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98년 첫 출시 이후 국민 패밀리카로 자리잡은 카니발이 4세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더욱 완벽하게 돌아왔다.
전작의 단점으로 꼽혔던 방향지시등 위치, NVH, 승차감 문제를 모두 개선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실내도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내장재의 질감과 색채 구성, 레이아웃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더 이상 ‘가성비’만 강조하는 차가 아닌, ‘가심비’까지 고려한 모델로 봐도 무방하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탑재되며 경쟁자 없는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가장 최근 상품성을 개선한 혼다 오디세이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경우 배기량 1600cc 4기통 터보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180마력(시스템 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는 31kg.m를 발휘한다.
미니밴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감안하더라도 제원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기량이 낮은 만큼, 신속한 가속을 위해 다른 차량 대비 RPM을 관대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동이나 소음은 상당히 잘 억제된 모습이다.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트랜스미션은 즉각적으로 상위 단수로 변속하한다. 덕분에 연료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 승차감 측면에서도 이점을 취할 수 있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다만, 이번 시승은 운전자가 단독으로 탑승한 상황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만일 7인승 모델 기준 모든 좌석에 사람이 탑승해 있었다면 다소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두말할 것 없다. 전기 모터의 개입 빈도도 매우 높은 편이며, 순수 배터리를 활용한 주행거리도 꽤 긴 편이다.
정차 후 출발 시에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충분히 경쾌한 가속이 가능했다.
그 진가는 외곽 지역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제한 속도에 맞춰 항속 주행을. 이어가는 동안, 엔진 회전수는 1500rpm 내외에 머물렀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덕분에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공인 연비가 14km/l 수준이지만, 실 주행 연비는 이보다 더 우수했다. 수원 광교에서 출발해 인천 송도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구간에서 계기판 트립 컴퓨터 기준 평균 연비는 18km/l를 기록했다.
특별히 연비 주행을 의식하지 않고도, 교통 흐름에 맞춰 주행만 하더라도 공인 연비를 넘어서는 효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특정 임계치에 달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속을 급하게 하거나, 구름 저항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연비 하락 폭이 비교적 컸다. 아울러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유입되는 엔진음도 다소 거친 편이다.
승차감은 전작 대비 확실히 개선됐다. 주행 중 실내로 은은하게 유입되던 소음과 노면 진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세단처럼 부드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니밴이라는 차량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했다. 급격한 조향이나 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방지턱을 빠르게 넘을 때도 불쾌한 필링은 느낄 수 없었다.
조향 감각도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가 크고 무겁지만, 뒤뚱거리는 느낌 없이 직관적인 핸들링이 가능했다. 반응도 빠르고 정교했다. 전반적으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큰 방향성은 확실히 잡아낸 모습이다. 세부적인 개선만 이뤄진다면, 일부 SUV보다 더 뛰어난 안락함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열과 3열 시트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묻어났다. 쿠션감과 형태는 2% 부족해 착좌감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향후 조금만 더 보완된다면, 한층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아울러 제동 성능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제동력이 부족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없었다. 회생 제동 단계를 가장 세게 설정해봐도, 다소 밋밋했으며 급제동 상황에서의 응답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면 큰 단점이라고 꼽을 수는 없겠다.
옵션 구성은 사실상 별도의 평가가 무의미할 정도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메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자식 룸미러와 현대차그룹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인 ccNC가 탑재돼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과 OTA 업데이트까지 모두 지원된다.
또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정전식 스티어링 휠, 스마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 220V 인버터 등도 빠짐없이 적용됐다.
1열에는 통풍 및 열선 시트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선택 사양으로는 2열 독립 시트와 에르고 모션 시트도 마련된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에서 현재 제공 가능한 최신 편의 및 안전 사양은 거의 모두 탑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외관 디자인 역시 기존보다 한층 세련된 모습이다. 더 뉴 카니발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를 바탕으로, SUV의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전면부 디자인을 채택했다.
간결한 조형미에 라이팅을 통해 입체감을 더한 실내 디자인도 눈에 띄며,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 등으로 차별화를 이룬 ‘그래비티’ 전용 트림도 함께 운영된다.
4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완성형에 가까운 진화를 이뤄냈다. 단순한 상품성 개선을 넘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통해 효율성과 정숙성, 나아가 주행 감성까지 모두 챙겼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물론 거친 엔진음과 충분하지 않은 제동력, 2·3열 시트의 착좌감은 여전히 아쉽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에 가깝다.
이제 카니발은 더 이상 ‘가성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넓은 공간과 높은 효율, 고급화된 편의사양을 두루 갖춘 패밀리카로서,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략 모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