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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칼럼] 이젠 역사속으로..‘서민의 파나메라’로 불린 기아 스팅어

Kia
2023-02-16 15:15:15
기아차 스팅어
기아차 스팅어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고성능을 지향한 스포츠 세단 기아 스팅어(Stinger)가 결국 단종된다. 현재 기아 광명오토랜드에서 딱 200대만 한정 생산돼 소개되고 있는 스팅어는 ‘트리뷰트 에디션’ 모델이 100대 가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달 또는 늦어도 3월에는 단종된다는 얘기다. 한정판 스팅어의 소장 가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팅어는 지난 2017년 5월 출시돼 올해들어 1월까지 약 6년간 내수(2만4255대), 해외수출(10만4476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12만8731대가 판매됐다. 기아가 스팅어의 단종을 선언한 건 상품성 대비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팅어는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아이사에서 최초로 공개됐는데, 2014년 ‘GT4 스팅어’라는 콘셉트카의 양산형 버전이기도 했다. GT4 스팅어는 2도어 쿠페였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린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가 스팅어의 디자인을 맡았다. 전형적인 고성능 GT 스타일로 루프에서 트렁크 라인은 패스트백 형상이다. 낮은 전고(1400mm)에 긴 휠베이스(2905mm)를 적용해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디자인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랑이코를 형상화 시킨 라디에이터 그릴도 스팅어 만의 차별적인 감각이다.

2019년형 스팅어
2019년형 스팅어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 만큼, 고성능 브랜드 BMW M을 이끌어왔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의 손길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비어만이 설계한 스팅어는 3.3 가솔린 터보의 경우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m의 파워를 발휘한다.

제네시스 쿠페처럼 후륜구동 방식 모델로 8단 트랜스미션,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브렘보의 대향 피스톤 캘리퍼를 탑재해 퍼포먼스카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제로백은 5.1초 수준. 실제 공도에서의 최고속도는 무려 시속 274km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계기판 스피드 미터는 300km/h였다.

스팅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그 실력과 인기를 모았다. 워낙 달리기 성능이 뛰어나다보니,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를 비롯해 BMW M5, 아우디 S5, 포르쉐 파나메라 등과의 주행성능 뿐 아니라 슬라럼 테스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들 경쟁차 대비 가격이 훨씬 저렴한 때문에 ‘서민의 파나메라(Poor man's Panamera)’로도 불렸다. 참고로 핫해치 모델로 꼽히는 폭스바겐 GTI 역시 ‘서민의 포르쉐’라는 별명이 붙는다.

기아차 스팅어
기아차 스팅어

스팅어는 이처럼 기아 브랜드 만의 차별적 디자인 철학이 적용된데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통해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명성을 쌓는데까지는 성공했다는 말이 나온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스팅어의 상품성은 뛰어났지만,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치만큼 소비자 구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중성이 강한 ‘기아’ 브랜드 이미지가 한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지닌 제네시스 G70이 꾸준히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한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품질력 측면에서는 고성능차, 스포츠 세단으로서 기아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 또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스팅어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견해다.

스팅어 Stinger
스팅어 (Stinger)

기아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이어갈 후보로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꼽는다. 무공해 전기차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모습이다.

EV6 GT는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선정한 ‘2023 올해의 퍼포먼스카’로 뽑혔다.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이 강점이다. EV6 GT는 또 전 세계 32개국 100명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참여하는 월드카어워즈(WCA)의 ‘2023 올해의 퍼포먼스카’ 후보에도 올라있는 상태다. 발표는 오는 4월 뉴욕오토쇼에서 생중계된다.

소수의 드림카로 여겨졌던 스팅어는 결국 단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한없는 아쉬움을 남게한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 고성능차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 또 기아 브랜드의 고성능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