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50년의 역사를 계승하고, 앞으로의 50년을 이어갈 ‘걸작’”
벤츠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냈다. 1974년에 출시된 1세대 G바겐의 낭만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내면서도, 역대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품었다. 아울러 순수 전기차인 만큼 유류비와 유지보수비에 대한 금전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도 ‘덤’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AMG 스피드웨이 한편에 마련된 ‘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불과 지난달만 해도’우렁찬 엔진음‘으로 가득했던 모습과는 상반됐다. 이에 대한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히 풀렸다. 푸른색 G580이 기행에 가까운 주행을 펼친 후,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잡아 준 덕분이다.
벤츠에게 있어서 G580은 굉장히 중요한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G클래스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G바겐의 역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탓이다. 이 밖에도 전동화 제품군인 EQ 시리즈의 디자인을 “내연기관 차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디자인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으로 선보인 차량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러한 압박감 속에서도 벤츠는 자신들의 지조를 G580에 잘 담아냈다. 내연기관 모델 대비 뛰어난 등판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연출해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손색 없다.
우선 차체의 사이즈는 전장 4865mm, 전고 1990mm, 전폭 1985mm, 축거 2890mm다. 이는 현행 내연기관 모델 대비 전고만 10mm 높고 나머지는 동일한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을 살펴보면 최고 출력은 587마력, 최대 토크는 118.7kgf.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4.7초로 G63과 0.3초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배터리의 용량은 118kWh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392km, 유럽(WLTP) 기준 473km에 달한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소요 되는 시간은 32분이다.
온로드에서의 승차감은 꽤 파격적인 편이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대폭 부드러워져 프레임 보디를 품은 차량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따금 ‘롤링’이 느껴지긴 했지만 불쾌하지는 않은 수준. 덕분에 저속 및 일상 영역에서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하겠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고속 주행 시의 안정성과 민첩성이 저해될 수 있겠으나, 시승 여건상 고속 주행할 수 없어 평가할 수 없었다.
G클래스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은 ‘평가’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정통 SUV를 표방하는 차량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주행 능력을 뽐내는 덕분이다. 그런 와중에 순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G580이 역대 모델 중 가장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을 품었으니, 전작 대비 어떠한 점이 개선됐는지를 다루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G580에 탑재된 대표 특화 기술을 살펴보면, 좁거나 막다른 길에서 유턴이 필요할 경우, 차량을 거의 제자리에서 회전시키는 ‘G-턴’, 오프로드 주행 시 회전 반경을 대폭 줄여주는 ‘G-스티어링’과 험로 주행 시 최적의 추진력을 유지해 주는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 기능’ 등 벤츠의 최신 기술이 대거 투입됐다.
우선 G-Turn(G-턴)은 토크 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차량을 거의 제자리에서 회전시키는 기술이다. Rock DYNAMIC SELECT(록 다이나믹 셀렉트) 상태에서 센터패시아에 마련된 G-Turn 버튼을 누르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조향 방향을 선택, 핸들을 파지한 채 페달을 밟으면 작동된다. 앞바퀴는 조향을 위해 앞으로 회전하면서, 뒷바퀴는 반대 방향으로 구동된다. 아울러 회전 방향의 구동축 동력은 최소화되고, 반대 방향 축의 동력을 높여 회전 반경을 줄인 것이다.
G-스티어링 역시, 토크 벡터링 기술을 활용했다. 로우 레인지(Low Range)모드를 선택 후 25km 이하로 주행 시 작동된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운전자가 방향을 바꿀 경우, 해당 방향에 위치한 뒷바퀴의 구동을 차단하고 브레이크를 잡아 회전을 차단한다. 아울러 반대 방향의 바퀴의 구동력은 증가시켜 회전 능력을 극대화한 것. 이에 G-턴(G-Turn)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향이 가능하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기술은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 기능’이다. 이는 평상시에 사용하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오프로드’에 적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험로 주행 시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량이 최적의 추진력을 계산해 부드러운 주행을 연출한다. 실제 기자가 바위로 이뤄져 있는 30도 경사로에서 기능을 활성화하자, G580은 온로드 주행 시와 준하는 부드러운 주행을 뽐냈다. 즉각적으로 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전기차의 특성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노면에 따른 액셀러레이터 전개량 조절과 제동, 엔진 회전수 유지 등이 이뤄져야 하는 내연기관 차들의 번거로운 과정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이 같은 기술 덕분에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을 갖췄다. 아울러 내연기관 모델 대비 150mm 더 깊은 최대 850mm의 도강 능력 갖췄으며, 새롭게 적용된 오프로드 콕핏을 활용해 차량의 고도와 동력 배분, 악셀러레이터 전개량, 방향 등 주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투명 보닛 기능도 마련돼, 운전자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노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덤’이다.
G580은 G클래스의 50년 역사를 계승하기에 충분했다. 선조들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차세대 파워트레인과 기술은 전기차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전작이 하지 못했던 ‘편의성’까지 극대화한 만큼 뛰어난 상품성이 한층 더 부각된다. 터치 컨트롤 기능을 탑재하고 나파 가죽으로 감싸진 신형 스티어링 휠부터 2세대 MBUX와 터치스크린이 마련된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해상도 클러스터, 돌비 애트모스 기능이 구현된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키 리스-고(KeyLess-Go),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등도 기본으로 장착된 만큼, 험지에서 벗어난 도심 지역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자랑한다.
한편, 기자가 시승한 G580 에디션 원(70대 한정)의 출시 가격은 2억 3900만원으로, 일반 모델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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