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다 vs. 아니다”...티볼리 사고 놓고 법정공방 가열..과연 결과는?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께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0대 A 씨가 몰던 티볼리 차량이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했던 손자 B군이 숨지고, A 씨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A 씨의 차량은 굉음과 함께 도로를 내달리던 중 신호를 기다리던 모닝을 추돌 후 600m가량 질주하다가 경계석을 들이받고 배수로로 추락했다.

경찰은 A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나, 무혐의로 불송치했다.

사고 당시 A 씨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 씨가 무혐의로 송치되지 않았다. A 씨를 비롯한 유가족 측이 급발진을 주장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7억 6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 여론이 뒤바뀌게 된다.

치열한 법적 공방을 다투던 와중 원고(유가족) 측이 감정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 4월 19일, 강릉시 회산동 소재 아파트 인근 도로서 사고 현장 재현 검증이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18년식 티볼리 에어에 KG모빌리티가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전문 감정인과 경찰, 아마추어 레이서 입회하에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시속 110km에서 풀 액셀러레이터를 5초 동안 밟자 135~140km가 책정됐다. 따라서 EDR(사고기록장치)에 기록된 시속 116km보다 더 높은 136.5km가 기록된 것이다. 이에 유가족 측은, EDR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KG 모빌리티 측은 해당 시연에 적용된 조건이 국과수의 분석 결과 및 확인된 객관적인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유가족들이 제시한 ▲가속 상황(모든 주행 구간에서 100% 가속페달) ▲사건 차량과 시험 차량의 상이점 ▲도로 상황의 차이점(오르막과 평지) 등의 제반 조건이 국과수의 분석 및 확인된 객관적인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가족들은 재현 과정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100%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시험 차량이 보인 속도 증가 폭이 사건 차량 EDR 데이터의 속도 증가 폭보다 높았다는 이유로 사건 차량에 결함이 있었다거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차량은 EDR 데이터가 기록되기 전에 다른 차량과 추돌을 했다. 이에 정상적인 차량과 동일 한 수준으로 가속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사건 차량이 실제로 시속 110km로 주행한 장소는 오르막 구간으로, 사고 장소와 전혀 다른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서 시험이 이뤄져 관련 데이터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편, 유가족 측 법률 대리인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대표 변호사는 “제조사 측은 초창기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주장했지만, 해당 주장이 수용되기 어려워지자,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떼는 행위를 반복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페달 오조작 주장에 대한 항변을 포기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KG모빌리티 측이 제기한 ‘사고 발생 현장과 재현 현장의 차이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 이상 사건 당시의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다. 이에,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 재연한 것이다”며 “오히려 제조사 측에서 발 벗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