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약 8만 대의 어린이 통학버스 중 99% 이상이 디젤 차량이다. 이들 차량은 하루 100km 이상 도심을 반복 운행하며 질소산화물(NOx),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탄소(CO₂) 등 유해 물질을 대량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률은 1% 미만에 그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비용 구조가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1년 '통학차량 친환경 전환 로드맵'을 통해 2024년 말부터 신규 디젤 통학버스 등록을 금지할 계획이었으나, 국회는 전기차 양산 체계와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2026년으로 2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제도는 존재하지만 기술과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탄소중립 간극'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ST1 섀시캡 출시 맞이 업피터스 데이 개최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중형 전기 승합차 'CV1'은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엠티알이 공동 개발한 이 차량은 15~17인승 규모로, 기존 내연기관 중형 승합차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수요응답형 교통(DRT) 서비스와 통학차량 운영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저상 설계와 자동 슬라이딩 도어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접근성이 강화됐으며, 카니발 두 대 분량의 수송력을 확보하면서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 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국내 중형 전기 승합차 보급률은 1%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중국산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대형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중국산 점유율은 2021년 31%에서 2023년 52%로 급격히 증가했다.
ST1 하이탑
이는 국내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보급 초기 단계에서 정책 대응이 늦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형 전기 승합차 시장만큼은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국산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해외의 움직임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고령자를 위한 전기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통학차량을 무공해차(ZEV)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일본도 저상형 전기 셔틀을 복지 교통망에 접목하고 있다.
우리 역시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중형 전기 승합차에 대한 별도의 보급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엠티알, 11인승 전기 중형 승합차 CV1 (2025 서울모빌리티쇼)
동시에 DRT 및 통학버스 운영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일반 시민들이 새로운 전기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중형 전기 승합차가 실생활에서 자리 잡고, 기술적·사회적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중형 전기 승합차는 탄소중립이라는 환경적 과제와 교통약자 이동권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현대차 ST1 개조한 R1 (동탄1신도시에서 이동 중인 R1)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전 수소경제위원회 위원)car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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