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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칼럼] 기대감 높았던 ‘포뮬러E 서울’..숙제만 남긴 채 ‘폐막’

Formula E
2022-08-15 13:40:30
스토펠 반도른메르세데스EQ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스토펠 반도른(메르세데스-EQ),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려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막을 내렸다.

포뮬러E는 10여년 전인 2011년 3월 장 토드 당시 FIA(국제자동차연맹) 회장과 스페인 사업가였던 알레한드로 아각(포뮬러E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전기차 레이싱 대회를 열기로 합의하면서 탄생하게 됐다. 계약서는 ‘커피숍 화장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냅킨 사인(Napkin Sign)’으로도 불린다.

80년 만의 폭우에 이어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22개의 코너(턴)로 구성된 2.76km 코스에서 진행된 이번 서울 E-프리는 2021/2022 시즌 15, 16라운드가 펼쳐진 끝에 스토펠 반도른(메르세데스-EQ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스토펠 반도른메르세데스EQ이 2122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드라이버 부문 시증 우승을 차지했다
스토펠 반도른(메르세데스-EQ)이 21/22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드라이버 부문 시증 우승을 차지했다.

미치 에반스(재규어 TCS 레이싱팀)가 15라운드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반도른과의 점수차를 24점으로 좁혔지만, 퀄리파잉에서 부진해 16라운드에선 13번 그리드를 배정 받은 때문에 결승 시작 전부터 반도른의 우승이 점쳐졌다. 이변은 없었던 셈이다.

포뮬러E 참가팀은 스파크 레이싱과 맥라렌 어플라이드가 공급하는 섀시와 배터리를 동일하게 적용해 경주차를 만든다. 경주차는 250kW(약 335마력) 출력에 시속 280km까지 발휘하는데, 드라이버와 배터리를 포함 900kg을 넘겨서는 안된다.

그런만큼 팀별 E-머신의 성능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이버의 운전 실력이 승패에 직결된다는 것도 포뮬러E 만의 관전 포인트다.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포뮬러E 서울 대회는 포뮬러E 탄생 이후, 8년 만에 통산 100번째 경기였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상징성이 적잖다. 70여년의 역사를 지닌 포뮬러1(F1)과는 달리 순수 전기차라는 점에서도 차별적이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은 국내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에게는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무공해 E-머신의 박진감 넘치는 질주와 급코너링에서의 드라이버 만의 기교 넘치는 운전 기술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전기차로서 E-머신에서만 발생하는 ‘윙~윙~’ 거리는 고주파음은 F1에서 봐왔던 귀를 때리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엔진 사운드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포뮬러E 서울은 이런 점에서 그동안 모터스포츠의 볼모지로 불려왔던 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뮬러E 주관사 측의 대회 홍보나 진행, 경기 운영 등은 생각 이상으로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입장권이 50만원으로 책정돼 베를린이나 뉴욕 대비 3~4배가 더 비쌌다는 점도 ‘옥의 티’로 꼽힌다. 기대했던 국내 모터스포츠의 부활을 스스로 짓밟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포뮬러E 서울 E-프리는 2년 전인 2020년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주관사의 준비 미흡 등으로 취소된 바 있다. 올해 5월 들어 ‘한국 개최’를 공식 선언했지만,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결국 취소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행사 개막 5일을 앞두고 유력 우승자로 꼽혔던 드라이버와의 국내 언론 인터뷰도 예정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갑자기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현지 서버 통신 문제였다는 짧은 해명이 전부였다.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포뮬러E 챔피언십 서울 E-프리

이쯤되자 제이미 리글 포뮬러E CEO는 행사가 열리기 3일 전에서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의 온라인 줌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울 E-프리는 예정대로 열린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E-프리는 지자체 서울시가 행사를 지원하고, 포르쉐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DS, 삼성전자 등에서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포뮬러E코리아 측은 서울 E-프리에 총 4만9500여명이 관람하는 등 성공적인 개최였다고 ‘자화자찬’ 하고 있다. 무료 초대권을 받은 관람객을 빼면, 2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참고로 FIA에 지불하는 포뮬러E 행사 개최비는 25억~30억원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2122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1516라운드 apos2022 하나 서울 E프리apos가 열린 서울 스트리트 서킷의 메인 잠실종합운동장
21/22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15~16라운드 '2022 하나 서울 E-프리'가 열린 서울 스트리트 서킷의 메인 잠실종합운동장

이번 포뮬러E 서울 E-프리는 도시 인구가 무려 1000만명이 넘는 서울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만큼,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기름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잖았다. 그러나 주관사의 홍보 부족, 운영·관리 소홀 등 어설픈 준비로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는 분석이다.

포뮬러E 서울 E-프리는 내년 5월쯤 한국에서 다시 열릴 전망이다. 경기는 이번처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유력한 곳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광화문도 후보지로 떠오른다. 서울만의 차별적 기획과 준비로 원활한 대회 진행이 더해진다면 포뮬러E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