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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칼럼] 고령 운전자 사망 비율 30%..일본, 장치 보급으로 오조작 사고 60% 줄였다!

Hyundai
2025-09-24 12:39:15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20%를 넘어섰고, 2035년이면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 그만큼 고령 운전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통계다.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20년 23.4%에서 2024년 30.1%까지 올랐다. 지금은 교통사고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이 고령 운전자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절반에 이를 것이다. 결국 사고는 고령자가 내지만, 피해는 사회 전체가 떠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사업’ 예산은 5억 원 규모로 책정됐다. 당초 15억 원 안팎이 예상되던 규모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결과다. 문제는 교통사고 사망자 규모를 고려하면 이 정도 예산으로는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삭감 논란이 아니라, 이 사업을 교통안전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려 확대 편성하는 것이다.

토요타 크라운
토요타 크라운

일본의 대응은 분명한 교훈을 준다. 고령자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페달 오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장치 설치 비용을 보조했다. 개인 승용차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결과, 보급 차량에서 관련 사고가 60% 이상 줄었다. 더 나아가 자동 긴급제동장치(AEB), 차선이탈 경고, 주차 보조 기능을 신차에 의무화하면서 고령자의 신체적 한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했다. 일본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여 효과를 입증했다.

산업재해와 비교하면 교통사고 문제의 심각성이 더 명확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644명, 2024년은 589명 수준이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2023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2,700명을 넘어섰다. 산업재해의 네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고령 운전자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교통사고, 특히 고령 운전자 안전 대책이 국가적 시급 사안임은 분명하다.

CRV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

물론 우리나라에도 긍정적 움직임이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운영하는 고령 운전자 체험교육은 좋은 사회적 사례다. 급제동 체험, 사각지대 훈련, 음주 고글 체험 등은 고령자 스스로 위험을 체감하고 방어 운전을 익히게 한다. 이런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과 제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고령 운전자는 위험 집단이 아니라 여전히 존중받아야 할 사회 구성원이다. 하지만 안전 장치와 제도를 제때 마련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결국 가족과 사회가 떠안는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사업은 결코 주변 예산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교통사고는 이미 산업재해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고령 운전자 안전을 교통정책의 중심에 두는 제도가 시급하다.

렉서스 LX 7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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