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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칼럼] 중기부, 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 ‘1년 유예’..그 의미는?

Hyundai
2022-04-29 09:05:31
현대 그랜저
현대 그랜저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일단락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현대차와 기아가 2023년 5월1일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권고안의 내용에 따라 향후 중고차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중기부의 결정에 업계 및 소비자 관심이 집중됐다.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보니 저녁 7시쯤 나올 것이라는 권고안은 밤 10시를 넘겨서야 공개됐을 정도로 심의회에서도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4월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를 할 수 있고, 이후 5월부터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각사는 신차 구매자가 기존에 보유 중이던 차를 처분하길 요청하는 경우에만 중고차로 매입할 수 있다. 여기에 2023년 5월1일~2024년 4월30일 현대차 2.9%, 기아는 2.1%로 점유율이 제한된다. 이후 1년 동안(2024년 5월1일~ 2025년 4월30일)에도 점유율은 현대차 4.1%, 기아는 2.9%를 넘겨선 안된다.

중기부는 지난 3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지 않겠다고 결정,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을 법적 방파제가 사라졌다. 현대차와 기아를 위시한 완성차 업체는 물론 롯데렌탈 등 대기업 들이 앞다퉈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게 된 배경이다.

기아차 2017 카니발
기아차, 2017 카니발

중소기업사업조정은 ‘권고안’ 이지만 법적 강제성도 일부 갖는다. 사업조정심의회는 권고안 미이행이 확인되면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고, 회사가 이행명령을 어기면 대중소기업상생협약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기부의 결정으로 대기업, 특히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국산차 중견3사(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역시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출 허용 시기나 점유율 제한 등은 기존 중고차 업계의 주장을 중기부가 어느 정도 수용한 결과다. 이번 권고안은 국산차 진영과 중고차 업계 간 의견을 빈영한 일종의 타협안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간 중고차업계는 심의회측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2~3년 연기하고, 이후에도 최대 3년간 매입 및 판매에 제한을 둘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사업개시 시점 연기나 매입 제한 등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시장점유율은 자체적으로 제한(2022년 4.4%~2024년 8.8%)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기부는 현대차 및 기아의 사업진출 시점을 1년 연기하고, 점유율 한도는 양사가 제시한 기준의 절반 정도를 허용해 양측 모두의 손을 들어주며 이번 이슈를 정리하는 모습이다.

장안평 중고차 시장
장안평 중고차 시장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중고차 시장 사업 방향성을 공개할 정도로 준비를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 및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엄격한 품질관리를 약속했다. 기아는 중고차 구매 전 최장 1개월까지 시승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양사가 이번 결정을 두고 '아쉽지만 따르겠다'고 한 것도 중고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아쉽지만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벌게 됐다. 이들의 우려대로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두고 시장 여론이 ‘찬성’쪽에 기울었다는 건 그동안 중고차 업계의 자구책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의미다. 돌아간 민심을 붙잡고 새로운 경쟁상대와 승부하려면 지금보다 더 진실하고 화끈한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