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SUV의 시작인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이 시대에 발맞춰 세련된 면모 갖추고 돌아왔다. 지난해 부분 변경을 통해 세븐 슬롯 그릴과 LED 헤드램프,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랭글러 역사상 가장 많은 옵션을 갖췄다. 그 덕분에 온·오프로드 할 것 없이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에 손색없을 정도다.
■ 우려가 앞섰던 파워트레인..체감은 기대 이상
랭글러 루비콘은 배기량 2000cc 직렬 4기통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합을 이룬다. 최고 출력은 272마력이며, 최대 토크는 40.8kg.m를 발휘한다. 하지만 공차중량이 2톤에 달하며, 지상고도 높고 디자인 특성상 에어로 다이나믹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더딘’ 발진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루비콘과 함께 도로에 나서자, 이 같은 우려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우선 저속 영역에서는 토크 밴드가 두터운 덕분에 경쾌한 가속이 가능했다. 빠른 템포로 운전을 해 봐도, RPM을 가리키는 바늘이 3000을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고속 영역 역시, 막힘없는 시원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RPM이 높아질 경우 터보로부터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터빈의 소리와 함께 힘차게 달려 나간다. 덕분에 차량의 덩치를 잠시 잊어버릴 정도다.
다만 미션의 반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변속 속도는 준수한 편이었으나, 추월 시 혹은 진출입로 합류할 때의 로직은 매끄럽지 못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을 경우 2초가량의 킥 다운과 숨 고르기 후 가속이 이뤄진다. 이후의 가속력은 시원했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는 않다. 토크 밴드의 세팅 값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일상 주행에서 큰 불편함은 느낄 수 없다.
■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의외로 준수한 연비
도심 지역에서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다. 도로의 이음새와 방지턱, 노면이 고른 곳에서는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됐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피칭과 롤링의 정도 및 체감은 만족스러웠으며, 세단에 준하는 조작감을 선사했다.
반면 노면이 고르지 못 한곳이나 특정 한계치를 벗어나는 요철을 맞이할 경우, 이따금 동승자가 탄식을 내뱉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다.
도심 지역에서의 평균 연비의 경우 7~8km/ℓ를 달성했다. 준대형 6기통 3000cc와 비슷한 수준이며, 출·퇴근길 정체에 빠질 경우 이보다 낮은 6km/ℓ를 기록했다.
고속 구간에서는 생각보다 준수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도심 대비 더 나은 승차감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곡선 구간의 경우, 속도와 비례해 피칭과 요잉, 롤링의 폭도 커져 불안함이 느껴졌다.
큰 차체와 높은 지상고, 넓은 타이어 탓에 직진성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더라도, 다른 차량 대비 ‘보타’가 많이 필요하다.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정도며, 일상 영역에서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퇴근 행렬과 쏟아지는 빗방울 탓에 꽉 막힌 역삼역에서 전라북도 군산시까지, 총 211km의 주행하는 동안의 평균 연비는 11.3km/ℓ를 달성했다. 교통량도 많았고, 경부선에 오르는 데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수치다.
■ 독보적인 디자인..주변의 시선은 ‘덤’
신호 대기를 위해 잠시 정차하거나, 도심 지역을 지날 때면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곤 한다. 독보적인 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하이벨로 시티’라는 이름을 가진 형광색 차체 색상 덕분이다. 유채색의 경우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루비콘은 잘 소화 해냈다. 정체성을 부각하면서도, 주변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색상 중 하나다.
이어 전반적인 외관 디자인을 살펴보면, 랭글러 고유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남녀노소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최신 트렌드를 곳곳에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수직 형태의 윈드스크린과 투톤으로 마감된 라디에이터 그릴, 주간 주행등이 탑재된 led 헤드램프 덕분에 모던한 이미지까지 풍긴다.
인테리어의 경우, 실용성에 집중하면서도 좌우로 길게 뻗은 수평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심플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차량인 만큼, 직관적인 조작을 위해 물리 버튼을 고수하고 있는데 버튼의 배치와 형상이 뛰어나 촌스러움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 의심할 여지 없는 실용성..최신 옵션도
적재 공간의 경우 900L에 달하는 만큼,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으며, 6:4 비율로 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2000L에 달하는 짐을 실을 수 있다. 특히 별도의 평탄화 작업 없이 차박이 가능한 점도 눈에 띈다.
아울러 1열에 하드탑이 적용됐는데, 개방성이 뛰어나다. 경쟁 차들의 파노라마 썬루프와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전동으로 2열까지 개폐되는 파워탑 모델 대비 개방감은 덜하다. 아울러 탈부착 시 수작업이 필요하지만 2분 이내에 탈부착이 가능하며, 2열의 루프는 매우 무거워 탈부착 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장 칭찬할 만한 점은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티맵 오토가 적용됐는데, 트립컴퓨터와 연동이 돼 국산 차 못지않은 편의성을 자랑한다. 또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도 탑재됐으며, 해상도와 시인성 역시 뛰어났다,
아울러 키 리스 스마트키 시스템과 뒷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드 시스템, 스탑 앤 고,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이 마련된 탓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총평
사실 랭글러의 경우 뚜렷한 경쟁차종을 꼽을 수 없다. 비슷한 가격표를 지닌 포드의 브롱코가 있지만, 모노코크 보디를 채용해 프레임 보디를 품은 랭글러와 지향 점이 다소 차이가 있어 애매하다. 그렇다고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벤츠의 G바겐과 비교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이에 랭글러는 독보적인 상품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전작 대비, 최신 옵션이 대거 탑재돼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손색없어 적극 추천한다. 때로는 루프를 열고 해안도로를 내달리다가도, 캠핑을 위해 인적이 드문 산악 지형을 주파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나 다름없다.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하고 있지 않다면, 비교적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하는 ’‘사하라(Sahara)’트림도 선택할 수 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의 국내 출시 가격은 8040만원부터 시작된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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