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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칼럼] “수리비도 선택권도 없는”..소비자만 손해 보는 자동차보험 약관, 개선 시급!

Hyundai
2025-08-04 11:38:10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아이오닉 5

오는 8월 16일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된다. 핵심은 사고 수리 시 보험금 산정 기준을 기존 순정부품(OEM)에서 '품질인증부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원할 경우 그 차액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보험료 절감을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조치다.

자동차보험은 모든 차량 소유자에게 가입이 강제되는 제도다. 사실상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제도는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소비자 동의 없이 수리 부품을 변경하고 비용 부담까지 떠넘기는 구조로,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부품은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핵심 장치다. 성능이나 호환성이 조금만 달라도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인증부품을 사용한 수리는 자동차 제조사의 무상보증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으로 수리했음에도, 이후 문제 발생 시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은 구조적 모순이다.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려면 평균 3,000억 원 이상의 개발비와 약 4년에 걸친 대규모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기아 더 EV5
기아, 더 EV5

이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사는 수천 개에 이르는 부품 간의 상호 호환성과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한다. 이처럼 장기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차량은 각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동작하도록 설계된다. 따라서 아무리 품질을 인증받았다 하더라도 인증부품이 원래 부품과 동일한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체 부품이 차량의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별도의 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가격만을 근거로 인증부품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안전과 직결된 부품 특성을 무시한 위험한 조치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지 않다. 약관 규제법 제6조는 소비자에게 현저히 불리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증부품을 강제로 우선 적용하고, 순정부품 사용 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구조는 이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 특히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방식으로 약관을 개정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논란도 피해가기 어렵다.

쉐보레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모카치노 베이지
쉐보레,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모카치노 베이지)

보험료 구조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율은 해마다 감소해 2023년에는 자동차사고 사망자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보험료는 줄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위험이 줄어든 만큼 비용도 줄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보험 체계가 소비자와 괴리돼 있다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첫째, 인증부품 사용 여부에 대해 소비자의 명확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둘째, 인증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원산지와 제조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셋째, 인증부품으로 인해 보증수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보험료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수리 방식과 부품 선택을 주도할 수 있는 '수리할 권리'를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시스템이다. 더는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소비자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소비자 권익을 중심에 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르노, 그랑 콜레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