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9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의 스탠리 위팅엄(M. Stanley Whittingham, 1941~) 교수, 텍사스대학교의 존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1922~2023) 교수, 일본 메이조대학교의 요시노 아키라(1948~)교수를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했습니다. 선정 이유는 바로 ‘리튬이온배터리 개발’ 이었습니다.
■ 1회용이 아닌 '재충전하는 세상'을 만들다
먼저, 국적도 나이도 다른 공동수상자들의 업적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연구 실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스탠리 위팅엄 교수는 1970년대에 리튬이온배터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는 석유파동이 일어나며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였는데요. 스탠리 위팅엄 교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와 한번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탠리 위팅엄 교수, 존 굿이너프 교수, 요시노 아키라 교수) (삼성SDI 제공)
그리고 마침내 이황화티타늄(TiS2)을 양극재로 하고 리튬메탈을 음극재로 하는 2볼트 배터리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가 1.5볼트인 것을 생각해볼 때 2볼트는 사실 많이 높아진 수치가 아니었다보니 당시 그의 연구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훗날 리튬이온배터리의 개발에 밑그림을 제공하는 성과로 재평가를 받게 됩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스탠리 위팅엄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기본 개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날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개발한 배터리는 리튬메탈의 전자가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전류를 흐르게 하는 구조로, 오늘날 리튬이온배터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탠리 위팅엄 교수의 리튬이온배터리 모델 (삼성SDI 제공)
스탠리위팅엄교수의 연국를 발전시킨 사람은 존 굿이너프 교수입니다. 존 굿이너프 교수는 스탠리 위팅엄 교수의 연구를 보고 황화금속(이황화티타늄) 대신 산화금속을 사용해 더 높은 전압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다.
그리고 1980년에 리튬 코발트 산화물(LCO)을 양극재로 이용해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설계한 것보다 2배나 높은 4볼트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배터리 용량 또한 획기적으로 늘었습니다.
리튬 코발트 산화물은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서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양극재입니다. 존 굿이너프 교수의 연구는 오늘날의 리튬이온배터리에 한층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연구 또한 상용화의 길은 가지 못했습니다. 음극재인 리튬메탈은 공기 중에서는 검게 산화되고 물에 넣으면 기포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공기와 물에 쉽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시 존 굿이너프 교수가 풀지 못한 난제는 다음 연구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존 굿이너프 교수의 리튬메탈음극재 문제를 해결한 연구자입니다. 그는 1972년 화학기업으로 유명한 아사히카세이(旭化成)에 신입 연구원으로 입사해, 작고 가볍고 폭발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만든다는 목표로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그 때 참고했던 것이 바로 존 굿이너프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었죠.
존 굿이너프 교수의 리튬이온배터리 모델 (삼성SDI 제공)
그는 1985년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특허를 출원합니다. 오랜 문제였던 반응성이 강한 리튬메탈 대신 석유코크스(탄소 소재)를 음극재로 사용함으로써 폭발의 위험성을 해결했습니다.
그가 사용한 석유코크스는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의 원재료입니다. 20년 이상 기업에 근무하면서 이룬 업적을 통해 현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난제를 해결한 셈입니다.
이렇게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정립한 개념을 바탕으로 굿이너프 교수가 양극재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어 요시노 아키라 교수가 음극재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리튬이온배터리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날 리튬이온배터리는 2차전지의 대명사로 불리며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시노 아키라 교수의 리튬이온배터리 모델 (삼성SDI 제공)
이들 세 명의 배터리 개발 연구자들은 인류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배터리 연구를 진척시켰다는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무엇보다 세 연구자의 업적은 인류에게 ‘충전이 가능한 세상(rechargeable world)’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개발의 가장 큰 의의는 화석연료 없이 ‘지속가능한 지구로의 전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역시 리튬이온배터리가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로 한발 다가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지난 150여 년간 화석연료는 인류에게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인류는 석탄, 석유, LNG 등 화석연료를 통해 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은 발전하고 인류는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은 환경오염의 주 원인 중 하나로 대두되며, 오늘날 친환경에너지 자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큰 계기가 됩니다.
최근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동공구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고, 태양광, 풍력 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미래 시대에 배터리가 보여줄 기대감이 적잖은 대목입니다.
삼성SDI, 유연한 폼팩터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제공 (정리=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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