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기아가 자동차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열여섯 가지 용도를 소화하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공개하며, 첫 PBV인 ‘PV5’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기아는 ‘PV5 테크 데이(기술 설명회)’를 열고,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의 구체적인 구조와 특징을 소개했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란, PV5의 후방 차체를 7개의 골격(프레임 구조)과 16가지 바디 타입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다. 차량 하부 프레임은 고정돼 있고, 상부 구조만 업종과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덕분에 별도의 차량 개발 없이도 다양한 업종에 맞는 맞춤형 차량 제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화물 배송업체는 적재 효율을 극대화한 카고 바디를, 택시는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된 승합형을, 레저 소비자는 캠핑 전용 모듈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공간 활용성을 높인 하이탑 모델부터, 지하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저상형 모델까지 다양한 형태가 마련됐다. 필요에 따라 전장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아 PV5 카고 (2025 서울모빌리티쇼)
이를 위해 기아는 2022년부터 택배, 에어컨 출장 수리, 청소, 세탁 등 다양한 업종의 사용자 120여 곳을 직접 찾아가 사용 패턴과 불편 사항을 조사하며 개발 초기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기아 관계자는 “PBV 고객은 단순히 ‘하나의 차’가 아니라 ‘내 일에 맞는 차’를 원했다”며 “모든 업종에 특화된 차량을 일일이 만들기보다는,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단순한 구조 변경을 넘어 차량의 기본 성능까지 고려해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기아는 차체 외부를 감싸는 외골격 프레임을 도입해 강성을 확보했고, 내부에는 이중 구조를 적용해 주행 중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NVH 성능도 강화했다. 이는 모듈을 자주 교체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더라도 차체의 기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차량 개조나 특장 작업까지 고려한 설계도 돋보인다. PV5에는 각종 브라켓과 전력 연결 포인트 등을 차체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전 탑재했으며, 기아는 별도의 컨버전(특장) 전용 센터를 마련해 외부 파트너사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아 PV5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이 과정에서 사용할 기술 포털과 시공 가이드, 1:1 기술 핫라인 등도 함께 운영된다. 컨버전 전용 센터에서 제공되지 않는 특장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기존 ST1 샤시캡과 개념이 유사한 ‘도너카’도 별도로 판매될 예정이다. 사용자는 최소 사양의 차량만 구입하고, 특장 업체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개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완성차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꾼 시도”라며 “과거에는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차종이 필요했다면, PV5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유연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렉시블 바디는 PV5뿐 아니라 앞으로 기아가 선보일 PBV 전체의 기반 기술로 확대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