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ESG 규제 강화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탄소·ESG 데이터 요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표준화·플랫폼 기반의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 회장 강남훈)는 9일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자동차산업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략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유럽발 자동차 공급망 규제(CO2 LCA, 공급망실사, DPP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자동차산업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효율적인 구축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KAMA 측은 설명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규제 변화와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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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동차 환경규제는 전통적인 배기구의 배출가스를 규제하던 방식에서 LCA, 공급망 실사, 재활용 소재 의무사용 등 공급망 전체를 관리해야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내년 6월부터 EU는 완성차 업계에 자발적인 CO2 LCA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유럽의 일부 OEM들은 국내 부품업계에 탄소 정보를 요청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신호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실장은 자동차 관련 공급망 규제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독일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사에 ESG 평가 결과와 Scope3 탄소 정보, 재활용 소재 사용 등 공급망 데이터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은 다단계 공급망 구조로 인해 하위 티어 영세업체들의 규제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며 “주요국이 자국 산업에 적합한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을 속속 구축하는 만큼, 우리도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독자적인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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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정 한국자동차연구원 실장은 국내 자동차 데이터 플랫폼 구축 현황 및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활용 방안을 주제로 “자동차산업 데이터는 기업 기밀에 해당되는 정보로 공공 데이터처럼 단순히 공개하기보다는, 안전한 데이터 교환 환경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2024년부터 Catena-X 프로토콜과 호환되는 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구축해 EU 자동차 기업과의 데이터 교환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EU Catena-X 프로젝트가 해외 완성차 업체의 참여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도 Catena-X 방식을 우선 도입해 활용 경험을 쌓고, 이후 국내 환경에 특화되면서도 해외와 연동 가능한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명구 디지털ESG얼라이언스 사무총장은 토론을 통해 “CBAM과 DPP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자동차 산업이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EU Catena-X 실증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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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산업의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을 위해 초기 단계에서 공급망 협력업체의 참여를 적극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자동차부품사의 참여를 촉진할 방안과 함께 데이터 주권 보호를 위한 기술표준 마련, 신뢰성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글로벌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려면 국내 산업데이터 스페이스의 기술표준을 조속히 확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해외에서 개발된 표준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준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EU 에코디자인 포럼에서 유럽 관계자들과 논의한 결과, Battery Passport를 포함한 EU의 관련 규제가 일정대로 추진 중”이라며 “DPP는 단순한 규제 대응 수단을 넘어 환경 이슈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자, 자동차·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의 스마트 제조 전환을 위한 필수 인프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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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효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은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앞서 목적, 기능, 필요성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존 체계로 대응이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실제 운영을 위해 참여자(공급자/수요자) 독려 방안, 데이터 가공 기능, 데이터 신뢰성 검증 방안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성철 HL만도 R&D Strategy 실장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데이터 소유권과 보안이 보장되는 투명한 운영 체계 마련과 탄소배출 산정 방법론 및 국제 인증체계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만큼 제3자 검증 수준의 자동화된 산정 결과 검증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실장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납품 시 ESG 평가 결과, Scope 3 탄소 정보, 재활용 소재 사용 여부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부품업체들이 이러한 글로벌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대한 탄소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 제공과 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 액티언 하이브리드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는 “자동차 데이터플랫폼은 공급자 관점이 아닌 이를 활용하는 수요자(기업) 관점으로 구축되어야 하고 규제 대응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부품업계의 업무부담과 비용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상필 산업부 산업환경과 사무관은 “기업 데이터 주권 보호와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해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산업 공급망 데이터 스페이스는 안전한 데이터 교환을 통해 기업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산업 데이터를 AX(산업 AI 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