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인 한 명이 한 개의 엔진을 만든다”..메르세데스-AMG 아팔터바흐 엔진공장 가보니
2025-06-30 23:14:30
Mercedes-AMG GT 4도어
[아팔터바흐(독일)=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최근 새로 짓는 자동차 생산 공장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의 활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면, 자동차 조립 정확도는 높이고, 불량률은 최소화 되면서 결국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인 브랜드가 있다. 메르세드세-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가 바로 그 것. 메르세데스-AMG는 장인(匠人) 한 명이 한 개의 엔진을 만든다. 전 세계 모든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오전 9시, 독일 아팔터바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AMG 생산 공장. 참고로, 메르세데스-AMG는 다임러-벤츠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르하르트 멜허가 레이싱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그로스아스파흐에서 ‘AMG’라는 회사를 만든 게 시초다.
AMG는 두 창업자의 이름과 지명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1967년 창립됐으니, 현대자동차와 역사의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AMG, 아팔터바흐 엔진 공장 (한 명의 엔지니어가 한 개의 엔진을 만든다) (메르세데스-AMG 제공)
1976년에 건립된 AMG 아팔터바흐 엔진 공장에 들어서면 여느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봐왔던 컨베이어 벨트는 전혀 없는 구조다. AMG 엔진 공장에선 ‘한 사람이 하나의 엔진을 담당한다(One Man, One Engine)’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엔진을 한 명의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한다.
조립 라인엔 장인으로 불리는 20여명의 손길이 분주한 모습이다. 엔지니어들의 나이는 30대가 채 안되는 정도로 젊다. 8시간 기준으로 2교대라는 걸 감안하면 엔진을 제작하는 장인은 40여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엔진 조립 라인은 ‘U’자(‘ㄷ’자) 형상인데, 총 19개 단계를 거쳐 엔진이 만들어진다. 조립 라인 입구에 자리한 중앙에서 부터 엔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구조다.
엔지니어가 만들기 시작한 엔진은 다음 단계로 교대 시, 같은 라인에 남아있다. 다른 사람이 만들지 않고, 다시 출근해서 같은 장소에서 마무리 하기 위함이다. 엔지니어가 병가인 경우엔 병가가 끝날 때까지 그 엔진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다. 병가가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경우엔 그 엔진은 폐기 처분된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
엔진은 400여개의 정밀한 부품 작업이 요구되는데, 엔지니어들의 품질력은 그야말로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정확하게는 게 AMG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엔진 작업 프로세스에는 모니터와 스캐너, QR코드 등을 통해 전 과정이 기록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작업자의 상태나 부품 조립 불량을 체크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장인으로 불리는 엔지니어가 어떤 나사를 사용했는지, 또 어떤 토크로 힘을 가했는지 등에 이르기까지 품질 관리가 가능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엔진을 만드는 엔지니어는 11주간의 훈련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두가 4~8기통 엔진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엔진은 녹색 표시를 확인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붉은색 표시가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다. 엔진이 제작이 완료되면 엔지니어의 사인이 추가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엔지니어 한 명이 한 개의 엔진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3시간 30분 정도다. 하루에 2~3개를 만들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엔진 조립 공장 (엔지니어가 V8 엔진를 제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제공)
최종 운송에 앞서 피니시 라인엔 휴지통이 자리한 점도 이색적이다. 엔지니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엔진을 내보내야만 할 때, 눈물을 닦기 위함이라는 것. 엔진을 만드는 엔지니어 장인들은 부모 입장처럼 엔진을 자녀 같이 느끼기 때문이라는 ‘애틋한’ 설명이다.
한편, 메르세데스-AMG 아팔터바흐 공장 내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팀도 갖춰져 있다. 엔진의 종류와 서스펜션, 댐퍼, 스프링, 타이어 등 700개 이상의 부품을 셋업한 뒤,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가상의 드라이빙’을 통해 차량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 같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실험 방식은 실제로는 오프라인에서 3000시간 이상 서킷을 달리면서 차량의 드라이빙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차량의 완성도를 체크하는 시간과 자원을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