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95년 7월, 독일 BMW 그룹이 100%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수입차 현지 법인 ‘BMW 그룹 코리아’가 올해로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았다. 진출 당시 한국 수입차 시장의 연간 총 판매량은 6921대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시정이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불모지'를 개척해냈다.
덕분에 2011년에는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 2만대 시대를 열었으며, 2013년에는 3만대를 넘어섰고, 2014년에는 최초로 4만대를 돌파해 ‘수입차 업계’ 역사의 한편을 장식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룬 끝에, 2024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80만 8409대를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급격한 성장세는 차종별 판매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브랜드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플래그십 세그먼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둬냈다. 7시리즈는 순수 전동화 모델 포함, 지난해 총 4985대의 판매고를 올려 ‘수입 고급 대형 세단 1위’에 올랐다. 대형 SUV인 X7 역시 4332대가 판매돼 ‘수입 고급 대형 SUV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형 SUV 부문에서도 X5가 6176대의 판매고를 기록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기준 ‘수입 중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고성능 브랜드 M의 인기도 이어졌다. BMW 샵 온라인에서 판매된 ‘뉴 M2 쿠페 퍼스트 에디션’(10대)과 ‘뉴 M5 퍼스트 에디션’(19대)은 각각 출시 1분 만에 모두 매진되며 M 브랜드에 대한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BMW, 뉴 X7
BMW 그룹 산하 브랜드인 MINI와 BMW 모토라드의 활약도 눈에 띈다. MINI는 2004년 국내 진출 이후 2024년까지 누적 12만 6113대가 판매됐으며, 컨트리맨은 지난해 2886대를 판매해 ‘해당 세그먼트 1위’를 차지했다.
BMW 모토라드는 GS 라인업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F 800 GS와 R 1300 GS 등을 포함한 GS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누적 판매 6637대를 기록하며 듀얼 퍼포즈 모터사이클 부문 1위를 굳혀냈다.
BMW그룹은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데 주력하는 것이 아닌,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한 ‘서비스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BMW는 전국에 67개 신차 전시장과 81개의 서비스센터, 20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MINI는 각각 23개, 40개, 14개의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최다 수준인 국가기능장 46명이 근무 중으로,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판매 성과와 서비스 역량은 국내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도 맞물려 있다. 2014년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총 950억원이 투입됐다. 세계 최초로 트랙과 고객 체험 공간이 결합된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으로,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리뉴얼도 진행됐다.
2017년에는 경기도 안성에 1300억원을 들여 BMW 해외 법인 중 세계 최대 규모의 부품물류센터(RDC)를 신설했다. 오는 2027년까지 650억원을 추가 투자해 연면적 3만1000㎡를 증축하고,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미니, 컨트리맨
연구개발 부문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BMW 그룹 R&D 센터 코리아는 2024년 4월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확장 이전됐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드물게 독립 단층 건물 형태로 지어졌으며, 사무 공간과 시험실, 전기차 충전기 시험동 등 다양한 테스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품 구매 부문에서도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협력업체로부터의 누적 부품 구매 규모는 약 37조 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BMW 그룹은 삼성SDI, LG, 한국타이어 등으로부터 약 6조 5350억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했으며, 이는 같은 해 그룹 연간 매출인 6조 1066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사회공헌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산학협력 기반의 ‘어프렌티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 정비 및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독일식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인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차량 기증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특성화고와 대학교 등 교육 기관에 총 141대의 연구용 차량이 기증됐으며, 2016년에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소방재난본부에 소방 지휘 순찰차로 X5 차량 7대를 전달한 바 있다.
BMW 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은 BMW 그룹 내에서도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시장이다”며 “앞으로도 고객 기대에 부응하는 현지화와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