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독일)=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이젠 수소차 시대다. BMW가 오는 2028년에 수소 구동 시스템이 탑재된 양산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 등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 BMW도 수소차 양산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지난 19일(현지시각) BMW그룹은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PKV Garching 전시·시승센터에서 BMW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iX5 하이드로젠(Hydrogen) 파일럿 모델을 글로벌 언론에 공개했다.
BMW iX5 하이드로젠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그룹의 비전 그리고 파워 트레인 다각화를 위한 BMW의 전략 ‘파워 오브 초이스’가 반영된 수소연료전지 모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FCEV 기술은 또 하나의 전기화 자동차 기술인 만큼 BMW는 이를 배터리 순수전기차에서 사용하는 구동 시스템을 보완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와 내연기관의 뒤를 이어 사용할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
BMW iX5 하이드로젠의 파워트레인은 후륜에 장착된 드라이브 유닛과 이 모델을 위해 특별 개발된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다. 파워트레인에는 전기 모터와 변속기,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소형 하우징에 통합한 5세대 BMW eDrive 기술이 적용돼 최고출력 401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6.0초 이하다.
BMW그룹의 수소기술을 총괄하는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수소 연료 탱크의 크기가 결국 수소의 양을 결정하지만, 작은 차일수록 에너지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같은 주행거리에 필요한 수소가 적게된다”며 “BMW는 (수소) 탱크를 더 작게 만들어 작은 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소 탱크의 직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차량에 통합할 수 있는 유연성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BMW 그룹은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완전한 기후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순수전기차 기술 못지않게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를 함께 활용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FCEV는 순수전기차 생산 대비 원자재 투입량이 100kg 정도 적으며, 배터리 생산에는 순수전기차에 비해 10% 수준의 원자재가 투입된다. 또 연료전지의 주원료인 백금은 재활용률이 높은 소재로 자원 재사용 및 순환 측면에서도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BMW의 FCEV 기술은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모빌리티를 위한 그룹의 드라이브 트레인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BMW 그룹은 차지 에어 쿨러, 공기 필터, 제어 장치 및 센서처럼 내연기관에도 사용되는 기능 외에도 새로운 연료전지 시스템을 위한 특수 수소 부품도 개발했다. 터빈이 장착된 고속 컴프레서와 고전압 냉각수 펌프 등이 특수 부품에 속한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개별 연료전지마다 두 가지 주요 단계를 거쳐 제조된다. 먼저 셀을 연료전지 스택으로 조립한다. 이어 완성된 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모든 부품을 장착한다.
연료전지 스태킹은 대부분 완전 자동화된 공정을 거치는데, 개별 부품의 손상 여부를 검사한 후, 5톤의 힘으로 스택을 기계로 압축해 하우징에 넣는 방식이다. 스택 하우징은 BMW 그룹 란츠후트 공장의 경금속 주조 공장에서 모래 주조(Sand Casting) 기법을 사용해 제조된다.
또 용융 알루미늄을 수지와 혼합된 압축 모래로 만든 금형에 부어 넣는다. 이는 BMW iX5 하이드로젠을 위한 특별 공정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다.
연료전지 스택에 수소와 산소를 공급하는 압력판은 주조 플라스틱 부품과 경량 합금으로 제작되며, 이 역시 란츠후트 공장에서 생산된다. 압력판은 기체 및 수분이 침투할 수 없도록 스택 하우징을 밀봉한다.
연료전지 스택의 최종 조립 단계에서는 전압 테스트와 함께 전지 내부의 화학 반응에 대한 광범위한 시험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부품이 조립 공장에서 조립돼 완전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 조립 단계에서는 컴프레서, 연료전지 시스템의 양극 및 음극, 고전압 냉각수 펌프, 배선 하네스 등의 추가 부품이 장착된다
연료전지에 공급되는 수소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700바(bar)급 탱크에 저장된다. 이 두 개의 탱크에는 약 6kg의 수소를 담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하이드로젠은 504km(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수소 탱크를 충전하는 데는 3~4분 밖에 걸리지 않으며, 장거리 주행 시 충전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차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굴트너 박사는 또 “브라질에서의 일부 제조업체는 수소 대신 에탄올을 사용해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BMW는 수소 연료전지차에 집중하고 있지만, 에탄올을 사용한 다음 수소를 만들어 사용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한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BMW가 첫번째 수소차를 출시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인프라 구축”이라며 “지난 1년 반 동안 여러 환경에서 iX5 하이드로젠을 시험 주행한 결과 성능이나 안전 기준은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했고, 시장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굴트너 박사는 “BMW FCEV 기술은 이미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 수준을 확보했고, 지금은 최적의 시점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현대차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가 곧 2세대 차량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3세대와 함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BMW는 현대차그룹과의 수소차 인프라 협력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글로벌 수소위원회를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6월 글로벌 기업 140곳이 회원사로 가입된 수소위원회의 공동의장에 선임된 바 있다.
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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