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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24시간 16분, 1474㎞”..BMW iX M70 xDrive로 국토종주

BMW
2025-09-16 08:56:18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 못지않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시간을 앞세운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는 전기차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이제 도로 위에서 전기차를 마주치는 일은 어렵지 않게됐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세그먼트가 바로 프리미엄 전기차다.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 질감을 제공하면서도, 스포츠카 못지않은 강력한 성능을 앞세운 모델들이 플래그십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그중 유난히 평가가 박한 차를 꼽자면, BMW의 플래그십 전기 SUV, iX다. 실내 공간, 소재, 옵션, 성능, 승차감 모두 플래그십다운 완성도를 지녔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는 직접 국토 종주라는 장거리 시승을 통해 iX의 진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BMW iX M70 xDrive는 최고출력 659마력, 최대토크 112.2㎏·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WLTP 기준 600㎞, 국내 인증 기준 421㎞다.

BMW iX M70 장거리 시승 트립 컴퓨터
BMW iX M70 장거리 시승 트립 컴퓨터

주행 코스는 서울에서 출발해 강릉 주문진 BMW 차징 스테이션을 거쳐 영덕, 부산, 김해, 포항, 군산을 지나 수원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단순한 고속도로 주행이 아닌 국도와 도심 구간까지 포함해 다양한 조건에서 iX의 성능과 상품성을 점검했다.

총 주행 거리는 1474.7㎞였고 소요 시간은 24시간 16분이었다. 평균 전비는 4.8㎞/kWh로, 복합 공인 전비(3.3㎞/kWh)보다 약 45% 높았다. 사용 전력량은 307kWh였으며, kWh당 324.4원을 적용한 충전 비용은 총 9만 9665원으로 집계됐다. 국산 준대형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해도 연료비 수준은 비슷했다.

첫 번째 경유지는 강릉 주문진 BMW 차징 스테이션이었다. 고속도로를 우선 경로로 설정해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주행한 결과, 205.5㎞를 달려 평균 전비 5.3㎞/kWh를 기록했다. 해당 구간에서 중점으로 이뤄진 평가는 고속 주행 안전성과 정숙성, 승차감,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BMW SUV 특유의 ‘덩치를 잊은 듯한 움직임’은 물론, 에어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쿠션감도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의 움직임 폭이 꽤 큰편인데도, 차선 변경 시에는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

정숙성 역시 뛰어났다. 강한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도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고, 노면이 거친 구간에서도 불쾌한 소음은 유입되지 않았다. 다만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는 포트홀이나 장애물을 밟을 때는 충격음이 비교적 크게 전해졌다.

주행보조 시스템도 안정적이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나갔다. 가속은 드라이브 모드와 무관화게 다소 급격했지만, 감속 과정은 부드럽고 만족스러웠다.

또한 일정 시간 이상 핸들을 잡지 않으면 비상 상황으로 판단해 즉각 감속을 시작하고, 컨시어지 센터로 연결되는 기능도 인상적이다. 단순 보조를 넘어, 실제 위급 상황까지 대비한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두 번째 목적지는 경북 영덕군이다. 총 주행거리 421㎞를 5시간 18분 만에 달렸고, 평균 전비는 5.1㎞/kWh로 집계됐다. 이번 구간은 자동차 전용도로와 지방도를 오가며 가감속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노선이었다. 덕분에 iX의 주행 질감을 세밀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매우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전기차를 운전하는 이들도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비결은 회생제동 시스템이다. 강도를 높이거나 급격히 감속해도 이질감이 전혀 없었고, 고급 브랜드다운 매끄러움 속에 회생 효과까지 놓치지 않았다.

전기차인 만큼 엑셀을 밟을 때의 느낌도 매끄럽다. 다만 iX는 조금 다르다. 우연인지 의도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칭찬을 아끼기 어렵다. 가속 페달을 밟아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이 내연기관에서 연료를 연소시키며 힘을 뽑아내는 감각과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 급격히 가속할 때는 기억이 희미하다. 제로백이 3.8초에 불과한 만큼, 생존을 위해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목적지는 김해였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를 가로지르는 도심 구간을 중점으로 주행했다. 총 주행 거리는 630km, 주행 시간은 9시간 30분, 연비는 5km/kWh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일상 주행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도심 구간에서의 조향은 가볍고 정확했으며, 고속 주행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적은 힘만으로도 손쉽게 다룰 수 있었다. 특히 후륜 조향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막힌 도심 구간에서도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

오토홀드 체결감은 만족스러웠지만, 재출발 시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전기차 특유의 초반 토크감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 ‘턱’ 하는 소음과 함께 튀어나으며, 정체 구간에서는 약간 버겁게 느껴졌다.

장시간 주행으로 허리가 뻐근해지자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켰다. 많은 수입 브랜드들이 마사지 시트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은 “작동은 하는구나”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iX는 강도가 꽤 큰 편으로, 등 뒤에서 파열음이 들릴 정도로 강한 자극이 전해져 실제로 피로가 풀리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다가오자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틀었다.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음질은 기대한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4D 효과였다. 저음이 강하게 울릴 때마다 시트 등받이에서 진동이 전해졌는데, 순간 콘서트장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덕분에 지친 장거리 주행의 피로가 한순간 잊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목포와 군산, 수원을 지나는 네번째 구간에서는 주행 속도를 높이며 스포츠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산길 코스에서 차량이 묵직하게 느껴졌지만 불안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줬다.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도 코너를 정확하게 파고들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돌아나갔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였으나, 오히려 주행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차체는 단단했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행 중 곳곳에서 BMW 차량들이 합류한 점도 웃음 포인트다. 세단부터 SUV까지 다양한 차들이 따라붙었지만, iX는 특유의 안정감과 구동력으로 흔들림 없는 주행을 이어갔다. 특히 고성능 M모델들도 뒷바퀴를 흘리며 열정적으로 쫓아왔지만, iX를 추월할 수는 없었다. 급격한 주행을 이어갔음에도 좀처럼 지치는 모습이 없었다. 제동력도 일관성을 유지했고, 가속시 리스폰스도 여전히 빨랐다.

BMW iX는 이번 1474㎞ 국토 종주 여정을 통해 ‘저평가된 플래그십’이라는 인식을 뒤집었다. 고속 주행에서 확인된 정숙성과 안정성, 지방도로와 도심에서의 직관적인 제동·조향 감각, 장거리에서 체감되는 편안함은 경쟁 차종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특히 회생제동 시스템, 에어 서스펜션, 후륜 조향 시스템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높은 완성도를 입증했다.

다만 가격 부담과 일부 구간에서 드러난 충격음, 오토홀드 재출발 시의 이질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X는 BMW의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지녔다.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되는 현재, iX는 플래그십 전기 SU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임이 분명하다.

BMW iX M70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7770만원이다.

BMW 뉴 iX M70
BMW 뉴 iX M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