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로 위를 뒤덮는 카리스마...‘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데일리카 신종윤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인 크기와 프리미엄 상품 구성으로 캐딜락의 브랜드 이미지를 견인하는 플래그십 SUV다. 시승차인 ESV는 에스컬레이드 스트레치 비히클(Escalade Stretch Vehicle)로 롱바디 버전을 의미한다.

5세대를 맞이한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지난 2020년 7년만에 풀체인지를 거치며 기존 4세대 대비 프리미엄 상품성 및 공간 구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모델의 경우 북미에 특화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다소 투박한 구성과 외관 대비 좁은 실내공간을 지녔으나 5세대를 맞이하며 전반적인 상품성이 향상됐다.

차체 전면을 보면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과 박스형 구성이 눈길을 끈다. 매끄럽고 유려한 선들을 통해 우아함을 강조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쭉 뻗은 직선과 날카로운 각들이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기존 선대 모델들에서 돋보였던 세로형 헤드램프는 가로형으로 대체됐다. 대신 범퍼 양 끝 단에 위치한 주간주행등을 통해 전면의 볼륨감이 강조 됐으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전면 보닛의 높이는 성인 남성의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수준으로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ESV의 전장은 5765mm로 남다른 차체 길이를 자랑한다. 국내 주차단위구획 확장형 기준인 5.2m를 훌쩍 넘어서는 길이로 대부분의 주차공간에서 차체 앞머리가 튀어나온다. 기본형인 에스컬레이드 역시 5380mm로 돋보이는 존재감을 발휘하는데 ESV는 한술 더 뜨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다란 차체만큼이나 높이 역시 만만치 않은데 이를 위해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마련됐다. 도어 개폐시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사이드 스텝은 넓은 사이즈와 견고한 감각으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차체 후면 또한 직선이 강조된 모습이다. 네모 반듯한 박스형 디자인에 D필러를 따라 내려온 LED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심플하면서도 캐딜락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했다는 인상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운전석을 감싼 38인치 사양 LG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3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두 개의 레이어로 구성 됐으며,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전석 시트는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헤드레스트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좌석 간 대화를 크게 들을 수도 있다. 뒷좌석은 물론 조수석과의 대화에서도 활용 가능한데 조수석 보다는 거리가 먼 뒷자리 승객과 대화 시 유용한 기능이었다.

2열은 독립 시트로 마련돼 안락한 이동 경험이 가능하다.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1열과 최대한 붙어 앉아도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으며, 3열쪽으로 이동시 쾌적한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다. 또 1열 시트에 부착된 개별 모니터를 통해 2열만의 영상 컨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3열은 3인 구성으로 마련됐다. 1, 2열 대비 작은 시트 크기로 비좁다는 인상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 이용 시 공간의 아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2열 시트 위치 조정을 통해서 더욱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3열 시트는 전자동 폴딩이 가능하며, 운전석 및 트렁크 공간에서도 해당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ESV의 트렁크 용량은 1175L에 달한다. 트렁크 공간은 ESV의 남다른 크기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로 3열 시트 사용시에도 광활한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기본형인 에스컬레이드 역시 722L로 남다른 용량을 자랑하는데 이를 훌쩍 뛰어 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엔진은 6.2L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를 발휘한다. 자동 10단 변속기를 거쳐 네바퀴를 굴리며,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구동과 AWD를 선택 주행할 수도 있다. 공차중량은 2870kg이며, 복합연비는 6.5km/L를 인증받았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여보면 차량의 무게와 크기에 대한 실체감이 느껴진다. V8 가솔린 엔진의 출력과 토크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보다 무거운 차체의 중량감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내 발끝에 힘을 더하면 오로롱 하는 소리와 함께 V8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ESV는 언제그랬냐는 듯 도로위를 매끄럽게 내달린다.

승차감은 수준급이다. 요즘 승용 모델에서 보기 드문 프레임 보디를 채택했지만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통해 안락한 이동경험을 제시한다. 높은 차체와 그에 따른 무게 중심으로 인해 거동이 불안할 법도 하지만 롤과 피칭을 모두 잘 억제하며 안정감 있는 주행을 이어나간다. 또 3.4m에 이르는 휠베이스를 지녔음에도 의외의 코너링 성능을 보이며 플래그십다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시스템이 마련 됐다. 앞 차와의 거리를 조정하며 달릴 수 있고 차선 이탈 상황 시 약간의 개입이 이뤄지긴 하지만 적극적인 차선중앙 유지는 불가하다. 경쟁모델들 대비 아쉬운 부분으로 GM의 슈퍼크루즈 기능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여기에 화려한 감각을 자랑하는 LG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따르는데, 순정 내비게이션 활용 시 프레임 끝까지 채워진 화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애플 카플레이 이용 시 화면의 모든 면적을 사용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최적화가 이뤄지면 좋을 부분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AKG가 마련됐다. 차량 내 총 36개의 스피커를 통해 세밀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 경험이 가능하다. 또 앞좌석을 중심으로 설정 가능한 3D 서라운드 기능은 전 방향에서 쏟아지는 음원을 통해 단독 콘서트홀에 온 것만 같은 경험이 가능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풀사이즈 SUV로 남다른 캐릭터와 존재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 풍성하고 여유로운 감성을 담았으며, 강력한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겸비해 플래그십 모델로의 위상을 모두 담았다.

특히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려 의전용 차량으로도 손색없는 에스컬레이드 ESV는 대체 불가능한 크기와 분위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모두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모델들과 비교 시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의 판매가격은 1억 67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