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BMW에게 ‘전륜 구동’은 아픈 새끼 손가락과 다름 없다. 파워트레인 자체의 완성도는 결코 낮지 않았지만, 자신들만의 색채도 옅었으며 다이나믹함도 덜한 탓이었다. 따라서 전륜 구동을 탑재한 모델들은 경쟁차량 대비 항상 ’2%‘가 부족했고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초석이 될 쿠페형 SUV 뉴 iX2 eDrive20는 M 스포츠 패키지는 지난날의 오명을 완벽히 탈피했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몸소 실천하면서도, 장거리 주행시에도 문제없는 편안한 승차감을 연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이다. 국산차와 유사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옵션의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또한, BMW의 전기차는 다른 브랜드처럼 과도하게 전기차임을 강조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계심을 줄이고,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BMW iX2
기자가 시승한 iX2는 중국 CATL사의 66.5kWh 용량의 배터리와 싱글 모터가 탑재됐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25.5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8.6초가 소요되며 최고 속도는 174km/h에서 제한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478km에 달하는만큼 효율성도 뛰어나다. 실제 iX1과 600km가량을 주행후 확인한 전비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울역에서 출발해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를 거쳐 경기도 수원 광교에 도착한 결과, 평균 전비는 5.6km/kWh를 기록했다. 제로백 측정을 위해 급격한 가속을 이어갔으며, 최고 속도 측정을 위해 통행량이 적은 새벽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주행한 점을 감안하면 꽤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BMW iX2
싱글 모터인만큼 발진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부스트 모드’를 활용해봐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으며, 하위급 모델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다만 그 질감은 상당히 우수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주행 감각을 선사하면서도, 주행 상황에 발맞춰 유동적으로 동력의 개입을 조절한다.
일상생활에서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꽤 파격적이다. 전기 SUV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다. 무게 중심과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았으며 잦은 곡선 구간에서도 좀처럼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웬만한 스포츠 세단에 준하는 정도의 날렵함을 지녔는데, 장거리 주행시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승차감은 ‘광기’에 가깝다.
BMW iX2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스키드 음’만 귓가를 가득 채울뿐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흐트러짐의 폭이 꽤 컸지만, 그마저도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의 형태도 꽤 편안했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에 따른 차체 거동의 변화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은 묵직해지긴 했으나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성을 민감하게 조정하고는 ‘스포츠 모드’를 적용했다고 호소하는 몇몇 브랜드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BMW iX2
시트의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베간자 스포츠 시트가 장착됐는데, 재질이나 모양도 아름다웠으며 ‘홀딩력’도 상당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라면 모두들 좋아할만한 시트임이 분명했다. 다만, 일반 대중들의 경우에는 다소 과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디자인도 완벽했다. 뉴 iX2의 전면부는 날렵한 디자인의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와 고유의 패턴이 적용된 BMW 키드니 그릴이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하단에 위치한 대형 공기흡입구는 더욱 과감한 인상을 더하고, 후면부의 유려한 지붕선은 리어 스포일러와 어우러져 BMW SAC 특유의 우아한 쿠페형 실루엣을 완성한다. 19인치 더블 스포크 휠과 M 전용 사이드 스커트는 역동적인 감성을 한층 더 강조한다.
실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며 스포티한 감성을 부각시킨다. 변속 레버와 컨트롤 패널이 통합된 플로팅 암레스트는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옵션도 뛰어나다. 최신 운영체제인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BMW OS 9)을 적용됐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7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완성도는 상당한 편이다.
BMW iX2
또한 고객 선호도가 높은 M 스포츠 가죽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주행감을 강조한다. 또한, BMW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선 충전 트레이,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 다양한 옵션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안전 옵션 역시 대거 적용됐다. 스톱&고를 지원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와 자전거 감지가 가능한 전후방 접근 및 충돌 경고, 차선 유지 보조 및 변경 기능 등을 제공한다.
주차 보조 시스템으로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장착돼 차량이 스스로 주차 공간을 인식하고 주차를 수행할 수 있다. 최대 50m까지 지나온 길을 기억하여 돌아가는 후진 어시스턴트와 차량 주변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3D 뷰 등을 포함한다.
BMW iX2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림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소재 등이 다양해진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트’ 부분은 완성도가 높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M 스포츠 모델이 적용될 경우 이 시트는 큰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현재처럼 단일 모델로 운영된다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겠다.
뉴 iX2 eDrive20는 M 스포츠 패키지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6470만원(부가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