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국산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와 손잡고 ‘귀 호강’ 경쟁에 나섰다. 과거 고급 세단이나 플래그십 SUV의 전유물이던 프리미엄 오디오는 이제 중형·소형차로 확산되며 ‘모든 차급’의 기본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과거 차량용 오디오는 단순한 편의 사양이었지만, 전동화와 자율주행 확산으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엔터테인먼트 품질이 핵심 구매 요소로 부상했다.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고음질 음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DSP(Digital Signal Processing)의 기술 발전 등이 맞물린 덕분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상품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스피커를 교체하거나 개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신차 초기 개발 단계부터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최적화된 사운드를 구현한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80억 달러에 글로벌 오디오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사례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장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완성차-오디오 업체 간 전략적 제휴가 강화되고, 국내 시장에서도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이제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프리미엄 오디오 적용 현황을 살펴본다.
■ 제네시스, 뱅앤올룹슨으로 럭셔리 감성 강화..G70엔 렉시콘
제네시스 G80 블랙
제네시스는 덴마크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을 주로 채택한다. 뱅앤올룹슨은 섬세하고 입체적인 사운드 재현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럭셔리 차량에서 선호도가 높다. 반면, 출시된 지 시간이 흐른 G70에는 당시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주로 쓰이던 렉시콘(Lexicon)이 적용됐다.
플래그십 세단 G90(390만원)은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해 헤드레스트·헤드라이닝·전동 팝업 트위터를 포함한 23개 스피커와 버추얼 베뉴 기능으로 공연장 수준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G80·GV80(190만원)은 동일 브랜드의 18개 스피커가 포함된 고해상도 시스템을 장착하며, 버추얼 베뉴 기능은 제외됐다. 로드 노이즈 제어 기능으로 정숙성을 높였다.
GV70(170만원)은 16개 스피커가 포함된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되며 로드 노이즈 제어를 지원한다. G70(119만원)은 15개 스피커와 퀀텀 로직 서라운드를, GV60(180만원)은 17개 스피커 고해상도 시스템과 로드 노이즈 제어를 갖췄다.
■ 현대차, 보스로 일괄 적용해 음향 아이덴티티 ‘통일’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차는 미국의 프리미엄 오디오 제조사 보스(BOSE)로 전 차종 음향 아이덴티티를 통일했다. 브랜드 통일을 통해 개발 효율과 브랜드 일관성을 확보하고, ‘풍부한 저음’이라는 보스의 음색으로 국내 고객 취향을 겨냥했다.
그랜저는 익스클루시브 트림부터 14개 스피커와 2열 오디오 컨트롤러, 로드 노이즈 제어 기능을 갖췄으며(119만원), 쏘나타는 인스퍼레이션 트림부터 12개의 스피커(64만원)가 적용된다. 아반떼는 인스퍼레이션부터 선택 가능하며 8개의 스피커가 적용된다.
SUV인 코나·투싼은 인스퍼레이션 트림부터 8개의 스피커(각 59만원), 싼타페는 H-Pick 트림부터 12개의 스피커(64만원), 팰리세이드는 인스퍼레이션 기본 14개의 스피커를 제공한다.
아이오닉 5는 프레스티지 트림 이상 기본으로 제공되며, 아이오닉 6는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옵션(95만원)으로 제공된다. 아이오닉 9은 14개 스피커·로드 노이즈 제어·전기차 전용 사운드를 포함해 119만원에 구성됐다.
■ 기아, 차종별 브랜드 다변화로 고객경험 ‘강화’
더 뉴 K9
기아는 메리디안·크렐·하만카돈·보스 등 차종별 맞춤 브랜드를 적용한다. 각 세그먼트·타깃층별 사운드 특성을 최적화해, 예산 대비 체감 품질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K5는 12.3인치 클러스터 팩을 적용하면 모든 트림에서 12개 스피커가 적용되는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59만원)를 추가할 수 있다. K8은 노블레스부터 14개 스피커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과 로드 노이즈 제어(109만원)가 적용된다. 플래그십 K9은 렉시콘 12개 스피커 프리미엄 사운드를 베스트셀렉션 1부터(138만원) 제공한다.
셀토스는 시그니처 트림부터 보스(59만원), 니로는 프레스티지부터 하만카돈(59만원), 스포티지·쏘렌토는 노블레스 이상에서 크렐(각 59만·64만원)을 선택 가능하다.
타스만은 어드벤처부터 하만카돈(60만원), 카니발은 시그니처부터 크렐(60만원)을 적용한다. EV3·EV4는 하만카돈(각 59만원·64만원), EV6는 어스부터 메리디안(99만원), EV9은 에어 트림에서 14개 스피커 메리디안 사운드(119만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상위 트림은 기본이다.
■ 르노코리아, 프랑스 감성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거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는 모델별로 아르카미스(ARKAMYS), 보스, 하만카돈을 나눠 적용한다. 아르카미스는 프랑스 오디오 전문 브랜드로, 소형차와 중형차에 특화된 공간 최적화 사운드 튜닝이 강점이다.
SM6는 8개의 스피커가 포함된 아르카미스 3D 사운드 시스템을 7인치 디스플레이 패키지와 묶어(50만원) 제공한다. QM6는 EASY LIFE 인포테인먼트팩 2에 포함된 12스피커 보스 시스템(152만원)을 선택할 수 있다.
아르카나는 아이코닉 트림부터 서브우퍼 포함 9스피커 보스(69만원), 그랑콜레오스는 아이코닉 트림부터 10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129만원)을 적용한다. 세닉은 아이코닉 트림에 9스피커 하만카돈과 DSP 앰프를 탑재했다.
■ KGM, 하만·알파인 투트랙
KG모빌리티, 액티언 하이브리드
KGM은 하만 산하 브랜드와 일본 알파인을 투트랙으로 운영해, RV·SUV 위주의 고객층에 특화된 음향 솔루션을 제공한다.
렉스턴은 노블레스부터 인피니티 프리미엄 사운드(10스피커, 100만원)를 적용한다. 인피니티는 균형 잡힌 음향 재현과 깔끔한 음색이 특징이다.
액티언은 알파인 사운드 시스템을 6.5인치 스피커 4개·트위터 2개·외장앰프 포함(62만원) 구성으로 적용했다. 무쏘 EV는 블랙엣지 트림에 알파인 시스템을 기본 장착한다.
프리미엄 오디오는 이제 고급차 전유물에서 전 차급으로 확산된 ‘기본 경쟁 요소’다.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와의 협업은 신차 개발 단계에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적용 범위와 수준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여러 차종을 시승하며 느낀 건, 결국 중요한 건 오디오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아니라 ‘귀로 느끼는 울림’이었다. 일부 모델은 브랜드 로고만 붙였을 뿐, 기대만큼의 사운드를 들려주지 못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세밀한 설계와 튜닝을 거친 풍성한 소리다. 앞으로는 단순히 스피커 브랜드의 이름값에 기대는 것을 넘어, 운전자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몸으로 느끼는 사운드 경험을 구현해야 한다. 만약 국산차가 이 ‘귀 호강’ 경쟁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잡는다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로고를 먼저 보지 않을 것이다.
대신 차 안을 가득 울리는 첫 음이 곧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그 울림이 곧 국산차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