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기아의 첫 전기 세단 EV4가 화려한 출사표를 던졌다. 쟁쟁한 경쟁 차량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디자인과 최신 주행 안전 옵션까지 기본으로 적용한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
또한 전륜 싱글 모터가 적용된 만큼,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시장에서도 문제없는 주행 능력을 지녔다. 특히 기존 후륜 구동 기반 E-GMP 플랫폼을 장착한 차량 대비 정비성이 뛰어난 점도 칭찬 포인트다.
효율성도 압도적이다. 17인치 휠을 장착한 롱레인지 모델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533km에 달하며 공인 전비는 6.2km/kWh에 육박한다.
아직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 기준 EV4의 실 구매가는 3400만원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덕분에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운 수입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악을 금치 못할만한 효율성..주행 감각도 ’우수‘
기아 EV4
EV4는 싱글 모터로만 출시되며,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한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이 적용된다. 배터리 라인업은 롱레인지와 스탠다드 두 가지로, 용량은 각 81.4kWh와 58.3kWh다. 두 모델 모두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28.3Nm으로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
배터리의 용량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전비 효율성이 뛰어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꽤 길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롱레인지 17인치 모델 기준 533km, 19인치 502km, GT라인 495km를 기록했다. 스탠다드의 경우 17인치 기준 382km, 19인치 354km를 달성했다.
이 같은 뛰어난 배경에는 뛰어난 전비를 꼽을 수 있다. 고속 주행 시 롱레인지 17인치 모델 기준 효율성은 6.2kWh,19인치 5.9kWh, GT라인 5.8kWh다.
하지만, 기자가 70km가량을 경쾌하게 달렸음에도 실 전비는 8km/kWh를 기록했다. 사실상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들과 효율성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EV4는 자동차 업계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하게 세팅돼 ‘전기차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췄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을 경우 토크가 즉각적 분출돼 ‘전동화 모델’의 장점을 살려냈다.
과거 전기차들은 내연기관과는 달리 ‘최대 토크’를 즉각적으로 분출해 낼 수 있는 점을 강조해 왔다. 덕분에 보급형 모델들도 스포츠 세단에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전비 효율성도 낮았고, 일반 소비자들이 다루기 벅찰 정도의 출력인 만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잦았다.
하지만 EV4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있게 설계됐으며, 전기차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했다.
■ 장거리 주행도 문제없는 부드러운 승차감..날렵함도 ‘기본 덕목‘
기아 EV4
EV4의 승차감은 현재 시판 중인 중형 세단보다 우수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급의 특성상 휠베이스(축거)가 짧은 만큼, 승차감과 고속 주행 시의 안정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꽤 잘 세팅됐다.
과속 방지턱과 요철 구간이 잦은 도심 지역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이다. 차체의 움직임의 폭은 꽤 큰 편이지만, 잘 정제돼 만족스러웠다.
상위 모델인 EV6보다는 고급스러움이 덜 했지만, 차급과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고속 주행 시의 안정성도 우수했다. 단단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차량의 목적성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날렵한 거동이 연출됐다. NVH도 뛰어나 불쾌함을 느낄 수 없었으며,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었다.
이 같은 장점들은 와인딩 구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프런트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잘 다듬어졌고, 차체의 무게 중심이 꽤 낮아 해치백 못지않은 날카로운 코너링 감각이 연출됐다.
그러나 뒷바퀴의 반응은 한 박자 느린 점과 요철 구간에서 특정 임계치에 도달하면’토션빔‘이 장착된 차들처럼 2열 하부에서’텅‘하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다.
일상생활에서 이 같은 주행을 이어갈 일은 드물다는 점과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면 단점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워낙’잘 만들어진 차‘인 만큼 아쉬움으로 남는 요소도 있지만, 여전히 뛰어난 능력치를 지녔음은 부정할 수 없겠다.
■ 볼 수록 매력 있는 파격적인 디자인
기아 EV4
EV4는 전장 4730mm, 전폭 1860mm, 전고 1480mm, 휠베이스(축거) 2820mm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연출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제원인데 기아가 제대로 해냈다.
수평 형태의 전면부 그릴과 수직 형태의 헤드라이트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충실히 연출해 냈으며, 기아의 최신 패밀리 룩인 타이거 페이스가 정점에 올랐음을 증명해 냈다. 덕분에 모던함과 날렵함을 동시에 연출돼 GT라인과 일반 모델 간 크게 차별점을 두지 않았음에도 완성도가 높았다.
측면부의 디자인은 다소 파격적이다. C필러부터 트렁크로 이어지는 윈도우 라인이 낮고 길게 연출된 덕분에 스포트백을 연상케 한다. 휀더 클래딩은 유광 블랙으로 마감돼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했지만, 고급스러움은 덜했다.
휠의 완성도도 역시 높았다. 다만 17인치의 경우 미래 지향적으로 디자인돼 눈에 익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인치 2종의 경우 대중적인 호감형 디자인이 적용됐다.
후면부는 전면과는 달리 각진 모습이다. 덕분에 공기 역학적인 측면에서는 이점을 취해 기아 차량 중 가장 우수한 공력 성능인 공기저항계수 0.23을 달성했다.
실내의 경우, 기아의 최신 전기차 라인업의 패밀리 룩이 적용됐으며,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기 디스플레이, 12.3인치 메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해상도가 높아 시인성이 뛰어났으며, 현대차그룹의 최신 운영 체제인 ccNc가 적용된 만큼 직관성과 확장성도 우수했다.
하지만 5인치 공조기 디스플레이는 개선의 여지가 분명했다. 운전석에 앉을 경우 핸들에 공조 화면이 가려져 직관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다. 물리 버튼으로 온도와 풍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반면 실내 소재는 차급을 상회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인 연구원들의 고뇌가 느껴졌다. 촉감은 부드럽지 않았으나 색감과 형태는 우수했다.
핸들의 경우 일반 모델은 2스포크, GT라인은 3스포크 타입이 적용된다. 두 모델 전부 투톤 컬러가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조작부 플라스틱 소재의 마감도 부드러웠다.
마지막으로 EV3에 적용된 슬라이딩 콘솔도 적용됐다. 활용성이 꽤 높았고 미적으로도 우수했다. 다만 여전히 콘솔을 이동할 때 적지 않은 힘이 필요해 개선의 여지가 분명했다. 버튼식으로 변경될 경우,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져 소비자 편의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 “기가 막히네”..차고 넘치는 옵션 ‘주목’
기아 EV4
EV4에는 동급 최초로 적용된 고속 충전이 가능한 100W C타입 USB 충전 단자(전용 케이블 제공) 필두로 빌트인 캠 2 플러스와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전방 충돌 방지 보조가 적용됐다.
여기에 고객 선호도가 높은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헤드업 디스플레이, 운전자 전방 주시 경고 카메라, 운전자 주의 경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등을 적용했다.
또한 서라운드 뷰 모니터, 측방 주차 거리 경고,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측방 모니터 등 주차 관련 편의 사양도 적용됐다.
이 밖에도, 주행 속도에 따라 밝기가 조절되는 다이내믹 앰비언트 라이트가 앞좌석 도어 트림과 크래시패드, 콘솔 하단에 적용됐다.
■ 총평
기아 EV4
EV4는 동급 대비 가장 뛰어난 실내 공간을 자랑하면서도, 뛰어난 전비 효율성을 필두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33km에 이르는 매력적인 차량이다.
디자인 또한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주행 질감과 승차감도 우수하다. 여기에 차급을 상회하는 다양한 첨단 옵션이 대거 적용된 만큼,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EV4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기차 구매를 염두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EV4의 국내 출시 가격은 4042만원부터 시작된다. 서울시 기준 보조금 적용 시 실 구매가는 3400만원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