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럭셔리 GT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가 완전히 새로워졌다. 브랜드의 명맥을 지켜온 차량인 만큼, 주행 감성과 기술력, 편의성 전반에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전작 거친 모습을 계승하면서도 부드럽고 세련된 주행 감각을 연출해낸 것이 주목할만 하다.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페라리의 V8 엔진 대신, 마세라티가 독자 개발한 3.0리터 V6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과 ZF사의 8단 자동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MC20과 같은 엔진인만큼 완성도가 상당했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3.6초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이전 세대와 확실히 대비됐다. 과거 전작의 경우 ‘날 것’의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신형은 그에 비해 더 정제되고 세련된 인상을 선사한다.
가속은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어졌으며, 출발부터 고속까지 감각이 일관되게 유지된다. 덕분에 거칠고 폭발적인 느낌이 많이 줄어,전자제어장치를 끈 후 가속을 급격하게 이어가도 좀 처럼 그립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덕분에 장거리 투어링이나 일상 주행시의 피로감이 크게 낮아진 점은 명확한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도 칭찬할만하다. 포르쉐의 PDK 만큼 민첩하고 날카롭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부족함 없었다. 울컥거림 없이 매끄러웠으며, TCU의 개입 정도도 잦지 않아 짜릿한 주행이 가능했다.
배기 사운드는 한층 정제됐다. 전작 대비 모든 회전수 구간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상케하는 강력한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실주행 영역에서의 사운드가 잘 다듬어졌다. 3000~4000RPM 구간에서 급가속 시 터져 나오는 중저음의 울림과 변속할때마다 귓가를 가득 채우는 사운드는 정말 예술이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다. 에어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된 덕분에, 도심은 물론 장거리 주행시에도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과장 없이 말하면, 왠만한 스포츠 세단보다 한층 더 고급스럽고 안락한 감각이 일품이다. 서스펜션의 감쇠력은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데, 주행 상황에 따라 세밀한 셋업이 가능한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코너링 성능도 마찬가지다. 포르쉐나 BMW의 날카로운 반응과는 결이 다르지만, 묵직하고 일관된 롤 제어 덕분에 운전자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울러 무게 중심이 낮게 셜계된 덕분에 고속에서도 차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시트 역시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포지션이 낮고, 등받이의 형태나 패드 두께도 얇은 편이지만 장시간 주행시에도 좀 처럼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형 그란카보리의 디자인은 화려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내세우기보다는 단아한 모습이 돋보였다. 전면부는 마세라티 고유의 대형 그릴이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보닛은 전작과 동일하게 길게 뻗은 형태가 연출됐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프론트와 리어 휀더를 중심으로 날렵하게 교차하는 보디 라인과 루프 라인의 유려한 곡선도 주목할만 하다.
실내 디자인은 전작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최신 트렌드에 발 맞춰 12.3인치의 메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8.8인치의 서브 디스플레이, 12.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디지털 사이드 미러도 적용된 덕분이다.
다만, 대시보드 센터에 적용된 디지털 시계의 완성도는 낮았다. 해상도도 그리 높지 않았으며, 그래픽의 디자인도 그저 그랬다.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플라스틱 마감제도 필히 개선되야한다.
내부의 가죽 소재나 질감은 고급스러웠고, 카본도 적용된 덕분에 꽤 세련됐다.
사운드 시스템은 이탈리아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소누스 파버(Sonus faber)’의 기술력이 녹아 있으며, 실제 청감도 매우 우수했다. 음악을 켜는 순간, 인테리어 소재의 질감과 어우러져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행 보조 기능도 진일보했다. 탑재된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은 고속도로와 정체 구간 모두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더 이상 ‘감성‘만 앞선 자동차가 아니다. 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트렌드에 발 맞춘 최신 옵션이 대거 적용된 덕분이다. 다만 주행 성능의 완성도나 섬세한 마감 품질 면에서는 아직 포르쉐 911과 같은 정통 스포츠 GT카들과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곡선미와 날렵한 비율, 그리고 오픈탑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은 경쟁 모델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