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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올해 단 한대를 꼽자면..르노, 세닉 E-Tech 일렉트릭

Renault Korea
2025-07-16 14:19:58
르노 세닉
르노 세닉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가족에게도 추천 가능한 명차”

콧대 높기로 소문난 프랑스 르노가 드디어 한방 제대로 터뜨렸다. 전통적인 프렌치 감성과 최신 트렌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만큼,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 모두 ’예술‘에 가깝다.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 풍부한 편의사항은 물론이며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썬루프까지 마련됐다.

아울러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르노의 집념이 더해진 주행 성능은 그야말로 예술에 가깝다. 감히 말하건대, 올해 시승한 수많은 차들 가운데 단연 손에 꼽을 만한 완성도다. 단순한 감성 운전에 머무르지 않고, 탄탄한 밸런스와 날카로운 응답성까지 겸비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가격을 떠나 차량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가격마저 합리적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이 가장 저렴하다. 이 정도면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파워트레인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87kWh 용량의 NCM 배터리와 전륜 싱글 모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18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를 발휘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60km, 130kW 급속 충전기 사용 시 약 3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세닉은 단순한 숫자나 스펙으로 평가할 수 있는 차량이 아니다. 이 차는 직접 몰아봐야 진가를 안다.

표면적인 제원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전기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리는 순간, 모든 인상이 달라진다.

토크 밴드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내연기관과 최대한 유사하도록 세팅돼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그리고 페달을 조금 더 깊이 밟으면, 전기모터가 마치 정제된 기계처럼 조용하고 단호하게 회전수를 끌어올린다.

불쾌한 진동도, 거슬리는 소음도 없다. 그저 조용히 시트에 몸을 맡긴 채, 점점 흐려지는 창밖 풍경을 만끽하면 된다.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어진 차체 덕분에 주행 저항이 낮아 전비 효율이 뛰어나다. 세닉의 복합 공인 전비는 4.4km/kWh 수준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약 30%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급 전기 SUV 중에서도 효율 면에서는 상위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회생 제동 강도는 경쟁 차량 대비 약한 편이다. 원페달 드라이빙을 즐기거나 회생 제동을 통한 에너지 회수에 기대를 거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행 감각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사실 세닉의 차체 구조상 스포티한 주행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아주 ‘잘’ 만들어졌다면 현대차그룹의 E-GMP에 준하겠다고 예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충격적이었다. 무게중심도 낮고, 불필요한 차체 거동이 거의 없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의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차체가 따라나가는 그 감각이 꽤나 중독적이다.

전형적인 프랑스차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독일차처럼 쫀쫀한 하체 세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둥대는 느낌은 전혀 없다. ‘느껴볼 틈도 없이 코너를 돌아나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정제된 승차감, 여유 있는 하체, 예리한 조향감각. 세닉은 이 모든 것을 매끄럽게 엮어낸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건,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선 마치 성격이 바뀐 듯 부드러워진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감각적으로 반응하며, 노면 정보를 적당히 걸러내는 모습이다. NVH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외부 소음과 진동 유입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실내 정숙성은 물론 전기차 특유의 고요함까지 잘 살렸다.

다만, 브레이크 성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끔씩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차량이 예상보다 길게 밀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실제로 급제동 시 ABS가 개입될 정도였고, 제동 시스템보다는 타이어 성능의 한계로 보인다.

아무리 브레이크 시스템이 4P, 8P 등으로 강화돼 있어도, 접지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닉의 완성도 높은 셋업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고성능 타이어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세닉 E-Tech는 그저 ‘예쁘고 잘 달리는 전기차’에 머물지 않는다. 총 30가지의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해 주행, 주차, 안전 전반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확실히 덜어준다.

특히 인상적인 기능은 레벨 2 수준의 반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다. 정체 구간이나 장거리 주행 시 꾸준하게 차간 거리와 차로를 유지하며, 운전자가 일일이 개입할 필요 없이 여유롭게 상황을 통제해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술은 ‘차선 내 오프셋 조정 기능’이다. 일반적인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은 차량이 차로 중심을 고정적으로 따라가지만, 세닉은 시속 50km 이하 주행 중 스티어링 휠을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도 차로 내 위치를 좌우로 조정할 수 있다. 덕분에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을 끄지 않고도 갓길 주차 차량을 피하거나, 오토바이·응급차와 같은 돌발 상황에 대응할 때 매우 유용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빠짐없이 갖췄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기본으로 탑재돼, 스마트폰을 차량에 손쉽게 연동할 수 있으며, T맵,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등 국내 주요 내비 앱 사용은 물론, 음성 명령, 전화, 메시지, 음악 스트리밍까지 모든 기능이 매끄럽게 구현된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올해 정말 많은 차를 몰아봤다. 각 브랜드마다 잘 만든 차들도 있었고, 분명 인상적인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세닉 E-Tech만큼 진심으로 감명 깊었던 차는 없었다. 프렌치 감성으로 빚어낸 디자인,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주행 감각, 기술과 감성, 효율과 감각의 접점을 이토록 잘 찾아낸 차는 흔치 않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강력히 사승해 볼 것을 권한다. 카탈로그나 영상으론 절대 알 수 없는 이 차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당신이 알던 전기차의 기준을 완선히 새롭게 써 내려갈 르노 세닉의 국내 출시 가격은 5159만원부터(보조금 적용 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