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말이 있었다.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다. 북서풍을 타고 날아든다는 스모그는 마스크를 필수품으로 만들었고, 사회적 불안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대기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며 주요 도시의 공기질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다.
이제는 다른 질문을 던질 차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도시에서 계속 관측되는 미세먼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가 오래도록 도로를 달리는 ‘노후 디젤차’다.
2025년 현재 국내 등록 차량 가운데 10년 이상 된 내연기관차는 약 900만 대에 달한다. 노후디젤차 배출가스가 포함한 초미세먼지(PM2.5)는 크기가 작아 호흡기를 거쳐 폐포까지 침투하고,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 이로 인해 천식, 기관지염, 심혈관계 질환, 심지어 폐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물질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특히 어린이통학차랑, 학원버스, 소형 화물차 등 도심 내에서 자주 운행되는 노후 차량은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노후 디젤차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운행 제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지역 간 차이가 크고 단속 역시 간헐적이다.
현대차 싼타페
저공해 조치로 지원되는 DPF 장착 역시 사후관리가 미흡해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사례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는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노후 디젤차에 대한 운행 제한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기적 단속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 배출가스 측정 장비를 활용한 자동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상습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둘째,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다. 장착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작동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고장 차량은 즉시 정비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무단 해체나 조작 시에는 행정처분이나 처벌까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친환경 차량 전환 유도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디젤 상용차 운전자를 위한 폐차 보조금, CNG·전기차·수소차 구매 지원 확대, 중고차 시장에서의 유통 제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영세 운수업자들이 친환경 전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더 이상 유효한 설명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대기오염 요인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노후 디젤차에 대한 관리와 정책이 미비한 한, 미세먼지는 여전히 우리 삶에 위협으로 존재할 것이다. 외부 요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대기환경 개선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