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시에,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최고의 쇼퍼드리븐 세단이다.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경쟁 차량을 압도하는 첨단 옵션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적용된 만큼 존재감이 독보적이다.
경쟁 차량인 벤츠의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과 어깨를 견줄만한 완성도를 지녔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NVH 성능, 실내 마감 품질 부문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공조기 버튼의 재질과 센터패시아의 레이아웃은 ‘직관성’에 너무 치우쳐진 탓에 미적인 관점에서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 제네시스의 비장의 무기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탐나는 파워트레인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은 배기량 3500cc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기본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380마력, 최대 토크는 54kgf.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5.5초가 소요된다.
공인 연비는 2WD 19인치 기준 복합 8.9km/l, 고속 10.8km/l, 도심 7.7km/l다.
여기에 600만원을 추가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추가할 경우, 최고 출력은 35마력 늘어나 415마력, 최대 토크는 2kgf.m 증가해 56kgf.m다.
공인 연비의 경우 2WD 20인치 기준 복합 9.1km/l, 고속 11.2km/l, 도심 7.8km/l로 소폭 증가한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하위 모델인 G80과 GV80, G70과 GV70에 적용되는 만큼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제네시스 G90
그러나 G90의 지향점에 맞춰 세팅 값을 바꾼 덕분에 성향이 완전히 달랐다. 발진 성능은 다소 아쉬웠으나, 어떠한 영역에서도 정숙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연출해 냈다. 터보렉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아 내연기관에 준하는 정도다.
아울러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적용된 차량의 경우, 전기 모터의 개입 빈도가 꽤 잦은 편이다. 덕분에 도심 구간이나 정체 구간에서도 엔진의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주행하는 일이 빈번하다.
연료 효율이 높아지는 점은 물론이며,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성이나 필링도 고급스러움이 배가돼 사실상 ‘필수 옵션’과 다름없으며 경쟁 차량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었다.
다만 트랜스미션은 ‘보수적’이었으며, 뛰어난 동력 성능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가속 시 기어를 변경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으며,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쇼퍼드리븐 차량인 만큼’부드러운 승차감‘에 중점을 둔 만큼 큰 단점으로 볼 수는 없다.
■ 자연스럽고 잘 정돈된 승차감..’황금 셋팅값‘ 찾았나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가 드디어 독자적인 승차감 세팅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브랜드 출범 당시, 내수 시장 중심의 고객층을 고려해 ‘물침대’와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이 주를 이뤘다. 이는 출범 후 빠르게 입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문제는 SUV 라인업인 ‘GV’ 시리즈의 첫 번째 차량인 GV80으로부터 시작됐다. 그간 수출 시장도 확대돼 ‘물 침대’와 같은 승차감을 고수할 수 없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도 유럽 스타일의 단단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이에 GV80은 유러피언 스타일을 표방하는 승차감을 품은 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했다. 단단함을 넘어서 너무 딱딱했다. 요철을 넘을 때면 곡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부분 변경 모델에서는 승차감이 대폭 개선돼 부드러운 승차감이 연출됐지만, 일각에서는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제네시스 G90
하지만 G90은 그사이의 값을 잘 찾아낸 모습이다. 오너드리븐으로도, 쇼퍼드리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포용력 높은 승차감이다. 완성도가 높았으며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웬만한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들보다 세련된 승차감을 연출해 냈다.
도심 지역에서는 감쇠력을 낮춰 아스팔트를 미끄러지듯 부드러웠으며, 고속 주행 시에는 단단하게 조여지는 덕분에 안정성이 뛰어났다.
자연스러웠고 세련됐으며, 이질감 없이 담백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이다. 각종 첨단 옵션으로 무장한 차량 대비 단단했지만, 잘 정제된 덕분에 부담감 없이 오랜 시간 편안하게 주행이 가능했다.
특히 ‘후륜 조향’이 적용된 만큼 유턴 시 회전 반경이 매우 좁았으며,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도 자신의 덩치를 잃어버린 듯한 날렵한 거동이 돋보였다.
보디 라인은 매끄러운 곡선 형태가 주를 이루면서도, 그릴과 사이드 필러 등에 포인트를 줘 세련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냈다.
■ 제네시스 패밀리 룩의 정점..정말 탐난다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의 디자인은 대형차 중에서도 꽤 파격적인 편이다. 곡선 형태를 보디 형태를 적용하면서도, 곳곳에 각진 포인트를 연출했다.
덕분에 전작 대비 다양한 소비자층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G-매트릭스 패턴을 엇갈리게 두 층으로 쌓아 올린 ‘레이어드 아키텍쳐’와 얇은 두께의 두 줄 헤드램프 덕분에 플래그십 세단으로써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이어 제네시스의 전매특허인 클램셸 후드 덕분에 사이의 이음새를 최소화하고, 부드러운 곡선 라인이 헤드램프와 자연스럽게 연출된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윈도우 라인은 포물선 형태로 디자인돼 뒷좌석의 개방감을 확보하면서도 두터운 C필러와 조화를 이뤄내 안정감을 더했다.
실내 디자인도 완벽했다. 최신 옵션을 대거 적용하면서도,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를 충실히 이행해 낸 모습이다.
간결하고 고급스러웠으며 주행 시에도 운전자의 시선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채택됐다.
이 밖에도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 적용됐는데, 기능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뛰어났다. 주차나 주행 중에는 도어 패널 속으로 숨겨져 공기 저항계수를 낮추는 것은 물론, 이지 클로즈 시스템을 활용해 문이 전동으로 닫혔을 때의 경험은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총평
제네시스 G90
쟁쟁한 수입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완성도가 상당했으며, ‘국내 한정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실력과 매력을 갖췄다.
각종 첨단 옵션은 물론, 광활한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어우러진 점은 동급 최강 수준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세련된 디자인도 칭찬할 만하다.
구매할 여력이 있다면, 플래그십 세단의 구매를 염두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G90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깐깐한 국내 시장을 넘어, 콧대 높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켜낸 G90의 국내 출시 가격은 9760만원부터 시작된다.
제네시스 G90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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