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지난 10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한편에서 리릭과 마주했다. 길게 이어진 헤드라이트와 각진 디자인은 로보캅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후면부의 입체적인 곡선은 실제 차체의 크기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국스럽지 않았다. 과거 미국 차들의 상징인 크롬 몰딩과 화려한 장식은 절제된 채 담백한 모습이다. 큼지막한 그릴에 자리 잡은 캐딜락의 로고만이 리릭의 태생이 미국임을 짐작게 할 뿐이었다.
■ 캐딜락의 첫 순수 전동 파워트레인..처음 맞나?
리릭의 전반적인 느낌은 민첩했다.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함까지 갖춰 고속 주행 시에도 뛰어난 안정성을 선사한다. 전기차인 만큼 정숙성과 가속력 또한 일품이다. 2시간 남짓한 짧은 시승코스이었음에도, 경쟁 모델에서 느낄 수 없는 독보적인 특장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102kWh 용량의 배터리와 듀얼 모터를 장착해 500마력에 달하는 출력과 465km의 주행거리 덕분이다. SF 영화 속 우주선의 소리를 연상케 하는 가상 엔진음이 운전석을 가득 채울수록 계기판의 속도계도 한없이 커져만 간다. 2중 접합 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덕분에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옆 차선의 차들이 스쳐 지나가는 속도로 짐작할 뿐이었다.
SUV답지 않은 움직임은 리릭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배터리와 모터를 적재적소 해 50:50에 준하는 무게 배분을 실현한 덕분이다. 다만, 1억이 넘는 차량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서스펜션과 마그네틱라이드(MRC) 서스펜션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훌륭하게 세팅된 5링크는 유러피언 세단의 거동에 준하는 날렵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 미세한 요철 구간을 지날 때면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숙련된 운전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운전이 미숙하거나 고속 주행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당황해서 핸들의 타각을 조금이라도 돌린다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리릭의 목적성이 프리미엄 전동화 SUV인 만큼, 스포츠카에 준하는 운동 성능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기에 납득이 가면서도 조금은 아쉬웠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진입하기 위해 브레이크로 감속 후 하중을 앞으로 보냈다. 이내 페달에서 발을 떼고 빠른 속도로 리릭과 곡선구간에 진입했다. 매끄러웠다. 이따금 스키드 음이 들리긴 했지만, 육중한 몸집을 감안하면 훌륭한 코너링 능력이다. 코너 탈출 시에도 흐트러지는 모습은 없었으며, 매끈하게 달려 나갔다.
시내 구간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이 발군이었다. 특히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장착된 감압식 패들시프트 덕분에 원 페달 드라이빙이 손쉽게 가능했다. 감속이 필요할 경우 지긋이 패들시프트에 손을 올리기만 하면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제동이 된다. 아울러, 앞차량 급정거 혹은 차선 이탈 시 시트에 진동을 발생시키는 옵션은 매우 칭찬할 만하다.
또 높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운전자가 시야 확보를 하는데 수월해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사이드미러였다. 크기가 작은 탓인지, 사각지대 범위가 넓어 숄더 체크가 필히 요구된다.
■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디자인
리릭은 전장 4996mm, 전폭 1977mm, 전고 1623mm, 휠베이스 3094mm, 공차중량 2670kg로 큼지막한 차체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외관은 날카로운 곡선을 연출해 날렵한 모습을 하며, 곳곳에 수 놓인 LED 미래지향적 느낌을 물씬 풍긴다.
후면부는 리어 윈드실드 아래에서 시작해 뒤쪽 차대를 따라 루프까지 이어지는 리어 램프가 압권이다. 캐릭터 라인을 증폭시키면서도,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한 캐딜락의 집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과 비행기 일등석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형 헤드레스트와 캐딜락의 로고가 각인된 크리스탈 다이얼 기어 노브, 에어컨 송풍구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노브의 형상도 아름다웠으며, 재질도 동급 대비 뛰어난 모습이었다.
■ 호화 옵션들도 가득
리릭의 실내로 들어서자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9k 해상도를 가진 덕분에 흐릿함 없이 높은 시인성을 자랑하며, 터치패널이 적용돼 트립컴퓨터 또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물리 버튼 방식보다 더 직관적이고 편리해 손쉽게 필요한 정보를 다룰 수 있다.
만일 리릭을 운전하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안마 세기와 집중 부위를 운전자의 입맛에 맞춰 설정할 수 있는 마사지 시트에 몸을 맡기고, AKG사의 19채널 스피커에 집중해 보길 바란다. 중·저음 영역과 고음 영역 모두 풍부한 해상력으로 탑승자들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특히 플래그십 세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열 헤드레스트 스피커 옵션 덕분에 콘서트홀에 왔다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그중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압도적인 선루프의 크기였다. 사실상 차체의 루프가 유리로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열에 앉아 있으면, 마치 오픈카를 타는 듯 한 느낌까지 든다.
주행 중 발생하는 차량의 소음을 3축 가속 센서와 차량 내부의 마이크를 통해 모니터링 하고 분석해 실내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 기술 덕분에 불쾌한. 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아울러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이 탑재돼, 케이블을 연결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 1억원대 패밀리 SUV를 찾고 있다면?
과거가 미래가 공존하는 고급스러운 실내, 승차감·경제성·강력한 출력을 모두 갖춘 캐딜락 리릭.
최근 주목받고 있는 럭셔리 전동화 SUV 시장에서 떠오르는 샛별임이 분명하다. 고급스러운 패밀리카 역할에 충실하면서 강력한 퍼포먼스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야심작인 만큼 상품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급 대비 긴 1회 충전 최대 충전거리, 높은 출력, 넓은 실내 공간, 고급 사양으로 무장한 차량을 찾고 있다면 리릭을 강력히 추천한다. 캐딜락의 전기 SUV 리릭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696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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