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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올 뉴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Land Rover
2025-08-21 15:25:45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영국 SUV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는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업계의 기준점을 다시 세워왔다.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오프로드 성능은 기본이었고, 세단을 능가하는 안락한 승차감은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여기에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세련된 존재감을 유지하는 독창적 디자인까지 더해져, 프리미엄 SUV 시장을 오늘날 가장 뜨거운 무대로 만든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장점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과거에는 전장 시스템의 완성도와 친환경차 라인업의 부재가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올 뉴 레인지로버는 달랐다. 최신 디지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느 수입차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고, 새롭게 더해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은 완성도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3.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38.2kWh 배터리를 품은 PHEV 시스템이 결합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5초가 걸리며, 최고 속도는 242km/h에서 제한된다. 배터리 용량은 소형 전기차를 뛰어넘는다. 기아 레이 EV(35.2kWh)보다 큰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약 100km를 순수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고, 최고 140km/h까지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도 지원해 약 1시간이면 완충된다.

실주행에서는 ‘전기차 같은 SUV’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배터리 잔량이 남아 있을 때는 엔진 개입 없이도 시원한 가속과 즉각적인 응답성이 이어졌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조차 거슬림이 없다. 회전수를 올려도 울컥거림이나 멈칫거림이 거의 없어, RPM 게이지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내연기관임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배터리를 소진한 뒤 엔진만으로 주행해도 부드럽고 정제된 응답이 돋보였다. 특히 프런트에서 들려오는 엔진음보다 리어에서 울려 나오는 배기음이 더 크게 느껴져 묘한 매력을 선사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변속기의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날카롭거나 빠른 편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춰 지능적으로 작동했다. 변속은 늘 매끄럽게 이어졌고, 기어비가 촘촘해 항속 주행 시 2000rpm을 넘기는 일이 드물었다. 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중립으로 전환돼 탄력 주행을 돕는 점도 인상적이다.

승차감은 ‘예술’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어떤 노면에서도 흐트러짐이 전혀 없었고, SUV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벨라와 스포츠 역시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지만 단단히 세팅돼 이만큼의 부드러움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이었으며, 특정 임계치에서 약간 뒤뚱이는 모습이 있었으나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서스펜션이 단단히 조여져 ‘쫀쫀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이런 완성도 높은 승차감에는 시트의 역할도 크다. 앉자마자 일반 소파보다 부드럽다는 인상이 들었고, 두텁게 적용된 내장제가 단단하면서도 포근한 착좌감을 동시에 구현했다. 시트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탐나는 수준’이었다.

아울러 후륜 조향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가 앞다퉈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조향각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유턴을 하거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 회전 반경이 다소 줄어드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레인지로버는 확연히 달랐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와, 이게 된다고?” “정말 가능한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실내는 한마디로 고급스러움의 집약체다.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대부분의 부분이 가죽으로 마감돼 경쟁 브랜드보다 한 단계 위의 감각을 전한다. 정교한 봉제선과 질 좋은 가죽은 프리미엄 SUV의 품격을 더욱 높인다. 특히 핸들의 외부를 리얼 우드로 감싼 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는 공간 전체를 은은하게 감싸며, 야간 주행 시 한층 고급스러운 무드를 만들어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선됐다.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UI도 직관적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밝기·색감·터치감 모두 뛰어나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티맵 오토는 반응성이 다소 아쉬웠는데, 그럼에도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인터페이스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사운드 시스템은 압권이다. 1,680W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4개의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장착해 콘서트홀에 가까운 사운드를 구현했다. 더불어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은 노면·엔진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정숙성을 높였다. 다만 효과가 체감될 만큼 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올 뉴 레인지로버 PHEV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전장 시스템과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부재를 단숨에 해소했다. 덕분에, 전동화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시장 내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뚜렷하지 않다. 그나마 메르세데스-벤츠 GLS 마이바흐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으나, 이번에 시승한 숏바디 모델과는 체급 차이가 있어 정면 비교는 무의미하다. 향후 롱바디 모델을 통해 두 차량 간 성격과 성능을 대조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레인지로버 PHEV는 해당 체급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로 평가된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AB p550e SWB의 국내 판매 가격은 2억 4227만원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AB p550e S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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