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아우디의 플래그십인 RS e-트론 GT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경제성, 고출력의 덕목을 골고루 갖춰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를 떠 올리게 한다.
RS e-트론 GT의 전반적인 느낌은 매서웠다. 액셀러레이터에 살짝만 발을 올려도 튀어 나가는 펀치력과 요철 및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뛰어난 포용력을 자랑한다. 또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부드러운 승차감과 전기차 특유의 적막함 등 내연기관에서 느낄 수 없던 특장점을 만끽할 수 있다.
■ 장점같은 단점?..강력한 여운이 남는 외관
RS e-트론 GT는 전장 4990mm, 전폭 1965mm, 전고 1400mm, 휠베이스 2900mm에 달하는 거구지만, 역동적인 디자인과 유선형 라인 덕분에 민첩한 모습을 유지한다.
날렵한 프론드 엔드(front end)에서 날카로운 A 필러, 카본 루프, 전동식 리어 스포일러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아우디의 고뇌가 묻어 났다. 이러한 흔적은 RS e-트론 GT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도심 속 빌딩 사이에 주차된 RS e-트론 GT의 모습을 보자 ‘공포감’이 절로 느껴졌다. 이 차의 형태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 중 가장 적합한 단어였음을 자부한다.
날카로운 디자인 탓에 운전자는 핸들을 채 잡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 이는 오너의 자신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큰 단점이라고 꼽을 수 있다.
덧붙여, 납작 엎드린 차체와 차선을 꽉 채우는 널찍한 휀더 탓에 시간과 장소를 불만하고 눈에 띈다. “너 여기에서 뭐해?”라며 목적지와 일정을 묻는 지인들의 전화 세례를 받고 싶지 않다면, 그나마 눈에 덜 띄는 무채색을 추천한다.
다만, 단점만큼 장점도 명확했다. 후면 범퍼의 아래로 보이는 21인치, 305mm의 거대한 타이어는 주변 차량에 경각심을 선사한다. 덕분에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방향지시등만 작동하면 주위의 차들이 점차 멀어지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번화가에서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 ‘하차감’이 충만한 것도 매력 포인트다.
■ 럭셔리 세단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실내...내유외강에 충실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 RS e-트론 GT, 강한 인상과는 달리 실내는 안락하고 고급스러워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내부 곳곳에 수놓인 붉은색 스티치와 안전벨트, 카본 장식 등 자신의 값비싼 몸값을 증명하듯 고급 소재로 무장했다. 부드러운 시트의 가죽과 스웨이드로 마감된 천장은 탑승자에게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에 탑승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 슈퍼카 못지않은 강력한 펀치력..안정적인 승차감도 잊지 않아
RS e-트론 GT는 475kW(637마력)의 전기모터가 탑재된다. 최대토크 831Nm(84.8kg.m)의 힘을 발휘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93.4kWh 용량으로 한번 충전으로 최대 336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인 탓에, 시동을 걸어도 엔진소리와 진동을 발생하지 않는다. 600마력대 고출력 차량이지만, 고요함을 넘어서 적막함 마저 느껴졌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단단했다. 덕분에 제로백 3.3초에 달하는 고출력 차량을 세밀한 컨트롤 하도록 도와준다.
주행모드는 효율, 승차감, 다이내믹 총 3가지가 제공된다. 특히 노면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춰 차체의 높이를 조절 가능한 부분 또한 눈에 띄었다.
뻥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RS e-트론 GT와 내달렸다. 2.3톤에 가까운 거구지만, 차체가 툭 튀어나가는 건 슈퍼카로서의 면모다. 급가속에 나섰지만, 어떠한 진동과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헤드레스트와 뒷통수가 부딪치는 소리와 가상 배기 사운드가 나지막이 들려올 뿐이다. 내연기관과는 달리, 빠른 리스폰스(민첩한 반응) 덕분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완성도 높은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곡선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요철 구간에서는 부드러운 범핑 능력을 자랑했다. 급격한 조작에도 피칭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상시 단단한 승차감을 유지하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덕분에 속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어, 계기판을 보며 주행 속도를 수시로 확인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높은 확률로 룸미러에 가득 찬 ‘암행순찰차’의 모습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고속도로에서의 뛰어난 가속과 제동 성능이 발군이다. 페달을 지그시 밟기만 해도, 637마력을 내뿜는 강력한 듀얼모터의 토크를 만끽할 수 있다.
뛰어난 가속과 더불어 감속 성능은 감탄스러운 정도다. 시트에 몸이 파묻힐 정도로 가속 중인 상황에서 급감속을 해도, 서스펜션은 요동조차 없었다. 피칭, 요잉 등 불쾌한 움직임은 철저히 배제된다. 그저 아스팔트를 움켜쥔 채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줄여 줄 뿐이다.
RS e-트론 GT는 우선 도심지역에서는 고출력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운전이 가능하다. 저속에서도 민첩한 핸들링은 큰 차체임에도 좁은 골목 사이를 빠져나오기에 안성맞춤이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차들은 요철 구간에서 불쾌한 진동과 소음이 보여준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와 댐퍼가 단단한 만큼, 차체의 허용된 움직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RS e-트론 GT 예상치 못한 승차감을 보인 점은 눈에 띈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선,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하는 세단의 면모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요철을 지나면 단단해지는 고성능차로서의 집요함이 느껴진다.
■ 아우디 RS e-트론 GT의 매력 포인트는...
아우디가 내놓은 초고성능 모델인 RS e-트론 GT를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서술하고 싶다. 언뜻 보기엔 아름다운 디자인의 4도어 전기차로 보이지만, 내부엔 고성능 듀얼모터와 에어서스펜션 등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기 때문이다.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슈퍼카에 속하지만, 데일리카로서의 면모도 갖춘 건 신선한 강점이다. 쿠페의 특성상 머리 공간은 세단에 비해 넉넉하지는 않지만, 2열의 거주성 동급 대비 뛰어나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 600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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