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신종윤 기자] 람보르기니 우루스 테크니카는 트랙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짜릿한 주행을 만끽할 수 있는 미드십 슈퍼카다. 트랙 지향 모델 우라칸 STO와 동일한 스펙의 엔진을 탑재 했으며 후륜 조향, 개선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인 P-TCS 등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람보르기니 슈퍼카 라인업에서 엔트리 라인업을 담당하는 우라칸은 지난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식 공개 됐으며, 10년 간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함과 동시에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선보였다. 우라칸 테크니카 역시 우라칸의 큰 줄기 아래서 밸런스를 극대화한 파생 모델이며, 데일리카로의 활용성이 돋보인다.
차체 전면을 보면 슈퍼카 디자인의 정석답게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을 보여준다. 전장 4567mm, 전폭 1933mm, 전고 1165mm, 휠베이스 2620mm의 콤팩트한 크기를 지녔지만 인상적인 비율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며, 우라칸 모델 최초로 에어 커튼을 적용해 Y자 모양 디자인이 강조됐다.
측면은 우라칸 에보 대비 6.1cm 길어진 전장을 바탕으로 더 낮고 매끄러운 디자인이 됐다. 에센자 SCV12에서 영감을 얻은 실루엣이 반영 됐으며, 퍼포먼스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압도적인 고성능을 암시한다. 특히, 프런트 범퍼부터 A필러를 거쳐 루프라인을 감싸는 하나의 선은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 아름다운 실루엣을 자랑한다.
후면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한 가득이다. 차체의 공력성능을 향상 시켜줄 커다란 리어윙을 비롯해 차체 좌우로 넓게 빠진 리어 램프, 번호판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배치된 육각형 머플러와 과격한 분위기의 디퓨저까지.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과 디테일들이 한 가득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외관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면모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알칸타라 소재로 실내 구석구석을 감쌌으며 포인트 디자인으로는 하늘색 가죽 및 스티칭이 더해졌다.
시트 역시 알칸타라 소재가 사용됐고 사이드 볼스터에는 하늘색 가죽이 덧대어졌다. 버킷 시트는 아니지만 홀딩 능력이 뛰어난 알칸타라를 통해 과격한 주행 속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전동 시트 기능을 탑재해 세밀한 시트포지션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수납 공간의 경우 시트 뒤로 백팩 하나 정도를 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공간인 만큼 추가적인 짐은 프렁크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아주 넉넉한 용량이라고 할 수 없는 100L 수준이다.
평소처럼 시트포지션을 잡고 앉으면 일반 차량 대비 앞으로 쭉 뻗은 A필러와 지붕이 낯설게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시야를 위해 등받이를 눕히면 비로소 온전한 시트포지션이 완성된다. 일반 승용차와 비교해 월등히 낮은 차체를 지녔지만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은 시트 높이가 만족스럽다.
강렬한 컬러의 엔진 스타트 커버를 열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10개의 피스톤이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우라칸 테크니카의 엔진은 STO와 동일한 사양으로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57.6kg・m를 발휘한다. 또 공차중량 1379kg에 힘입어 마력당 무게비는 2.15kg/hp를 달성했다.
600마력이 훌쩍 넘는 출력은 7단 DCT를 거쳐 뒷바퀴로 전달된다. 305/30R 20인치 사양 타이어가 해당 출력을 지면으로 밀어내면 우라칸 테크니카는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단 3.2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무려 325km/h를 달릴 수 있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차를 도로로 이끌고 나가면 우라칸에 적용된 낯선 방향지시등 버튼이 운전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위치한 방향지시등 버튼은 사용법 자체가 어렵진 않지만 한 차례 사용후 돌아서고 났을 때 익숙한 레버 위치를 찾아 헤매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오너라면 모를까 반나절 시승을 통해서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 항목이었다. 후속 모델에서는 개선이 이뤄질지 궁금하다.
반면 발 공간을 비롯한 풋레스트 포지션은 기대 이상의 편안함을 제공했다. 미드십 슈퍼카들의 경우 짧은 휠베이스 안에 승객 공간과 엔진이 가득 들어있다보니 앞바퀴 휠하우스로 인한 발공간 간섭이 상당하다. 우라칸 또한 이를 피할 수 없어 풋레스트 영역이 차체 중앙으로 밀려있긴 했지만 그래도 일전에 경험했던 슈퍼카들 대비 자연스러운 감각이라 주행 내내 불편함을 모르고 시승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주행에 집중해 본다. 얄쌍한 외모와는 다르게 탱크같은 견고한 주행감각이 돋보인다. 단단히 조인 하체와 안정적인 무게 중심이 인상적이다. 이리저리 차를 흔들어봐도 운전자만 휘둘릴뿐 우라칸 테크니카는 일말의 롤도 허락하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를 받아낸다.
교통량이 한산해 지는 지점을 맞이해 주행 모드를 바꿔본다. 운전대 아래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스트라다(기본)-스포츠-코르사(레이스) 모드를 넘나들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만 진입해도 배기 밸브가 열리며 음색이 굵어진다. 또 800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우라칸 테크니카의 V10 엔진은 4000rpm을 넘어서며 봉인이 해제되는 것처럼 남다른 볼륨과 하이피치 음색을 토해낸다. 일상에서 결코 경험하기 어려운 고회전을 만끽하고 있으면 차량 앞으로 펼쳐진 도로가 마치 압축 되기라도 하는 듯 무지막지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테크니카에 적용된 후륜 조향 역시 주행 모드 변경에 따라 오버스티어 특성을 강화해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짧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제공되는 해당 기술은 운전자의 의도보다 더욱 민첩한 움직임을 제공해 슈퍼카의 면모를 재확인 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차량의 지향점이 높은만큼 운전자의 스킬 역시 요구되는 부분이다. 참고로 브레이크는 강력한 제동성능을 위해 카본 세라믹 사양이 탑재됐다.
그런반면 사용 편의성을 높인 부분들도 주목할만 하다. 비록 ADAS는 아닐지언정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 됐고 유선이긴 하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제공한다. 슈퍼카에 기대하지 않았던 일상에 유용한 품목들이다.
이처럼 여전히 현역에서의 활약이 돋보일 테크니카이지만 이제는 지난 10년을 마무리하고 다음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후속 모델인 테메라리오의 경우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전략에 따라 V8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연흡기 엔진의 순수하고 매끄러운 감각은 우라칸 대에서 끝난다는 얘기다. 아쉬운 부분이다. 2024년을 끝으로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우라칸. 시승차인 우라칸 테크니카의 판매가격은 3억3790만원부터 시작한다.
신종윤 기자jyshin@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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