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승차감·퍼포먼스, 독보적인 상품성 갖춘..렉서스 ‘RX500h F Sport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옵션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SUV들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네시스의 GV80, BMW X5, 벤츠의 GLE가 3자 구도를 형성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 차량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은 고뇌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허나 새단장을 마치고 독보적인 상품성을 자랑하는 렉서스 RX가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3자구도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만한 차량으로, 시장의 기류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지녔다.

RX500h F Sport는 배기량 2393cc의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6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최대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46.9kg.m를 자랑한다. 덕분에 공차 중량이 2160kg에 달하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제로백 6.2초라는 뛰어난 성적표를 뽐낸다.

도심 지역에서는 한 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노면이 불규칙한 요철 구간에서도, 가파른 과속 방지턱에서도 독보적이었다. 플래그십 세단에 준하는 승차감이라고 서술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발진 성능이다. 악셀러레이터에 발을 지그시 올려두면 구름위를 떠 가듯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모터가 장착된 탓인지, 전기차에 준하는 발진 성능을 자랑했으며, 급격한 가속 시에도 불쾌한 진동과 터보렉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갯길에 접어들자 RX는 상반된 승차감을 자랑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세팅값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단단한‘ 모습을 선사한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SUV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코너링 성능이다.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민첩한 거동이 공존하는 몇 안되는 차량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트랜스 미션도 꽤나 똑똑했다.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는 TCU의 변속 명령은 독일제 고성능 차량들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변속 속도의 경우, 왠만한 DCT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반면 메뉴얼 모드로 변속할 경우, 독일산 차량 대비 자율성이 떨어졌으며 반응도 반박자 느렸다.

RX와 함께 경부선을 내달렸다. 요철 구간에서는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고속 선회시에는 안정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묵직한 스티어링은 운전자에게 ’고성능 차량‘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 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덕분에 차선변경시 직관적인 움직임을 자랑한다.

브레이크의 경우 초반 답력이 굉장히 약하고 부드럽다. 덕분에 의전용 세단과 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다만, 급격한 브레이킹을 위해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야해 적응이 필요하다.

RX500h의 차체 크기는 전장 4890mm, 전폭 2920mm, 전고 1695mm로 경쟁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작 대비 확연한 차이점이 도드라졌다. 렉서스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는 모두 담았음에도, 최근 유행하는 수평적인 디자인을 충실히 연출했다.

육각형의 형태에 투톤 컬러로 마감된 그릴과 솟아 오른 본닛 라인은 꽤나 신선한 모습이다. 자칫하면 디자인의 균형을 저해시킬 수 있는 요인이지만, 북미시장을 평정했던 렉서스는 아이코닉한 모습으로 재탄생 시켰다. 아울러 새롭게 적용된 풀 LED 헤드램프와 렉서스의 로고를 연상케 하는 주간주행등(DRL)은 세련미를 더했다.

측면부의 경우, 도어 하단부의 캐릭터 라인이 돋보인다. 후면부로 갈 수록 오름세를 보이는 형상은 정차시에도 차량이 달리는 것과 같은 인상을 선사한다. 그 중 백미는 C필러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단부와 하단부의 사이를 유선형으로 마감했는데, 덕분에 C필러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인 효과를 선사하며, 고급스러운 ’요트’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21인치의 블랙 크롬 휠과 고성능 차량의 상징인 ‘넓은 휀더’ 채택해 스포티함도 겸비했다. 후면부의 경우 전면부와 측면부와는 다르게 단아한 모습이다. SUV의 특성상 후면부는 세단 대비 밋밋한 모습이 일반적이다. 허나 RX의 경우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해 세단 못지 않은 고급스러운 모습을 물씬 풍겼다.

일본차의 단점을 꼽자면, 단연컨데 보수적인 실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차량들의 경우,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과는 대비되는 실내 탓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허나 RX의 경우, 최신 트랜드에 발맞춰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이뤄졌다.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과 OTA가 탑재된 14인치의 터치 디스플레이는 국산차에 준하는 조작성과 시인성이 돋보였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 손에 닿는 모든곳엔 부드러운 촉감의 천연 가죽으로 감싸져있다. 차급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며, 동급 차량 대비 가장 돋보이는 실내라고 볼 수 있다.

HUD의 경우 그래픽이 경쟁 차종 대비 올드한 모습이다. 스티어링휠에 마련된 터치패드를 통해 조작할 수 있었는데, 꽤나 편리했다. 다만, 대형 스크린이 장착됐음에도 표시되는 정보가 한정적인 점은 매우 아쉬웠다.

백미를 꼽자면, 21개의 스피커가 조화를 이루는 마크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이다.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고음 영역에서의 해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덕분에 발라드, 클래식과 같은 장르에서는 압도적인 음질을 자랑한다.

다만 저음 베이스의 경우 다소 부족했다. 이퀄라이저 세팅을 변경하면 베이스를 키울 수 있으나, 고음 영역에서의 해상력이 저하된다. 이에 힙합이나 댄스 곡에서는 다소 취향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트의 경우 붉은색 천연 가죽으로 마감됐다. 착좌감은 부드럽고 편안했으며, 장시간 운전시에도 어떠한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특히, 시트 포지션이 굉장히 낮아 승용차에 준하는 높이로 운전이 가능해 스포티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통풍 시트는 국산차에 비슷한 수준의 바람 세기를 자랑 했으며, 사이드 볼스터는 넓고 단단해 다이나믹한 주행에도 운전자의 몸을 놓치지 않았다.

반면 2열 시트의 경우 1열 대비 다소 단단하고 높은 시트포지션을 보였다.

또 무선 충전기의 경우, 충전 전압이 경쟁차량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휴대폰이 과열될 걱적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충전 속도가 느려 유선 케이블을 필수로 소지해야한다. 아울러 카메라의 화질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차량의 완성도와 상품성은 굉장히 뛰어나다. 렉서스의 내구성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검증된 만큼 의심치 않아도 된다.

BMW와 같은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면서도, 벤츠의 부드러운 승차감,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스러움을 모두 담아낸 만큼 독보적이다, 준대형 프리미엄 SUV 차량의 구매를 염두하고 있다면, RX는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RX의 가격은 최저가 트림인 350h 기준 출고가 9870만원부터 최상급 모델인 500h F sport는 1억 1700만원으로 폭 넓은 가격대를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