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25대의 포르쉐를 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난달 29일 오전 9시께, 포르쉐 월드 로드쇼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포르쉐의 엔진음으로 가득했다. 코너를 드리프트로 빠져나가는 GT3 RS부터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달성하는 타이칸 터보 S. 25대의 포르쉐가 마련된 이곳은 어른들의 놀이동산과 다를 바 없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독일 포르쉐 본사가 직접 주관하는 행사로 전 세계 55개국, 6만 2000여명이 참가하는 등, 매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포르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서킷 주행이 처음이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레이싱 출전 경험이 풍부한 인스트럭터들이 직접 코치해 주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총 5가지 부분으로 마련됐다.
■ 브레이킹 테스트 세션(Braking Test-Session)
우선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워밍업이 진행된다. 포르쉐의 뛰어난 발진 성능에도 당황하지 않고, 원활히 브레이킹할 수 있도록 반복 숙달한다.
해당 세션에서 사용되는 차량은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로, 최고 출력 952마력을 발휘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2.5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이는 911 터보S 대비 0.2초 빠른 수치다.
이내 타이칸의 운전석에 앉아 런치컨트롤 모드를 작동시켰다. 가상 엔진 사운드가 귓가를 나지막이 채웠고, 뒤 서스펜션은 노면을 움켜쥐기 위해 지상고를 대폭 낮춘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내려놓자, 뒤통수는 헤드레스트를 강타했고 상체는 시트에 파묻힌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것도 자동차라고 정의할 수 있나”라며 비행기와 자동차에 대한 정의를 되새기면서, 혼란에 빠질 때쯤 브레이킹 포인트에 도달해 감속에 나섰다. 이내 속도계는 이미 0에 수렴했으며, 타이칸은 경고음으로 ’긴급 제동‘이 완료됐다는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아울러 자신의 성능을 만족하는 듯 비상 지시등까지 점멸하는데,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출 수 있음이 분명했다. 거의 땅에 꽂히듯 기가 막히게 속도를 줄여냈지만, 터질 것 같은 기자의 심박수는 줄여내지 못했다.
■ 슬라럼 세션(Slalom-Session)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에 나섰다. 러버콘으로 표시해둔 코스를 빠른 시간 내에 주파하는 ’슬라럼‘이 진행됐다. 코스를 숙지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동물적인 감각으로 극한의 주행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세션에 사용된 차량은 포르쉐 718 박스터 스파이더 RS다. 작은 차체 덕분에 공차중량은 1410kg에 불과하면서도, 포르쉐 gt3 컵 레이싱 카의 엔진과 동일한 6기통 박서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은 500마력에 달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불과 3.4초, 최고 속도는 308km/h를 발휘한다. 그야말로, 외계인의 기술력을 훔쳐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탑을 오픈할 수 있으니,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모나리자‘와 같은 존재와 다름없다.
이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 코스로 내달렸다. 7단 PDK 변속기는 패들시프트를 미처 다 누르기도 전에 변속을 마쳤으며,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PASM)은 일말의 롤링도 허용하지 않은채, 수평 이동에 가까운 거동을 선사했다.
사실상 플래그십 라인업의 포르쉐는 ’평가의 영역‘을 진작에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예술 작품을 타고, 남들보다 더 빠르고 멀리, 박서 엔진의 포효를 만끽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에 기자는 말 없이 스파이더RS의 핸들을 잡고 연신 웃음을 지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 올 일렉트릭(All-Electric)
기자가 처음으로 시승한 차량은 ’마칸4 일렉트릭‘이다. 최고 출력은 408마력, 최대 토크는 66.3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불과 5.2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220km/h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 값 덕분에 데일리카로써의 면모를 톡톡히 갖췄다. 그러면서도 코너에서 거칠게 몰아붙이면, 이따금 뒷바퀴가 그립을 잃긴 하지만 곧바로 다시 노면을 움켜쥔다. 실내 공간도 생각보다 넉넉했으며, 정숙성과 차량의 완성도는 의심치 않아도 된다.
타이칸처럼 급가속 시 압박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칸 일렉트릭의 상품성은 타이칸 대비 뛰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전기차인 만큼 별도의 유지보수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포르쉐 DNA를 만끽하면서도 데일리카로써 사용하거나 차박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 비교적 저렴한 차량 가격은 지녀 접근성이 낮았다는 점 덕분이다.
아울러 마칸 터보는 639마력으로 최대 토크는 115.2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3.3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 속도는 260km/h를 발휘한다. 차량의 전반적인 승차감은 비슷하지만, 타이칸에 준하는 가속력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일품이 독보적이다.
아울러 신형 타이칸의 경우, 모든 트림이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4S와 터보 S는 크로스 투리스모는 각각 3.7초와 2.5초가 소요된다. 만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새로운 기능인 푸시-투-패스(Push To Pass)를 통해 10초 동안 최대 70kW의 부스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4S는 598마력,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952마력을 발휘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93kWh에서 105kWh로 늘었다. 덕분에 주행거리는 전작 대비 대폭 늘어 500km를 달성했으며, 충전 상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 장착하는 등 상품성을 강화하면서도 가격 변동은 거의 없어 이목이 쏠린다.
타이칸은 바닥에 달라붙은 채 코너와 직선을 말끔하게 주파한다. 사실상 자동차라고 볼 수 없었으며, ’전투기‘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 파나메라와 같은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할 경우 180도 다른 성향의 자동차로 변하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 핸들링 세션(Handling-Session)
해당 세션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우선 파나메라와 마칸, 카이엔, 타이칸을 아우르는 4도어(4-Door), 911, 718이 포함되는 2도어(2-Door)다.
우선 4도어 세션이 먼저 진행됐으며, 2인 1조로 한 대의 차량을 번갈아 가며 서킷을 주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다른 차로 이동해 똑같이 반복한다.
제일 먼저 탑승한 차량은 4도어 세단 파나메라 4다. 파워트레인은 배기량 2900cc 6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는 51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270km/h에 달한다.
파나메라는 스포츠 주행을 위해 태어난 차량은 아니다. 평소엔 에어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만끽하며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장거리 운행 시에도 피로하지 않은 ’장거리 투어러‘ 성향을 띈다. 이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의외의 거동을 보였다.
빠른 속도로 가파른 곡선 구간에 진입했다. 브레이킹으로 감속 후, 액셀러레이터 오프 상태로 코너를 돌아나갔다. 이후 탈출을 위해 지그시 액셀러레이터의 전개량을 늘려가자 깔끔하게 탈출했다. 의외였다. 무거운 무게와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카 못지않은 거동을 보였다.
이에 다음 코너에서는 액셀러레이터를 더욱 가감하게 전개했다. 파나메라는 전반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띄었다. 이따금 뒷바퀴가 밀려나긴 했지만, 귀신 같은 포르쉐의 트랙션은 곧바로 그립을 대신 잡아 코너를 말아서 돌아나갔다.
다음으로 탑승한 차량은 카이엔 S와 GTS, 터보 E-하이브리드 GT 패키지 순이었다. 세 차량 모두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만큼, 강력한 배기음과 묵직한 페달이 일품이다. 사실상 SUV인 만큼 많은 이들이 선입견을 품을 수 있지만, 포르쉐는 달랐다.
해당 차량 모두 역동적인 주행에서도 SUV임을 느낄 수 있는 불쾌한 거동은 철저히 배제된다. 상위 모델인 터보 E-하이브리드 GT 패키지와 GTS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간 모델인 S까지 해당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새롭게 적용된 쇽업소버 기술 덕분이다. 2 밸브 기술이 적용돼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스테이지가 분리됐고 이를 통해 모든 주행 상황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저속 주행의 승차감, 역동적인 코너링 시 핸들링, 롤·피치 제어가 대폭 개선됐다. 기본 사양으로 장착한 2 챔버, 2 밸브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SUV답지 않은 거동을 선사한다.
아울러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상황에 적합한 최적의 승차감을 만끽할 수 있으며, 역동적인 주행 상황에서 차체 움직임을 줄여준다. 특히 노멀(Normal), 스포츠(Sport), 스포츠 플러스(Sport Plus) 주행 모드를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어 운전의 재미는 배가 된다.
우선 911의 경우 포르쉐의 역사나 다름 없는 차량이다 .가장 독보적인 스포츠 드라이빙 능력을 지향하면서도, 데일리카로 사용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는 기이한 차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GT3 RS의 경우,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RSR과 GT3 R GT 모델을 공도에서 주행이 가능한 차량으로 제작했다고 보는것이 적절하다. 최고 출력은 525마력에 달하며, 최대 토크는 465Nm를 발휘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2초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는 296km/h에서 제한된다.
강력한 출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차 중량은 1450kg밖에 되지 않아, 뉘르부르크링에서 4분 44초 848을 기록했다. 이는 245마력이 더 높은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 svj보다 0.122초 빠른 수준이다.
빠른 발진 성능과 더불어, 코너에서도 이상적인 움직임을 선사한다. F1에 적용되는 DRS와 동일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코너를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다. .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동시에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조작이 가능한 스완넥 유압식 스포일러 덕분에 200km/h에서 총 409kg, 285km/h에서는 총 860kg의 다운포스를 발휘한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리는 718 카이맨 GT4 RS도 마련됐다.
최고 출력 500마력의 최대 엔진 회전수가 9000RPM에 달하는 고회전 엔진을 탑재한 GT4 RS는 최대 토크 45.9kg.m를 기록했다. 중량 대비 마력은 2.83kg/PS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불과 3.4초면 충분하다. 최고 속도는 315km/h에 달하며 공차 중량은 1415kg다.
현재 포르쉐가 시판 중인 차량 중 제일 아름다운 배기음을 품은 차량이라고 꼽을 수 있다. RPM 7000이 넘어서게 되면, 차량의 내부는 엔진음으로 가득 채워진다. 한 바퀴만 돌아도 귀가 ’먹먹’해‘먹먹’전율이 돋아 짜릿함이 배가 된다. 단순히 운전의 즐거움으로만 따졌을 때는 상위 모델인 GT3 RS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다.
작은 차체의 크기 덕분에 테크니컬 코너에서도 쏜살같이 주파할 수 있으며, 직관적인 조작과 차체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이에 GT3 RS 조금 느릴지라도, 더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어 자동차 마니아들은 드림카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시승한 차량은 911 터보S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을 지닌 최상위 트림이다. 그런데도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해 독보적인 상품성을 자랑한다.
최고 출력은 662마력으로 최대토크는 81.6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2.7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 속도는 330km/h에 달한다.
높은 출력 탓에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토크 배분이 최적화된다. 이에 최대 51kg∙m에 달하는 토크가 앞 바퀴로 전달돼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특히 기본 사양의 PASM 섀시 역시 스포티한 성능이 극대화됐으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어되는 댐퍼는 차량의 롤 안전성과 접지력, 스티어링 및 코너링 속도 등을 극대화한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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