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 칼럼] ‘테슬라 대항마’ 패러데이 퓨처의 한국생산..글로벌 전기차 시장 이끌까?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중국판 테슬라로 이름을 떨친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가 2024년부터 국내 기업인 명신산업과 손잡고 차세대 전기차 ‘FF 81’의 위탁 생산을 시작한다. 계약기간은 FF 81의 양산이 시작되는 시점으로부터 9년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0년 두 회사가 맺은 전기차 위탁 생산, 유통 등의 업무협약(MOU)의 연장선이다. 연간 27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명신의 군산공장 능력을 감안할 때 글로벌 판매분 대부분이 국내 생산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의 옛 생산기지인 군산공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부침을 겪으며 위기를 겪어왔다. 2019년 새 주인으로 나타난 엠에스오토텍은 명신산업의 모기업으로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며 장밋빛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하던 중국의 바이톤 위탁 생산이 업체의 갑작스런 파산으로 무너지며 연간 5만대 생산의 꿈도 사라졌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도 이때 동력을 잃고 말았다. 현재는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밴 전기차를 지난해 4월부터 생산 중이다.

군산공장 부활의 신호탄으로 떠오른 패러데이 퓨처는 2014년 중국의 부호인 자웨팅(賈躍亭) 러에코 회장이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다. 설립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않던 패러데이 퓨처는 2017년 첫 번째 시제품인 FF 91을 깜짝 공개하며 단숨에 ‘테슬라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웨팅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전기차 개발 노하우 부족, 자금난 등에 발목이 잡히며 2019년 10월 파산신청, 전기차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자웨팅의 모든 지분을 팔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패러데이 퓨처는 BMW에서 전기차 개발을 주도한 카스텐 브라이펠드를 CEO 자리에 앉히며 올해 3분기부터 FF 91의 인도를 시작한다.

첫 번째 전기차인 FF 91은 첫 공개 이후 5년이 지난 현재에도 최신 전기차 못지 않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넉넉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차체와 시스템 출력 1050마력, 0→100㎞/h 가속시간 2.4초 미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130㎾h 원통형 배터리를 얹어 1회 충전 시 미 EPA 기준 378마일(약 608㎞)를 주행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20만 달러(약 2억 4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번 위탁 생산의 주인공인 FF 81은 이보다 작은 보급형 시장을 겨냥해 내놓는 전기차다. FF 91과 마찬가지로 SUV와 세단을 합친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갖추고 약 3000㎜의 휠베이스를 통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패러데이 퓨처의 위탁 생산이 명신기업과 국내 전기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력을 잃은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재점화와 세계적 수준의 전기차 개발 노하우 습득이라는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구사일생 끝에 살아난 패러데이 퓨처는 그동안 전기차 개발을 착실히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전기차 개발과 생산 등에 관한 제조 분야 경험치가 이전과 다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미국 나스닥 우회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 지난해 1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위탁 생산 및 전략적 협력 등은 신중론과 함께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상당 부분 씻어내기 충분하단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모두 내연기관 시대를 끝내고 전기차 중심의 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는 현재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 국내에서도 전기차 관련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사업 등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패러데이 퓨처의 한국 생산을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의 생산과 판매 등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