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오늘날 완성차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BMW는 여전히 자립성을 유지하며 ‘순수 정통 독일 완성차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지켜낸 몇 안 되는 완성차 제조 업체다.
이는 BMW가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신뢰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 있다. 단순히 마케팅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매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차별화된 운전 질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중에서도 BMW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델은 단연 3시리즈다. 1975년 처음 출시된 이후, BMW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으며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로서의 명성을 이어왔다.
특히 2019년 국내에 출시된 7세대 3시리즈는 세련된 디자인과 포용력 높은 승차감을 연출해 내면서도,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품어내 ‘역대 가장 완벽한 3시리즈’로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모든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 번쯤 거쳐 가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모델인 M340i를 시승했다.
■ 한층 더 강력해진 파워트레인..‘실키식스’의 전설은 여전
BMW M340i
M340i는 3.0리터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ZF 8단 변속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392마력, 최대 토크는 55.1 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단 4.6초, 최고 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뛰어나, 다양한 주행 상황을 폭넓게 소화해 낸다.
일상 주행에서는 마치 대형 세단을 타는 듯한 부드러운 주행감이 연출된다. 엑셀러레이터를 가볍게 밟는 것만으로도 고배기량 자연흡기 차량처럼, 별도의 킥 다운 없이 풍부한 토크감과 매끄러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내 스포츠 모드로 변경 후,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는 순간 ‘도로 위의 악동’이 탄생한다. RPM(엔진 회전수)을 높게 올린 후 급가속에 나서면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 사운드가 매섭게 들려온다.
이후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쉬익’하는 블로우오프 밸브 소리와 2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상 팝콘 사운드’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만족스러웠다. 당초 순수 내연기관 차량 대비,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필연적으로 생각했지만,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전기 모터의 개입 빈도가 꽤 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주행 질감이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M 디비전의 목적성과도 부합했다.
회생 제동 시에도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과 거의 동일했다. 덕분에 운전자가 좀처럼 체감할 수 없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터보랙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직렬 6기통 대배기량 엔진의 여유로운 출력 덕분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즉각적인 동력 전달이 이뤄진다.
변속기의 체결감은 부드러웠다. 덕분에 역동적인 변속 충격이나 박진감 넘치는 필링은 느낄 수 없었다. M 디비전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연료 효율성은 꽤 우수했다.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12km/l 수준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약 30% 가량 높았다.
■ 흠 잡을 곳 없는 다이나믹한 승차감..장거리 주행도 문제없어
BMW M340i
전반적인 승차감은 단단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이 정도면 평가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속 주행 시에는 사륜구동 못지않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급격한 차선 변경 시에도 불쾌한 움직임 없이 정교한 움직임을 뽐낸다.
사실상 차량과 운전자가 하나가 되는 듯한 ‘물아일체’의 경험이 가능하다. 그 진가는 와인딩 구간에서 빛을 발휘한다.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았을 때도, 좀처럼 불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코너를 부드럽게 감아 도는 듯한 거동은 정말 예술이다. 레일을 달리는 기차처럼, 누구나 손쉽게 CP를 찍으며 이상적인 드라이빙 라인을 그려나갈 수 있다.
만일 ESC(차체 제어 장치)를 끄게 되면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곡선 구간에서 적극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경우 뒷바퀴가 마찰력을 잃고, 조향각의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그 정도는 운전자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카운터 스티어를 주면 차체는 곧바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 같은 경험은 상위 모델인 M 모델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M340i가 M3보다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차량 사이에는 분명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M 시리즈는 극한의 고성능 추구하는 만큼 좀처럼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목적성이 강해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M340i는 다르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적용된 만큼 컴포트 모드로 변경하면 꽤 부드러워진다. 일상 주행에서 거의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수준으로, 일반 차들보다 단단하지만 뛰어난 성능을 고려한 세팅이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험한 요철 구간이나 높은 방지턱을 지나더라도, 그 충격은 하체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다른 차들처럼 차체가 ‘쾅’ 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소리나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디테일 강화가 아쉬운 점
BMW M340i
3시리즈의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아 남녀노소 누구나 호감을 느낄 스타일이다. 균형감 있게 설계된 외관은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세련된 인상을 준다.
그러나 M340i만의 독특한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면부 그릴,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미러 커버, 배기 팁 등 몇 가지 특화된 요소가 적용됐으며, 실내에서도 3스포크 D컷 스티어링 휠, M 시그니처 컬러가 적용된 안전벨트, 카본 내장재 등이 대거 적용됐다.
하지만 특화 요소들의 디테일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3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이들이 봤을 때 일반 모델과 구분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자체는 여전히 만족스럽다. 실내는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특히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해상도와 얇은 두께로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발열과 유격이 적어 전반적인 품질이 뛰어나다.
■ 총평
BMW M340i
단순히 빠른 차를 넘어, 언제 어디서든 드라이빙의 재미를 타협 없이 끌어낼 수 있는 드라이빙 머신이다.
실키식스의 전설을 이어가는 파워트레인과 이질감 없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적용된 만큼 일상과 스포츠 드라이빙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몇 안 되는 차량이다.
디자인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실내 구성도 고급스럽다. 다만, M340i의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는 디테일 및 특화 사양의 강화는 다음 과제로 남는다. 특히, 통풍 시트의 부재는 하루라도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340i는 적수가 없는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다. 일상성을 모두 원하는 운전자, 그리고 극단적인 M 모델이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적극 추천할 만한 선택지다.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날렵한 드라이빙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