도 마련됐으며, 마이바흐 전용 테마도 지원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마이바흐 GLS600에는 벤츠의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 및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최대 100km/h의 속도 범위 내에서 도로 위에 정지되어 있는 차량에 반응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360도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감지하는 액티브 스티어링 어시스트 등이 포함된다.
특히 360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패키지도 적용됐다. 투명 보닛 2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오프로드 모드 주행 시 중앙 디스플레이에 운전자의 시야가 닿지 않는 차량 전면 하부의 가상 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MBUX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과 HUD, 하이패스 시스템 등도 적용된 만큼 뛰어난 상품성이 돋보인다.
■ 총평
사실상 대안이 없다. 내연기관 시대가 황혼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8기통 엔진을 품은 럭셔리 대형 SUV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차종은 마이바흐 GLS600이 유일한 탓이다. 대체 불가능한 고급스러움과 독보적인 상품성을 품은 만큼, 뚜렷한 적수가 없다.
냉철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은 성공한 사업가라면, 럭셔리 프리미엄 대형 SUV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낸 마이바흐 GLS600의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600 4MATIC 마누팍투어의 국내 출시 가격은 3억 1760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클래스가 다른; 자동차 뉴스 채널 데일리카 http://www.dailycar.co.kr 본 기사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밝히셔야 하며 기사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