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 안전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2021년식 모델3와 모델Y를 중심으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서 ‘BMS_a079’ 경고가 표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경고가 나타나면 충전 상태(State of Charge, SoC)가 50%를 초과하는 구간에서 더 이상 충전이 진행되지 않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본래 성능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특정 연식의 일부 모델에서 집중적으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차량 또는 배터리 자체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 차주들은 테슬라의 이 같은 현상으로 일상적인 운행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중고차 판매 시에도 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BMS는 배터리 시스템 내 센서를 통해 전압‧전류‧온도 등을 측정하고 충전 상태(SoC)와 수명(State of Health, SoH)을 예측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원 공급을 제한하고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방지한다.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는 수십 개에서 수천 개의 배터리셀로 구성되는데,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셀 간 전압 차이가 심화되면 배터리의 수명이 단축될 뿐 아니라 열 폭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커진다.
BMS는 이런 셀 불균형을 관리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확보한다. 테슬라 차량에서 발생하는 BMS_a079 경고는 배터리셀 불균형, 특성 셀 손상, 배터리 구조적 결함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국회 박상혁 의원실에서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문제의 원인을 ‘배터리셀 충전 상태(SoC) 불균형’으로 확인했다. 또, 모델3 판매 차량(4만3621대) 중 846대(1.94%), 모델Y 판매 차량(6만8088대) 중 1234대(1.81%)로, 최소 2080대 이상의 테슬라 차량에서 동일한 문제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차량의 단순 불량이 아닌 구조적 결함에 의한 문제일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테슬라 모델 Y
문제는 부분 수리가 불가능해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
테슬라코리아는 모델3와 모델Y의 롱레인지 AWD 차량을 기준으로 8년 또는 19만2000km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까지 배터리 및 구동장치를 보증한다. 그러나 현재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차량은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모델이 많아, 일부 차주는 보증 주행거리를 이미 초과해 2000만~3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만 한다.
보증이 남아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경우에도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신품 배터리로 교체했지만, 사례가 늘면서 현재는 대부분 재생 배터리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터리 수급 부족으로 재생 배터리 재고조차 확보하지 못한 일부 서비스센터에서는 즉시 교체가 어려운 차주에게 기존 차량을 그대로 이용하라고 안내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테슬라의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결함 규명과 무상 리콜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이 제기됐으며, 공개 한 달 이내 1만4008명이 참여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회원 수 43만여 명의 ‘테슬라슈퍼클럽’, 32만여 명의 ‘테슬라코리아 클럽’ 등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청원 참여 독려, 별도 게시판 운영, 차량용 캠페인 스티커 부착 등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코리아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테슬라코리아의 홈페이지 매뉴얼은 BMS_a079 경고가 나타나는 경우에 대해 “차량 주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 경고가 지속되는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정비를 예약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테슬라코리아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소비자들은 테슬라가 기술적 결함의 근본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명확한 규명 없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배터리 교체만 반복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 3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테슬라 차주들은 차량의 제작결함에 대한 조사와 리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는 ‘안전에 지장을 주는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조사나 리콜 조치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이번 문제가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에서 규정한 시정조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 2호에서 규정한 “사망 또는 부상 등의 인명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문제일 것”의 요건과 관련해, 배터리 충전 제한이 이러한 사고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부의 해석은 문제의 본질보다는 BMS의 경고와 충전 제한이라는 표면적 현상만을 근거로 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인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BMS의 경고 그 자체가 아니라, 경고가 나타나게 된 근본 원인인 셀 불균형을 유발하는 제작결함이다. 이 제작결함은 단순히 주행 가능 거리를 축소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 나아가 화재 위험과 같은 중대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충전 제한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근거로 안전성과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제작결함과 안전 위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당한 우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감독 당국인 국토교통부와 제조사인 테슬라에 대해 철저한 조사 후 제작결함 확인되면 국민 안전 위한 강제, 시정(리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회의는 테슬라가 비용 전가 행위를 중단하고 정보공개‧자발적 리콜로 소비자 보호 책임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회의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충전 제한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테슬라 차량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한 제작결함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사와 강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테슬라는 제조사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자발적 리콜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불만 해소와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은 오는 2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강원도와 평창군이 후원하는 ‘K-LIGHT SHOW 2025’ 행사에 참여한다. 이 행사에는 테슬라 차량 2000대가 동원된다. 일부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 문제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번 행사 참여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