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운전대 잡자마자 귀가 얼얼한..벤츠 G63 AMG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내연기관 시대의 황혼기에 접어든 오늘날, 가장 낭만적인 SUV로 손꼽히는 G63 AMG가 한층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는 박스형 디자인에 화려한 색감을 입혀 트렌디한 감성을 더했으며,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오프로드 프로 패키지’까지 적용되며 존재감은 한층 짙어졌다.

8기통 엔진의 배기 사운드는 여전히 탑승자의 고막을 가득 채운다. 장시간 운행 후에는 귓가가 얼얼할 정도로 압도적이며, 주변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심코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얹는 순간, 기름 게이지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은 그리 반갑지 않지만, 주유소에 멈춰 선 G바겐의 우람한 자태를 감상할 기회로 변한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진다.

G63 AMG는 48V 시스템이 적용된 8기통 4.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M177)과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585마력, 최대 토크는 86.6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급격한 가속을 이어가도 거칠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48V 기반의 EQ 부스트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에, 전작 대비 확실히 매끄러워진 모습이다. 통행량이 많은 도심에서 잦은 가감속을 반복해도 핸들과 페달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성격 변화 폭이 꽤 뚜렷해졌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미국산 SUV처럼 부드럽고 여유롭게 가속되며, 변속 타이밍도 널널해 전반적으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가속 반응은 민첩하고, 엔진 회전수를 넓게 활용하며 빠르게 변속을 마무리한다. 터보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고배기량 V8 엔진에 EQ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자연 흡기 차량에 가까운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승차감도 이전보다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단순히 “딱딱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보디 온 프레임’ 특유의 감각이 묻어나는 정도다. 다만 AMG 모델이라고 해서 코너링 성능을 과신하면 위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 정도 곡선도 잘 돌아나가네?” 싶다가도,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차량의 한계에 다다른다. 스키드 음과 함께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서 차량이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연출된다. 차량의 성격상 이 같은 특성은 큰 단점이라 보기 어렵지만, 뛰어난 발진 성능에 취해 무리한 주행을 이어간다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필히 상기해야 한다.

외관은 독보적이다. G-클래스 특유의 아이코닉한 실루엣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한층 세련된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였다. 전면부에는 3개의 수칙 루브르가 적용된 새로운 AMG 전용 그릴이 적용됐다. 여기에 84개의 고성능 LED를 개별 제어해 주행 상황에 맞춰 빛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멀티빔 LED 헤드램프도 탑재돼, 최신 트랜드에 발 맞춘 디자인을 연출해 냈다.

외관 곳곳에는 AMG만의 스포티한 감성을 더했다. 실버 크롬 소재에 검정 포인트를 준 연료 필러 캡,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그리고 21인치 AMG 5-트윈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대표적이다. 마누팍투어 모델의 경우, 22인치 AMG 멀티 스포크 휠과 검정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된다. 특히 고객이 원할 경우, 39가지 외장 색상과 37가지의 가죽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전작이 하지 못했던 ‘편의성’까지 품었다. 터치 컨트롤 기능을 탑재하고 나파 가죽으로 감싸진 신형 스티어링 휠부터 2세대 MBUX와 터치스크린이 마련된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고해상도 클러스터도 적용됐다.

돌비 애트모스 기능이 구현된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음질은 다소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다. 음질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뛰어나다고도 할 수 없다. 음색도 그렇게 풍부하지 않았으며, 서라운드 효과도 그리 감명 깊지는 않았다.

이어 최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도 기본으로 탑재됐다. 열선 스티어링 휠, 온열 윈드스크린,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 액티브 멀티컨투어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등 고급 편의장비가 적용된 만큼 내실도 확실히 굳혀낸 모습이다.

G63 AMG의 국내 출시 가격은 2억 5310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