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한 부문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자들을 견제하면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신인들의 기세를 압도해야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내면, 결국 그 이름은 곧 그 분야의 대명사가 된다.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 예시를 꼽자면 포르쉐가 대표적이다.
1931년 창립 이후 ‘스포츠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신들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경제 불황으로 시장이 위축될 때도 포르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브랜드의 외연을 넓혔고, 단순한 스포츠카 메이커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그 철학은 플래그십 대형 세단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파나메라다. 포르쉐 특유의 다이나믹한 성능은 물론, 안락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내장재, 첨단 기술까지 모두 아우르며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을 다시 정의했다.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모델, 그 정점에는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가 있다. 덩치를 잊게 만드는 운동 성능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파워트레인의 경우 4리터 8기통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PDK 미션이 탑재된다. 여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PHEV)까지 장착돼 최고출력은 782마력, 최대토크는 102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9초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325km/h에 달한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총중량이 2.9톤에 육박하는 4도어 세단이 이 정도의 성능을 낸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브랜드 내에서도 제로백 2.7초를 기록한 911 50주년 터보 모델을 제외하면 가장 빠른 가속력이다.
파워트레인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유로7 배출가스 규제 대응을 위해 트윈 스크롤 대신 모노 스크롤 방식을 적용했다. 덕분에 효율성과 응답성을 모두 개선했으며, 터보랙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다.
주행 감성도 여전하다. RPM을 높게 올려봐도 불쾌한 필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실내를 가득 채우는 배기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아스팔트 위를 내달린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개입하면 상반된 경험을 선사한다. 전기 모터만으로 약 50km 주행이 가능한데, 실 주행시에는 65km 안팎까지 주행할 수 있었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전기 모터가 통합된 신형 PDK 미션은 변속 반응이 정교하고 신속했다. 덕분에 엔진과 전기모터간 구동력 전환 과정에서도 울컥거림이나 불쾌한 소음 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배기음을 제외하면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다.
승차감 역시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급격한 와인딩 구간에서도 불안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911이나 718처럼 ‘행위예술’에 가까운 코너링 실력은 아니지만, 차체 크기와 무게를 망각하게 할 만큼 안정적이다.
어떠한 속도에서도 노면을 움켜쥔채 이상적인 곡선을 그려나간다. 그러면서도 운전자에게는 불필요한 진동은 걸러내고, 필요한 감각만 전달한다.
회두성 역시 뛰어나다. 전자 제어 장치도 정교해, 일정 수준의 스핀은 허용하면서도 노면을 움켜쥔 채 이상적인 곡션을 그려낸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됐지만, 고성능 모델답게 세팅은 단단하며, 베이스 모델보다 확실히 조여진 필링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디자인은 전례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쿠페를 능가할 만큼 유려하면서도, 플래그십 세단으로써의 면모까지 갖췄다. 전면부 대형 에어 인테이크와 6만 4000개 이상의 픽셀로 구현되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포르쉐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측면은 낮고 긴 차체와 유선형 실루엣이 풍부한 볼륨감을 자아내며, 두툼하게 디자인된 사이드 스커트가 무게감을 더한다.
후면부는 세로형 테일램프와 전동식 스포일러가 어우러져 날렵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완성한다.
실내는 전형적인 포르쉐 패밀리룩을 따르면서도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이 대거 적용돼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관리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 E-하이브리드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단순히 플래그십 세단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이 총집결된 상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플래그십 4도어 세단이 슈퍼카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물리적 한계를 넘어섰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강렬한 감성과 전동화 시스템이 주는 매끄러움이 조화를 이뤄낸 만큼, 그 어느 쪽에서도 타협하지 않은 ‘포르쉐다운 포르쉐’의 면모를 적극 묻어났다.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과 스포츠카 사이의 경계를 허문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억 4920만원부터 시작된다.
김경현 기자 khkim@dailycar.co.kr 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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