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XC90이 부분변경을 거쳐 새롭게 출시됐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날카로운 외관 디자인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됐다.
전작 대비 외관 변화 폭은 크지 않지만, 디테일을 다듬어 보다 정제된 인상을 강조했다. 전면부는 더욱 날렵해진 헤드램프 그래픽과 범퍼 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고급감을 높였고, 후면부 역시 간결한 리프레시를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 밖에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네이버 웨일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고객 선호도가 높은 Tmap도 탑재돼 상품성이 뛰어나다.
이날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B6 모델로, 배기량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300마력, 최대 토크는 42.8kg.m다.
신형 볼보 XC90
전반적인 필링은 부담없이 기본에 충실했다. 전반적으로 단아하면서도 특별히 튀는 곳도 없어 크게 취향을 타지 않을만한 필링이다.
4기통인 만큼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어느정도 들려오는 편이지만, 차량의 NVH가 워낙 뛰어난 만큼 큰 단점으로 꼽을 수 없다.
출력은 어느 영역에서도 부족함 없었다. 도심 구간에서는 자신의 덩치를 망각한 듯이 쏜살같이 튀어나가는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입 덕분에 실연비가 공인연비를 아득히 추월해내는 모습이다.
최고 속도는 180km/h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고속 영역에서도 엔진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매끄럽게 회전한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만큼 부드러운 차체 거동이 일품이다. 어느정도 노면을 읽어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도우면서도 불쾌한 진동은 일절 차단한다.
신형 볼보 XC90
급격한 주행 상황에서는 차체가 다소 뒤뚱거리는 거동을 보인다. 움직임의 폭도 꽤 큰 편이며, 롤이 발생하는 빈도 역시 잦은 편이다.
그러나 서스펜션 모드를 단단하게 조정하면 차량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유럽산 스포츠 세단의 모습으로 탈바꿈된다. 차체 거동이 단숨에 억제되며, 연속적인 급조향 상황에서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간다.
사실 전작의 완성도가 상당했던 만큼, 주행 질감이나 승차감 부문에서의 변화된 점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점은 외관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외관은 새로운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함께 보닛, 프론트 범퍼, 펜더 등 주요 부위의 디테일을 조정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강조했다. 브랜드 최초로 사선형 메시 인서트와 그래픽 패턴을 적용한 프론트 그릴은 테마에 따라 크롬 또는 블랙 하이글로시 마감이 적용돼 차량의 성격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리어 램프는 어두운 컬러로 마감됐으며, 순차 점등 기능이 탑재됐다.
신형 볼보 XC90
트림 구성은 브라이트와 다크 테마로 나뉘며, 브라이트 테마는 윈도우 프레임과 범퍼 인서트 등에 크롬 디테일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반면 다크 테마는 동일 부위에 블랙 하이글로시 마감을 채택해 한층 스포티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휠 디자인도 새롭게 바뀌었다. 플러스(Plus) 트림에는 20인치, 울트라(Ultra) 트림에는 21인치 휠이 적용되며, 다이아몬드 컷 처리된 알루미늄과 블랙 하이글로시 조합으로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했다.
실내는 북유럽 감성을 담은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리빙룸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디테일 면에서 한층 진화했다. 수평형 대시보드에는 새로운 세로형 송풍구와 함께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텍스타일, 조명이 포함된 우드 데코가 조합된다. 인테리어 컬러에 따라 브라운 애쉬 또는 그레이 애쉬 우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향상된 앰비언트 라이트와 더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조 시스템도 개선됐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시스템(AAC)이 적용됐다. 초미세먼지(PM2.5)를 최대 95%까지 걸러낼 수 있어,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쾌적한 실내 공기를 제공한다. 실내 전반에는 접촉성 알레르기 및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성분을 차단한 알러지 프리 소재가 적용됐다.
오디오 시스템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와 협업한 1410W급 하이파이 시스템이 탑재된다. 대시보드 중앙 트위터, 루프 스피커, 서브우퍼 등 19개의 독립 스피커가 차량 구조에 최적화되어 배치되며, 전 좌석에서 몰입감 있는 음향 경험을 제공한다.
신형 볼보 XC90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새롭게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Volvo Car UX’다. 국내 시장 특화 전략의 일환으로 티맵모빌리티 및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은 한층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과 높은 수준의 연결성을 제공한다.
중앙에 탑재된 11.2인치 독립형 고해상도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대비 픽셀 밀도가 21% 향상돼 선명한 시인성을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배치해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최소화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관련 필수 정보를 운전자의 시야 내에서 명확하게 제공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차량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TMAP Auto’가 기본 적용되며, SK텔레콤의 음성인식 플랫폼 ‘누구 오토(NUGU Auto)’도 함께 제공된다. 평균 96% 이상의 한국어 인식률을 자랑하는 이 시스템은 차량 내 음성 제어 경험을 크게 향상시킨다.
또한 다양한 서드파티 앱을 지원하는 ‘TMAP 스토어’와 함께 네이버의 차량용 웹 브라우저 ‘웨일(Whale)’이 새롭게 탑재됐다. 이를 통해 유튜브, OTT, SNS, 음악 스트리밍,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으며, 스마트폰 수준의 웹 기반 환경을 차량에 그대로 구현해냈다.
특히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15년간 무상 지원하며,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 5년 이용권도 기본 제공된다.
신형 볼보 XC90
전반적으로 흠잡을 만한 부분이 없다. 주행 성능, 안락함, 편의사양, 디자인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역량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절제된 감성과 안전 철학이 짙게 묻어났다.
오늘날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XC90은 단순히 무난한 선택지를 넘어, 패밀리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만한 몇 안되는 매력적인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