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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슈퍼 노멀’..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Toyota
2021-11-08 07:27:45
토요타 캠리
토요타 캠리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국제 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내려갈 땐 허송세월이던 기름값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른다. 먹성 좋은 휘발유 차는 물론 연비 좋다는 디젤차도 부담스러운 지경.

조금이라도 유류비 아껴보겠다는 마음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싸고 충전 불편한 전기차는 탈락. 당장 매달 나가는 기름값 지출을 아끼고 불편함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하이브리드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차가 틀어쥐고 놓지 않았다. 정확히는 양산차 최초로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토요타가 주인공. 직·병렬 방식 특허를 앞세워 경쟁 없는 독주를 이어갔다. 당시에는 독일 제조사들도 하이브리드에 시큰둥한 시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호기롭게 LPG를 활용한 아반떼 하이브리드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쌓아갔다. 아이오닉, 쏘나타, 그랜저 등을 통해 병렬형 방식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끌어올린 현재는 내연기관을 밀어낼 정도로 궤도에 오른 상태.

이 시장의 원조격인 토요타도 올해 중형 세단 캠리, 미니밴 시에나, 콤팩트 SUV 라브4(RAV4) 등을 새 단장해 맞불을 놓는 중이다. 부분변경을 거쳐 치열한 수입 중형 세단에 출사표를 던진 캠리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생김새로 나뉜다. 화려함을 절제한 XLE 와 조금 더 공격적인 XSE.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기준 캠리의 크기는 길이 4880㎜, 너비 1840㎜, 높이 1445㎜, 휠베이스 2825㎜다. 가장 많은 비교대상에 오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대비 길이와 너비가 각각 20㎜ 짧고 좁다. 화려함을 절제했다는 외모는 중형 세단 소비자에게 여전히 파격적이다. 토요타의 디자인 언어인 ‘킨룩(KEEN LOOK)’은 스포츠카만큼 크게 벌린 입과 날카로운 눈매로 잔뜩 힘을 준 모습.

생김새와 달리 실내는 차분한 분위기다.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지름의 운전대와 보기 편한 위치에 달린 9인치 디스플레이, 직관적인 물리버튼, 차값과 타협한 내장재 등 기본에 충실한 중형 세단의 전형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2열 공간도 중형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넉넉함을 제공한다. 공간 뽑기의 달인인 국산차만큼은 아니지만 무릎, 머리 공간 모두 성인 2명이 여유롭게 영위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하는 편의장비가 의외로 빈약하다. 여름철 엉덩이와 허리 땀 식히는 통풍시트, 겨울철 요긴하게 쓰이는 열선 스티어링 휠, 2열 열선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시승은 대부분은 고속도로 위주였다. 하이브리드에 유리한 가다 서다 시냇길이 아니라 답답함은 없었지만 내심 고속에서 효율 낮은 하이브리드의 단점만 경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공인연비(17.1㎞/ℓ)를 비웃듯 표시되는 연비는 약 23㎞/ℓ.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를 이끄는 심장은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D-4S)과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형태로 e-CVT가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총 시스템 출력은 211마력, 최대토크 22.5㎏f·m로 중형 세단을 이끌기 부족함 없는 숫자다.

여느 하이브리드가 그렇듯 출발은 전기차처럼 고요하다. 전기모터가 가장 부하가 큰 출발을 맡고 이내 가솔린 엔진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두 파워트레인의 조화도 두드러진다. 오랜시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듬어온 토요타의 장기가 드러나는 순간, 불쾌한 진동이나 소음도 눈치채기 힘들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의 가장 큰 선택 이유 중 하나인 승차감은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출력에 알맞은 235/45 18인치 휠 타이어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충격들도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처리한다. 꾸밈없이 정직하게 움직이는 스티어링 시스템도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중간 지점에서 타협했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주행 보조 시스템(ADAS)도 부족함 없이 모두 갖췄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TS)’에는 차선 이탈 방지 뿐 아니라 차로 가운데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와 어댑티브 크루즈로 불리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등이 빠짐없이 담겨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처음에는 어디 내놔도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대신 캠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고작 손가락 한마디 정도지만 덩치도 더 크고 편의장비는 비교불가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웬만한 상품성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미국에서 연간 약 3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저력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중형 세단’을 구입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 떠오르는 기준에서 캠리 하이브리드는 어느 곳 하나 벗어나는 구석이 없다. 요즘같이 주유소 가기 두려워지는 시기에는 더더욱.

단지 국내 상황에 맞는 않는 몇 가지 불편한 편의장비 부족이 발목을 잡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겉치레 대신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또는 연비 좋은 중형 세단을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후보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자격이 충분한 세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