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곡선 구간에서 유난히 또렷해지던 눈동자, 그리고 한없이 솟구치던 모터 회전수가 전해주는 짜릿함은 지금 판매 중인 그 어떤 차량과도 비교할 수 없다.
미니 일렉트릭 JCW는 전작들의 단점은 모두 타파해내고, 날렵하고 강력한 드라이빙 감각만을 계승한 모습이다. 사실 전작의 경우 컴팩트한 차체에 고압 터보 엔진을 탑재해 민첩한 운동 성능을 보여줬지만, 거친 세팅과 높은 유지비용, 잦은 누유 등의 단점이 공존했다. 특히 일상 주행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면모도 있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미니 일렉트릭은 2세대로 거듭나며 더욱 길어진 주행거리와 강력해진 출력으로 상품성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차량이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니악한 차량으로 꼽히는 JCW 모델의 완성도는 상당했다. 즉각적인 토크 응답과 낮은 무게 중심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코너링은 JCW의 DNA를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으며, 회생제동 시스템의 개입 강도도 자연스럽다.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JCW
특히 와인딩 구간에서의 거동은 MINI 특유의 ‘카트 같은 감각’이 전기 파워트레인과 결합해 한층 정교해졌다. 급격한 코너링 상황에서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고, 트랙션 컨트롤 개입도 예리하다.
MINI 일렉트릭 JCW는 56.55kWh용량의 배터리와 싱글 모터가 탑재됐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58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를 발휘한다. 특히 패들 시프트를 눌러 ‘부스트 모드’를 작동 시킬 경우, 10초 간 27마력의 추가 출력이 발휘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5.9초에 불과하며,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291km/h에 달한다.
단순히 수치만 보고 평가할 차량이 아니다. “제로백 5초 후반? 겨우 200마력대 중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몰아보면 이런 숫자 놀음은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JCW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순간, 앞바퀴에서 토크스티어가 발생하며 스티어링 휠이 좌우로 흔들린다. 순정 양산차에서 이 정도의 필링이 연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순간 ‘쾅’ 하는 사운드와 함께 계기판의 속도계는 한계 없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운전자는 그저 스티어링 휠을 꽉 쥔 채, 귀여운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스파이크’의 응원에 힘입어 고속도로를 질주할 뿐이다.
순수한 스포츠성에 있어서 만큼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 폭스바겐 GTI 정도가 유일한 비교 대상이지만, 주행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MINI가 한 수 위다. 고카트 감각의 코너링과 모터 특유의 전방위 가속감은 이 작은 전기차를 단숨에 ‘고성능 해치백의 기준점’으로 끌어올린다.
다만, 전동화 고성능 해치백에게 남은 최종 관문은 ‘일상성’이다. 즉, 데일리카로 활용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인데 그 중심에는 ‘전비(전력 소비 효율)’가 있다.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JCW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에서 여주 비상활주로까지의 왕복 142km 여정을 택했다. 급가속과 급감속을 이어가며, 법정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는 속도로 주행을 해봤다. 공조기 온도는 19도로 2단계 송풍을 작동시켰다. 그 결과 기록된 전비는 무려 8.0km/kWh. 수치만 놓고 보면, 내연기관 경차에 가까운 효율이다.
배터리 총 용량 56.55kWh에 전비 8.0km/kWh를 단순 곱산하면, 이론상 주행 가능 최대 거리는452.4km에 육박한다. 이 같은 비결에는 MINI 특유의 낮은 ‘구름 저항’과 가벼운 차체 무게에서 비롯된다.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한 차량은 쉽게 멈추지 않고, 일정 속도를 유지한 채 부드럽게 활주한다.
마치 “내 브레이크, 정말 좋아. 한 번 써보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동그란 눈매의 헤드램프는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사실 이정도면 광기에 가깝다.
승차감 역시 전작 대비 분명히 개선됐다. 과거 MINI는 요철을 지날 때마다 차체가 튀어 오르고 진동도 심했던 탓에 장거리 주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음료를 들고 지나가도 될 만큼 유연해졌다. 물론 여전히 편안한 차량은 아니다.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JCW
약 3시간 이상 주행하면 허리와 엉덩이에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고속도로의 반복적인 요철 구간에서는 ‘일체형 서스펜션’이 장착된 듯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컵 홀더에 담겨있는 커피가 튀어 오르기 시작할때의 충격도 꽤 신선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다소 불쾌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마저도 MINI만의 ‘운전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 만큼 곡선구간에서는 독보적인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유명 와인딩 코스에서 절대 기죽지 않을만한 승차감으로 ‘산신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지녔다.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린채 이게 가능할지 수십번 반문 후에 코너에 진입했는데 이게 왠걸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 한거 아니야?”라며 쨰려보는 스파이크의 새침한 눈동자가 예술이다.
오랜만에 기자가 차를 타면서 이건 내 역량으로는 아울러 공도에서는 도저히 한계에 가까운 주행을 이어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차량이다. 스키드음 조차 들리지도 않았고, 서스펜션이 하중을 버틴다는 느낌 보다는 잡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능하다면, 꼭 인제 서킷에서 직접 몰아보고 싶은 바램이 있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전면부 JCW 전용 보닛 스트라이프와 새로워진 JCW 로고, 에어커튼이 통합된 범퍼 디자인, 레드 컬러의 스포츠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돼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한다. 루프 역시 JCW 전통의 레드 포인트 컬러로 마감해 시각적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JCW
실내는 JCW 스포츠 시트, 붉은 포인트의 대시보드 트림, 패브릭 스트랩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 등으로 꾸며져, 고성능 모델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이어간다.
주행 외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원형 OLED 디스플레이다. MINI가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한 이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시인성과 감성적인 그래픽 표현력을 갖췄으며, 최신 MINI 오퍼레이팅 시스템 9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T맵 기반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 정보는 물론, 충전소 위치와 잔여 전력 등을 종합 반영한 최적 경로 안내를 지원한다. 여기에 차량 내 게임, 유튜브·멜론 등 서드파티 앱, 비디오 스트리밍, 맞춤형 테마 선택 기능 등도 제공된다.
귀여운 눈매에 강력한 출력을 품은, 가장 짜릿한 전기 해치백 MINI 일렉트릭 JCW의 국내 판매 가격은 60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