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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칼럼] 순정부품만 안전하다고 표기한 현대차그룹..용어 잘못됐다!

Hyundai Mobis
2022-01-13 17:24:55
더 뉴 그랜저
더 뉴 그랜저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순정부품’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차량 취급서에 순정부품만 안전하다고 표기해 공정위원회가 ‘경고’ 처리한 것.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에 공정위는 ‘다른 업체들도 많이 쓰는 표현’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2000년대 초 ‘짝퉁’부품 유통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정비부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주문자생산방식(OEM) 부품의 사용을 강조하고 순정부품이란 용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순수하고 올바르단 의미의 ‘순정(純正)’이란 단어를 쓴 덕분에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OEM 부품이 아니면 모두 성능 및 안전성이 떨어지는 비순정부품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해외에서도 완성차 업체가 검증했단 의미로 인증부품(certified auto parts)이란 용어를 쓰긴 하지만, 정비 일선에서 OEM 부품만 고집하는 문화는 없다.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된 대체부품을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 부품
자동차 부품

즉, 순정부품이 아니라 해서 모두가 품질이 떨어지는 비순정부품이 아닌데, 순정부품이란 용어 때문에 국내선 소비자 인식이 이분법식 사고로 굳어진 것이다. 공정위도 이번 결정에 대해 순정부품의 사용만을 권장한 차량 설명서의 표현이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OEM부품만 안전하고 기타 대체부품은 성능이 떨어지고 안전치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완성차 회사들은 OEM부품은 차량 개발단계부터 생산공정까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차를 수리할 때 OEM부품을 사용해야 본인들이 생각하는 정비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일견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OEM부품만을 강조하는 세태는 자칫 과잉정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BMW 3시리즈 전방 범퍼 OEM 부품과 대체부품 사진 한국소비자원
BMW 3시리즈 전방 범퍼 OEM 부품과 대체부품. 사진 한국소비자원

기본적으로 OEM부품은 신차생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인데다 유통과정이 복잡해 단가가 비싸다. 정비업계에서는 국내 정비 시장에서 OEM납품사가 수리용으로 내놓은 대체부품, 중고부품을 수거해 재가공 후 판매하는 재재조부품 등의 유통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대체부품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자동차부품협회 등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각종 심사를 거쳐 판매하도록 대체부품인증제도를 통과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 2020년 7월 기준 국내에선 총 1290개 부품이 인증을 마친 상태다.

재제조부품 역시 대체부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증을 받아야하고, 올해부터 특정 부품만 재제조가 가능한 허가제에서 타 법령 상 금지하지 않는 부품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재제조 후 판매하도록 규제가 완화되기도 했다. 재제조부품은 경제성 뿐만 아니라 자원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다른 나라에서도 활성화를 위한 지원 대상이기도 하다.

차량 정비
차량 정비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서 공개한 정비용 부품 가격정보에 따르면 대체부품은 OEM부품의 50~6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재제조부품의 가격은 이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선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OEM부품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온라인 기술의 발전으로 20~30년전과 같이 ‘짝퉁부품’의 유통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한층 치밀하고 다양해졌다. ‘순정부품’이란 명칭은 단순히 마케팅 용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안전을 방패 삼아 OEM부품만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처럼 시장을 호도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