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차전지와 2차전지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1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2차전지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배터리는 화학전지(chemical cell)입니다. 화학은 물질의 변화를 탐구하는 학문이죠. 화학전지 역시 물질의 변화를 통해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화학전지는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말합니다.
‘산화’와 ‘환원’이란 말이 나오니 갑자기 머리가 아프시죠? 그럼 잠깐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사과를 잘라서 상온에 두는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못이나 삽 등으로 철이 녹스는 것을 관찰했던 실험은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과의 하얀 속살은 갈색으로 변하고 광택이 돌았던 못이나 삽은 녹이 슬게 되죠.
산화과정 (삼성SDI 제공)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산화작용을 이미 배웠습니다. 사과를 갈색으로 바꾸고 철을 녹슬게 한 주범은 무엇인가요? 공기입니다. 그런데 공기 중에는 수많은 기체가 포함돼 있죠. 엄밀히 말하면 산소가 진짜 범인입니다.
산소는 분자나 원자와 결합할 때 갈변이나 부식 등의 반응을 일으키는데요. 그 때문에 산소와 결합하는 반응을 ‘산화’라고 하고 반대로 산소를 잃게 되는 반응을 ‘환원’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왜 산소는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킬까요?" 이것 역시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습니다. 산소의 원자번호는 8번인데요. 산소의 원자를 보면 핵에는 양성자가 8개인데 최외각에 있는 전자는 6개입니다. 이 6개의 전자를 흔히 6마리의 불안한 늑대들이라고도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최외각에 있는 전자는 8개일 때 가장 안정적이므로, 불안정한 전자 6개는 다른 곳에서 2개의 전자를 가져오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이든 산소와 결합하면 전자를 빼앗기고 성질도 변하게 되는 것이죠.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연구하던 화학자들은 여러 물질을 연구하면서 산소가 아닌데도 전자를 빼앗고 돌려주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산소뿐 아니라 어떤 물질이든 전자를 잃을 때는 산화라고 하고 얻을 때는 환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자고 합의를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 끝에 모든 전자의 이동을 산화와 환원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복습이 길었습니다. 다시 화학전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죠.
화학전지는 전자의 이동으로 나타나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인데요. 전자를 잘 빼앗는 물질들은 주로 비금속이고, 전자를 잘 잃어버리는 물질들은 주로 금속입니다. 화학전지에 금속을 소재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1차전지 역시 양극과 음극에 금속을 사용합니다. 산화 경향이 큰 금속은 양극에 배치하고 환원 경향이 큰 금속은 음극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그럼 다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1차전지는 왜 충전이 안 될까요? 가장 먼저 1차전지를 만드는 과정에는 충전이라는 단계가 없습니다. 간혹 1차전지를 한 번 충전해서 한 번 사용하는 배터리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산소 원자와 최외각 전자 (삼성SDI 제공)
거듭 강조하지만 1차전지에는 충전이란 과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충전도 하지 않은 배터리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죠? 그 답은 산화·환원 반응에 있습니다.
1차전지는 음극이 내보낸 이온을 양극이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방전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방전이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전기가 흐르는 것은 현상의 하나일 뿐입니다.
1차전지가 방전되는 과정에서 양극, 음극, 전해질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금속의 결합 구조가 바뀌면서 성질이 변하고 모양도 바뀝니다. 전해질의 성분도 바뀝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가역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비가역적이라고 함은 한 번 반응이 일어난 후에는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변색된 사과나 녹슨 못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1차전지 역시 방전 후에는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것은 1차전지와 2차전지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한데요. 2차전지의 화학 반응은 가역 반응, 즉 되돌릴 수 있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1차전지와 차이가 있습니다. 가역 반응과 비가역 반응의 차이로 1차전지는 충전 과정을 거친다 해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 1차전지를 2차전지로 오해하고 충전기에 꽂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알칼리망간건전지의 음극과 양극에 전기를 연결하고 충전을 시도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도 수분 내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시간 두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방전된 건전지에 전기를 통하게 하면 전기가 전해질에 포함된 물과 반응해 전기분해가 일어납니다. 알칼리망간건전지의 음극과 양극의 성분이 다른 이유로 음극에서는 수소기체가 발생하고 양극에서는 산소기체가 발생합니다.
만일 두 기체가 섞이면 대폭발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칼리망간건전지에는 충전 금지라는 주의사항이 붙어 있죠. 대부분의 1차전지에 전기를 통하게 하면 기체가 발생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 2차전지인 납축전지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납축 전지의 원리 (삼성SDI 제공)
앞서 1차전지가 충전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2차전지가 충전되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죠. 2차전지 중 가장 큰 형님 겪인 납축전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납축전지의 발명가 가스통 플란테는 약 20년간 연구한 끝에 납축전지를 발표하게 되는데요. 충방전이 가능한 2차전지를 발명하게 된 결정적 해결점은 극판에 납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납축전지는 양극판, 음극판, 전해질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양극은 과산화납이 사용되고 음극은 납이 사용됩니다. 완충 상태의 납축전지에는 양극의 과산화납과 음극의 납 그리고 물과 묽은 황산이 섞인 전해액이 있는데요. 방전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의 과산화납과 납이 모두 황산납으로 바뀌고 전해액 속의 황산은 줄어들어 물만 많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완전히 충전되면 극판의 황산 비중이 줄어들고 전해액에는 황산 비중이 높아져 양극은 과산화납, 음극은 납으로 돌아가고, 전해액도 물과 묽은 황산이 섞인 상태가 됩니다.
달리 말하면, 납축전지는 방전 시에는 음극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나고, 양극에서 환원 반응이 일어납니다. 충전 시에는 반대죠. 모두 가역 반응이라 충전과 방전을 지속할 수 있죠. 앞서 소개한 대로 납축전지는 1859년에 발명된 이후 현재까지 160년 이상 자동차용 배터리로 쓰이고 있는데요. 오래도록 현장에서 사용된 것은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납축전지의 가장 큰 장점은 싼 가격입니다. 납은 비철금속으로 아연보다 저렴하고, 니켈과 비교하면 5분의 1에서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그만큼 재료 수급이 쉽죠. 구조가 간단해 유지보수도 쉬운 편입니다. 요즘 자동차용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교체를 선호하지만 과거에는 물과 황산을 보충하는 유지보수를 종종 했습니다.
그 다음 장점으로는 전해질의 영향으로 저온과 고온 방전이 우수한 점과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전류를 방전하는 점을 꼽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크기로 제작해 대용량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2차전지가 개발되고 시판되는 것을 보면 납축전지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겠죠? 대표적인 단점은 2차전지 대비 수명이 짧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것입니다.
자동차용 납축전지는 큰 상자처럼 생겼는데요. 그 안에 2.1볼트의 전력을 가진 단위 셀 6개가 들어가 있죠. 이들 셀을 직렬로 연결해야 12~13볼트의 필요 전력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비교적 자기방전이 심하고 방전 후 장기 보전이 어려운 점, 작은 사이즈로 개발이 어려운 점, 주재료인 납이 중금속이라는 점, 수소가스 발생으로 화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납축전지는 자체적으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새로운 2차전지의 보급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정체기를 맞고 있습니다.
■ 2차전지의 가격을 내리고 성능을 올려라
2차 전지의 발전사 (삼성SDI 제공)
앞서 소개한 최초의 2차전지인 납축전지는 충방전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부피가 크고 수명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죠. 자동차와 산업기기의 구동에 필요한 보조 장치로써 사용되는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연구자가 납축전지를 보며 ‘단점은 해소하고 장점을 배가한 새로운 2차전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열정을 불태우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납축전지는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이후 2차전지에 이름을 올린 배터리는 1948년에 발명된 니켈카드뮴배터리입니다. 흔히 니카드배터리로 불리며 전자기기에 사용돼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니켈카드뮴배터리는 납축전지보다 튼튼하고 충격에 강하며, 사용이 편한 밀폐형으로 만들 수 있어 휴대용 면도기, 무선 전화기, 전동공구에 사용되었고 휴대기기의 성장세와 함께 새로운 시장의 주역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성능이 저하되는 일명 ‘메모리 효과’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가 점차 떨어졌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을 사용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죠.
1990년 니켈카드뮴배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니켈수소배터리입니다. 니켈수소배터리는 니켈카드뮴배터리보다 용량이 2배에 달하고 안전성이 높아 핸드폰과 노트북 등 새롭게 등장한 전자기기에 채용되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리튬이온배터리가 보급되기 시작하자 성장세는 멈추게 됩니다. 리튬이온배터리가 고용량과 장시간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죠.
화학 전지의 분류 (삼성SDI 제공)
1차전지의 대표 선수로 꼽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1990년대 초반에 등장했습니다. 1991년 소니가 상용화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높은 용량을 들 수 있는데요. 리튬이온배터리 1개는 니켈계 배터리 3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여서, 휴대용 전자기기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또 간헐적이고 반복적인 충전에도 메모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핸드폰과 노트북에 매우 적합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이런 월등한 성능 차로 1990년대 중반에 비교적 고급 사양에 채용된 리튬이온배터리는 2000년대 중반에는 전 기종으로 확산됩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편익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운데요. 리튬이온배터리의 대중화를 위해 학계와 산업계의 고군분투가 상당했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기아 EV6 스탠다드
삼성SDI 제공 (정리=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클래스가 다른; 자동차 뉴스 채널 데일리카 http://www.dailycar.co.kr 본 기사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밝히셔야 하며 기사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