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16년 창립 이래 BMW는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라는 슬로건 아래 프리미엄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왔다. 플래그십 4도어 럭셔리 세단부터 가족을 위한 SUV, 그리고 해치백에 이르기까지 BMW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운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왔다.
이 같은 브랜드 철학 탓에 그간 BMW 차량의 승차감은 다소 단단한 편이었다. 운전의 재미를 우선시한 결과, 마니아층의 강한 지지를 받았지만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BMW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스포티한 주행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해내며 대중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잡는 변화에 나선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모델이 바로 코드명 F70, 신형 1시리즈다.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륜구동 모델에 버금가는 짜릿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국내 시판 중인 해치백 가운데 가장 스포티한 운동 성능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120 M 스포츠의 파워트레인을 살펴보면, 배기량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7.2초에 불과하다.
BMW 뉴 120 M스포츠
전반적인 주행 질감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전작처럼 시원하거나 거친 맛은 덜 했지만, 오히려 완성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낮은 RPM에서는 다소 터보렉이 느껴졌지만 공차중량이 가벼운 덕분에 일상 주행시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급격한 가속을 이어가게 되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복을 입은 근육질 신사를 표방하는 것 처럼 세련된 면모를 보여줬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BMW의 다른 라인업에 비해 개입 강도가 다소 약한 편이다. 단계 조절 기능이 제공되지만, 실제 체감 차이는 크지 않았다.
또한 아쉬운 점으로는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 전달되는 잔진동이 있다. 이와 같은 진동은 주행 감성 측면에서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정제된 주행 질감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신형 1시리즈는 실연비 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공인 복합 연비는 12km/L에 불과하지만, 정속 주행 시에는 20km/L를 웃도는 효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상위 모델인 135를 시승하면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기본 모델만으로도 기본기를 넘어선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BMW 뉴 120 M스포츠
주행 감각은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승차감이 다소 단단한 편이며,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충격과 소음이 다소 크게 전달된다. 이는 마치 토션빔이 적용된 차량과 유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셋업은 스포티한 주행 상황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급격한 조향 시에는 마치 뒷바퀴가 살짝 떠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거동을 보이면서도, 앞바퀴는 뛰어난 그립을 유지하며 운전자의 조향 의도를 정확히 연출해낸다.
고속 주행 안정성 역시 뛰어난 편이다. 전작과 달리 차체가 다소 붕 뜬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신형 1시리즈의 특색이자 매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동급 차량 중에서는 드물게 느껴지는 안정된 고속 주행 감각이다.
제동 성능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편이다. 초반 답력은 강한 편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쭉 밀린며 제동 강도도 다소 부드러웠다.
BMW 뉴 120 M스포츠
이러한 평가들은 결국 차량의 주행 성능이 차급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역설’이다. 엔트리 모델임에도 기대 이상의 발진 성능과 주행 질감을 제공하기에, 오히려 소비자는 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경쟁 모델로 거론되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상대적으로 구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승차감의 부드러움, 정숙성, 스포티한 주행 감각 등 모든 면에서 신형 1시리즈가 앞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도 상품성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보다 고급스러운 마감과 풍부한 편의 사양이 적용돼, 프리미엄 해치백이라는 포지셔닝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만한 부분이 거의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패키지를 갖췄다.
사실 디자인은 개인 호불호가 나뉠것으로 보인다. 낮고 넓게 설계된 전면부는 도로에 밀착된 듯한 인상을 주며, 슬림한 키드니 그릴과 날렵한 헤드라이트는 공격적인 전면 이미지를 완성한다. 특히 그릴 내부에 세로선과 대각선 바(bar)를 배치해 입체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측면은 도심 주행에 적합한 해치백 특유의 컴팩트한 비율이 강조된다. BMW 디자인의 상징인 ‘호프마이스터 킨크’와 함께, 각 모델의 시리즈 넘버를 형상화한 숫자 그래픽이 적용되어 차량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후면부는 수평형 리어라이트와 수직 리플렉터, 블랙 디퓨저 스타일 범퍼가 조화를 이루며 역동성을 강조한다.
BMW 뉴 120 M스포츠
M 스포츠 패키지 트림부터는 ‘BMW 아이코닉 글로우’ 조명이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 대형 공기 흡입구를 갖춘 전면 범퍼, M 전용 사이드 실, 블랙 윈도우 몰딩, 그리고 Y 스포크 디자인의 18인치 또는 19인치 휠이 기본 제공된다.
실내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7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토글 형식의 기어 셀렉터를 적용해 간결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송풍구 주변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진 일루미네이티드 메탈 인테리어 트림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는 직관적인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 자유로운 화면 구성 변경,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디지털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TMAP 기반 BMW 내비게이션은 최신 교통정보를 실시간 반영하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도 완벽하게 연동된다.
이외에도 ‘BMW 디지털 프리미엄’을 통해 유튜브, 멜론, FLO,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국내외 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에어콘솔 게임과 비디오 앱 등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강화됐다.
안전 사양도 대폭 강화됐다. 전 모델에는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기본 적용되며, 상위 트림에는 차선 유지 및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탑재된다.
BMW 뉴 120 M스포츠
편의 기능으로는 자동 주차를 지원하는 ‘주차 어시스턴트’와, 차량이 지나온 경로를 따라 스스로 후진하는 ‘후진 어시스턴트’가 기본 적용된다. 상위 트림에서는 서라운드 뷰, 드라이브 레코더, 리모트 3D 뷰를 포함한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제공된다.
BMW 120 M 스포츠는 ‘엔트리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성능은 일상과 스포티한 주행 모두에서 만족감을 제공하며, 고속 안정성 또한 동급 해치백 가운데 독보적이다.
물론 소소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낮은 RPM에서의 터보렉,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휠에서 전달되는 잔진동, 제동 감각에서의 이질감 등은 개선의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차량의 성능이 워낙 높다 보니 생겨난 ‘기대의 역설’에 가깝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아무리 BMW라고 해도, 엔트리 모델이 5000만원 달한다는 점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프로모션이 적용된 3시리즈와 엇비슷한 수준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차라리 3시리즈 사지"라며 심리적 저항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돈값’을 한다. 정제된 주행 질감, 탄탄한 밸런스, BMW 특유의 운전 재미는 같은 가격대의 어떤 차량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다소 높은 가격표조차 납득이 가는, 드문 해치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