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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꿈이 현실로”...토요타 쿠라가이케·산업기술기념관 가보니!

Toyota
2023-11-15 08:50:30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AA형 세단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AA형 세단)

[나고야(일본)=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토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브랜드로 꼽힌다. 1933년 토요타 직기제작소 내에 자동차 부서를 신설한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니, 어느덧 9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작은 미미했다. 1930년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의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했다. 수입차인 만큼 판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자동차를 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토요타의 창업자인 토요다 키이치로는 이들과의 사업 제휴를 통해 엔진을 개발하고자 했으나, 쓴 맛을 봐야만 했다. 키이치로는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의 손으로 자동차 사업을 일으킨다”는 꿈을 키워나갔고, 결국은 그 꿈을 이뤄낸다. 토요타가 본격 창립된 건 1937년이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토요펫 크라운 RS형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토요펫 크라운 RS형)

일본 아이치켄 토요타시에 위치한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은 토요다 키이치로와 그의 동료들이 지금의 기초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보여준다. 기념관은 토요타가 창립 후 37년 만에 자동차 누적 생산대수 1000만대를 달성한 걸 기념해 1974년 9월에 설립된다.

기념관엔 토요타 창업 전시실과 쿠라가이케 아트살롱, 난잔농원으로 불린 구 토요다 키이치로 저택 등으로 구성된다. 창업 전시실은 방직기에서 자동차로, 차량전시, 라디오라마, 1/5 배율 모델 등을 전시하면서, 토요타 브랜드의 역사를 소개한다.

먼저 기념관에 들어서면 토요다 키이치로의 부친인 토요다 사키치가 직접 발명한 방직기가 자리한다. 미야코 요리야스 쿠라가이케 기념관 부관장은 “사키치 옹은 직물을 짜는 섬유사업을 운영했는데, 힘들게 베를 짜는 모습을 보고 방직기를 직접 발명했다”고 전한다. 1924년 발명된 자동직기 G 타입은 나무와 철로 만든 토요타 역직기와는 달리 논스톱으로 셔틀을 교체할 수 있다.

미야코 요리야스 쿠라가이케 기념관 부관장
미야코 요리야스 쿠라가이케 기념관 부관장

토요다 키이치로는 1929년 구미 산업을 시찰하면서, 자동차의 정세를 파악하고, 일본에서의 자동차 공업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귀국 후, 정방기 개발에 힘을 쏟으면서 자동차 제조의 진출에 대비하는 경영 기반을 닦는다. 1930년엔 소형 가솔린 엔진의 시험 제작에도 도전한다.

그는 1933년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인재를 모아 시제품 공장을 건설한다. 재료시험실과 제강소도 갖춘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서둘러 개발한 G1형 트럭은 고장이 잦아 수시로 차가 멈추는 등 품질 개선의 중요성을 통감하게 된다.

키이치로는 1936년 일본 최초의 AA형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유선형의 차체 라인이 유난히 돋보이는데, 87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키이치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토요펫 크라운 RS형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토요펫 크라운 RS형)

그는 1937년 들어 토요타자동차공업을 창업하고, 1938년에는 고로모 공장을 완공한다. 키이치로는 이 때부터 재고를 남기지 않는 토요타 만의 생산방식인 ‘Just in Time’을 실천한다. 기념관에는 1955년 일본 최초로 생산된 완성차인 토요펫 크라운 모델 RS도 전시된다. 이 모델은 일본 국산차 시대를 연 고유 모델로 키이치로의 꿈이 실현됐음을 알린다.

이와 함께 토요타 G1형 트럭(1935년)을 비롯해 토요타 GB형 트럭(1938년), 토요타 AE형 승용차(1939년), 토요페트 SA형 소형 승용차(1947년), 토요페트 SB형 트럭(1947년), 토요타 BM형 트럭(1947년) 등 1935년 부터 종전직후까지 만들어진 대표적인 승용차와 트럭 6대가 1/5 축척모형으로 소개돼 토요타 자동차의 변천을 보여준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AA형 세단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AA형 세단)

나고야시 니시구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1994년 개관됐는데, 토요다 사키치가 자동직기를 연구하고 개발을 위해 지은 시범 공장의 건물을 활용한 게 특징이다. 공장 안은 천장을 통해 햇볕을 쐴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돋보인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이 토요타의 창업 과정과 동료들의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악전고투 끝에 곤경을 이겨낸 역사가 담겨졌다면, 산업기술 기념관은 토요타의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모노즈쿠리(제품 제조) 역사에 대한 학습의 장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졌다. 산업관에는 근대 일본의 핵심산업 가운데 하나였던 섬유기계 원형직기와 증기기관, 일본 산업발전을 이끈 자동차 공학 가운데 주조, 단조, 절삭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이쇼 시대 세워진 방직공장을 활용한 공간으로 당시의 기둥과 대들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벽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섬유기계관에서는 실을 뽑고, 짜는 초기의 도구부터 기계뿐 아니라 방적기와 직기 기술의 발전 과정, 현대의 메커트로닉스 장치의 섬유기계까지 약 100대가 자리한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토요다 사키치가 1924년에 발명한 G형 자동직기는 종합적 성능과 경제성에서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받으며, 각국의 섬유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G형 자동직기 제1호기는 기계 기술면에서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기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자동차관에서는 토요타의 자동차 제작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한다. 자동차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시실은 토요타 자동차 사업 창업기, 시대를 내다본 차량 개발, 개발기술, 생산기술, 창업자 토요다 키이치로 등 총 5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1936년 출시한 토요타 AA형 승용차, 1955년 생산된 초대 크라운 등 시대를 대표하는 9대의 자동차와 안전기술, 고연비 기술, 배기가스 감축 기술 등 토요타 자동차 안에 담긴 기술력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자동차 사업 창업기는 토요다 사키치의 이념을 이은 토요다 키이치로가 국산 자동차 산업을 실현한다는 꿈을 위한 동료들과의 결의, 자동차부서 설치, 생산기술과 고객중심 판매 체제의 구축, ‘Just in Time’ 철학을 기초로 한 양산 체제 준비, 경영 위기 극복 등 토요타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근간이 된 역사를 소개한다.

시대를 내다본 차량개발 파트에서는 1950년대부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와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토요타가 자동차 개발에 도전하며 계승해온 모노즈쿠리 이념을 이어온 역사를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개발기술과 생산기술 코너에서는 창업기부터 이어져 온 개발기술의 역사를 소개하는데, 원재료 개발부터 디자인과 설계, 시험, 평가 등 폭넓은 각도로 자동차 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대량생산이 시작된 최초의 공장과 코로모 공장 일부를 재현한 모습과 주조, 단조, 가공 및 용접, 도장, 조립 등 생산 현장의 모습도 보여준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토요타 기념관 로비에는 기념관의 핵심 철학을 상징하는 원형직기가 전시된다. 직조공정을 자동화하는데 성공한 토요다 사키치는 최소한의 공정으로 넓은 천 조작을 조용히 직조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906년 원형 직기를 발명한다.

최적의 원운동으로 작동하는 이 기계는 직물직조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며, 세계 19개국에서 특허를 받는다. 이 원형직기는 1924년에 제작된 것으로서 광범위한 시험을 거친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유일한 기계다. 이곳 기념관은 건립 이후 총 8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과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1930년대 섬유사업에서 자동차사업으로 이어지는 토요타의 창업 초기 겪었던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과거, 그리고 오늘날의 부흥기, 앞으로의 후대를 위한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원형직기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원형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